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걸음 내딛은 ‘축산의 진실 알리는 학자들’

축산 학자들, 농장과식탁과 함께 ‘축산업 부정적 인식 극복을 위한 세미나’ 개최
부정적 인식 대응 필요성에 공감대 ... "학계 중심으로 '일회성 대응' 넘어서야"

  • 입력 2023.11.28 16:04
  • 수정 2023.11.30 16:13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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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27일 열린 '축산업 부정적 인식 극복을 위한 세미나'에서 허선진 중앙대학교 동물생명공학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지난 27일 열린 '축산업 부정적 인식 극복을 위한 세미나'에서 허선진 중앙대학교 동물생명공학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축산업이 기후위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몇몇 축산 관련 학자들은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이 실제 사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있다며 ‘진실’을 알리는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이 첫 공식 일정으로 축산업계와 함께 논의의 장을 열고 향후 대응 전략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축산의 진실을 알리는 학자들의 모임(공동대표 장문백·조철훈)과 농장과식탁(이사장 하광옥)은 지난 2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축산업 부정적 인식 극복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적층된 각종 축산업 대상 오해를 점검하고, 범 축산업계 대응 방안에 대해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첫 발표자인 이상석 순천대학교 교수는 축산업이 실제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뿐만 아니라 오히려 축산업의 지속을 통해 발생하는 탄소저감·자원화 효과 등을 내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  ‘냄새가 환경에 많은 영향을 준다’, ‘건강에 해롭다’와 같은 인식들은 어떤 정확한 데이터와 그에 따른 평가가 아닌, 이미지에 의해 형성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라며 “축산의 목적이 식품 제공으로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산업의 공익적 효용에 대한 인식을 좀 더 알려 편향적인 사고방식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허선진 중앙대학교 교수는 지난 2015년 공개된 ‘적색육·가공육 섭취가 암 발생률을 높인다’는 국제암연구소(IARC)의 연구결과와 그에 따른 여파를 되짚어보며 축산업이 각종 의제 속에서 손쉽게 공격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고기뿐만 아니라 모든 식품, 특히 김치를 포함한 각종 채소류들 역시 과하게 섭취하면 위험이 존재하고 술·담배·스트레스 역시 암 발생을 높이는 중요 요인이지만, 사람들은 이 가운데 축산물에만 특별히 높은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온실가스 배출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에너지산업을 두고 불과 1.5%의 비중을 차지하는 축산업에 더 많은 책임을 떠넘기는 것도 똑같다”라며 “에너지는 ‘나도’ 해야 하는,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해야 하는 문제지만 축산물은 축산업자들만 비난하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재민 농장과식탁 실장은 축산업계의 향후 대응전략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회성 대응을 넘어 도서·다큐멘터리 등 각종 양질의 매체를 생산하자고 제안하는 한편, 이러한 대응의 주축에는 축산관련 학계가 위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정작 환경을 연구하시는 분들조차 그렇게 얘기한 적이 없는데, 비전문가들이 전문가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축산업이 기후위기의 주범인 것처럼 엄청나게 확산을 시켜놨다”며 “이제 축산업계가 대응해야 하는 건 분명한데, 우리는 당사자인 만큼 직접 이야기하는 것은 면피 행동처럼 보일 수 있다. 축산관련 학계가 나서서 식품·환경 등 다른 학계와 연대도 하며 반복적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7일 열린 '축산업 부정적 인식 극복을 위한 세미나'에서 조진현 대한한돈협회 전무가 토론하고 있다.
지난 27일 열린 '축산업 부정적 인식 극복을 위한 세미나'에서 조진현 대한한돈협회 전무가 토론하고 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생산자단체들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조진현 대한한돈협회 전무는 생산에 대한 존중을 보이는 소비자단체들과 협력하고, 함께 공적 기구를 만들어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전무는 “소비자단체가 포함된 식생활 관련 기구를 만들자. 채식 진영에서 공격을 할 때마다 ‘균형 있는 식생활’을 강조할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렇게 할 때는 축산자조금도 꼭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얼마 안 되는 축산업의 탄소배출량을 우리가 더 줄여버려 내세우면 악조건을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돈의 경우 시설 개선을 통해 선진국 대비 부족한 생산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삼주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우리 축산 농가들 전체의 문제임에도 축산단체장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는 것 같아 좀 안타깝고 부끄럽다. 단체장들이 적극성을 안 띄는데 일반 농가들한테 적극적으로 대응해 달라 얘기할 수 있겠나”라며 “앞으로 1~2년이 아니라 농가들이 축산을 하는 이상 10~20년 지속적으로 정확한 사실을 토대로 이야기하고 또 알려야 한다. 앞으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학계와 생산자들 사이에서 (구체적인) 역할을 나눴으면 좋겠다”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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