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공장 농산물에 ‘유기인증’이 웬 말?

윤재갑 의원 발의 스마트농업법 개정안에 친환경농업계 반발
“수경재배 농산물의 유기농 둔갑법안, 유기농업 가치 폄훼”

  • 입력 2023.11.26 18:00
  • 수정 2023.11.26 18:59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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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서울 지하철 2·3호선 을지로3가역의 식물공장. 최근 윤재갑 국회의원은 식물공장 등 스마트농업 시설에서 수경재배로 생산한 농산물에 유기농산물 인증이 가능토록 하자는 스마트농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서울 지하철 2·3호선 을지로3가역의 식물공장. 최근 윤재갑 국회의원은 식물공장 등 스마트농업 시설에서 수경재배로 생산한 농산물에 유기농산물 인증이 가능토록 하자는 스마트농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식물공장 등 스마트농업 시설에서 수경재배, 즉 토양과 괴리된 채 배양액을 활용해 공장식으로 대량생산한 농산물에 유기농산물 인증을 주자는 법안의 발의로 친환경농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은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이다.

윤재갑 의원은 지난 14일 발의한「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스마트농업법)」일부개정안을 통해, 현행「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상 ‘유기식품 등에 대한 인증제(유기인증)’는 ‘토지’에서 생산한 농산물만이 대상임을 지적하며, 토양을 이용하지 않고 스마트농업을 통한 수경재배 농산물에도 유기인증을 허용해야 한다는 조항(개정안 제22조의 2)을 신설하고자 한다.

이미 식물공장 등에서 수경재배 방식으로 생산한 농산물엔 무농약 인증이 허용된 상황인데, 윤 의원은 이를 넘어 유기인증까지 허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참고로 해당 법안은 윤 의원 및 김승남·신정훈·위성곤·주철현·김상희·소병훈·홍문표·이개호·고민정 의원이 공동발의했다.

이 소식을 접한 친환경농업계는 강하게 반발하며 스마트농업법 개정안의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친환경농업협회·환경농업단체연합회·전국먹거리연대는 지난 22일 낸 성명서에서 “수경재배는 토양을 이용하지 않고 고형배지나 수경에서 배양액으로 생산하는 공장형 식물 생산 방식의 일종”이라며 “이런 양액재배 방식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유기농산물로 둔갑시켜 시장에서 소비자를 속이겠다는 발상은 농업의 몰이해와 몰상식으로 (중략) 국민과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해당 단체들은 “수경재배의 유기농 둔갑법안은 우리 국토를 보전하고 지켜온 5만 친환경농업인을 우롱하는 처사며 유기농업의 가치를 폄훼하는 것이기에 지금이라도 당장 해당 법안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이러한 요구에도 법안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규탄 집회는 물론 낙선운동 전개 등 강력한 대응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와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등에서 정의하는 유기농업은 ‘토양을 기반으로 한 농업’으로, 종 다양성 및 토양 생태계의 순환을 핵심 원칙으로 삼는다. 이 원칙을 무시한 채 유기농업의 가치와 정의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법안이 과연 누구를 위한 법안이냐는 게 친환경농업계의 입장이다.

한편 윤재갑 의원의 ‘친(親) 식물공장 법안’ 발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 의원은 지난 6월 13일 식물공장·수직농장 등 ‘스마트 작물재배시설’을 농업시설로 인정하는「농지법」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현행법상 수직농장은 농업시설로 인정되지 않아 농지에 설치할 수 없는데, 이 시설을 농업시설로 인정해 농지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게 윤 의원의 농지법 개정안 발의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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