수급관리 가이드라인·수입보장보험 ‘기준가격’ 산정 개선해야

가락시장 상품 평년가격 기준에 품목별 표준편차 등 적용해 설정

농업수입보장보험도 시장가격을 기반으로 기준가격 계산해 반영

농민들 “폭등락 심한 시장가격에 바탕한 기준가격 산정 부적절”

  • 입력 2023.12.01 08:46
  • 수정 2023.12.03 18:06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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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산물 수급관리 가이드라인의 위기단계별 가격 설정기준과 농업수입보장보험의 기준가격 산정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가격 폭등락이 지속·반복되는 양파 등 대부분의 농산물 특성상, 생산비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현행 시장가격 중심의 기준가격 산정방식으론 제대로 된 수급대책 추진과 보험 보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각에선 최근 정부가 소비자 물가를 핑계로 할인쿠폰을 발급하는 등 시장가격에 지속적으로 개입 중인 만큼 이를 바탕으로 기준가격을 산정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먼저 농산물 수급관리 가이드라인(기존 농산물 수급조절 매뉴얼)의 경우 올해부터 배추·무·건고추·마늘·양파·겨울대파·감자 등 7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다. 수급관리 가이드라인은 기본적으로 7개(하락심각·하락경계·하락주의·안정대·상승주의·상승경계·상승심각)의 위기단계별 기준가격을 바탕으로 단계에 따라 시장격리 등의 대책을 추진하는 구조다.

하락심각 단계를 제외하고 가락시장 상품 평년가격(안정대)에 단계별 비중을 감안, 품목별 5개년 가격의 표준편차를 적용해 기준가격을 설정한다. 올해부터 기준가격을 매년 최신화해 실효성과 수용도를 제고하기로 개정했으나, 농민 등은 가락시장 ‘상품’의 평년가격을 수급대책의 기준으로 삼는 데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시장가격이 불안정성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수급대책을 추진하는 건 문제가 있다. 3~5년치 시장가격 평균을 평년가격으로 삼는데, 대부분의 품목이 그 기간 동안 한 번 내지 두 번 이상의 폭락을 겪다 보니 폭락됐을 때의 가격이 평년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어서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해당 관계자는 “최근엔 특히 농산물 가격이 물가 상승의 주범인양 호도돼 정부까지 시장가격에 개입하는 실정이다. 가격이 오르지 않도록 정부가 대책을 마련·실행하는 와중에 이를 수급대책의 근거로 활용하는 건 적절치 않다”라며 “생산비를 제대로 책정해 이를 바탕으로 기준가격을 산정해야 한다. 수급대책 기준가격의 바탕이 생산비 보장이 불가한, 변동성 심한 시장가격이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양파 마늘 수입 즉각 중단! 생산비 보장! 전국마늘양파생산자대회'에서 ‘마늘 양파 TRQ 반대’ 등이 적힌 상복을 입은 한 농민이 ‘마늘 양파 생산비 보장’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5월 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양파 마늘 수입 즉각 중단! 생산비 보장! 전국마늘양파생산자대회'에서 ‘마늘 양파 TRQ 반대’ 등이 적힌 상복을 입은 한 농민이 ‘마늘 양파 생산비 보장’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아울러 시장가격으로 산정하는 농업수입보장보험의 기준가격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농업수입보장보험은 재해로 인한 수확량 감소뿐만 아니라 가격하락까지 보장하는 보험 상품 중 하나로 △마늘 △양배추 △콩 △고구마 △양파 △감자 △포도 등의 품목을 대상으로 한다.

농업수입보장보험은 경작불능보장과 농업수입감소보장으로 구성되는데, 수입감소보험금의 경우 약관에서 정한 보험기간 내 보장하는 재해로 발생한 ‘피해율’이 자기부담비율을 초과하는 경우 지급하므로 피해율 산정이 보험금 지급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피해율은 평년수확량에 기준가격을 곱한 ‘기준수입’과 실제수입의 차이를 기준수입으로 나눠 산출하는데, 양파를 예로 들어 올해 농업수입보장보험 기준가격은 1kg당 조생종 642원, 중만생종 598원이다. 이에 농민들은 기준수입 계산에 활용되는 ‘기준가격’ 자체가 턱없이 낮아 실제 시장가격이 하락하더라도 보험금 지급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농업수입보장보험의 기준가격은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 사업시행지침에 따라 매년 산출하고 있다. 보험가입 직전 5년의 연도별 가락시장 중·상품 평균가격의 올림픽 평균값(최대·최소값을 제외한 평균값)에 농가 수취비율의 올림픽 평균값을 곱하는 방식이다. 농가 수취비율은 도매시장 경락가격에서 선별·포장비, 운송비, 상·하차비, 상장수수료 등 유통비용을 차감한 농가 수취가격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올해 기준가격은 지난해(조생종 605원·중만생종 474원)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고는 하나, 농민들은 해당 기준가격이 생산비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하는 실정이다.

경남 창녕에서 양파를 재배 중인 농민 A씨는 “기준가격이 너무 형편없다. 보험금을 받을 수 없는 구조다”라며 “치솟는 생산비는 전혀 반영이 안 되고 시장가격으로만 기준을 설정하다 보니 보험에 가입하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이전에도 계속 기준가격 산정방식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바뀌질 않는다. 폭락할 때의 가격까지 모두 포함해 평균치로 기준가격을 산정하다 보니 시장가격이 떨어져도 보험금을 받을 수가 없게 되는 거다. 올해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입보장보험을 들었는데, 기준가격을 확인하고 나니 보험이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취소해버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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