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에 유기인증, 가당치도 않다

  • 입력 2023.11.26 18:00
  • 수정 2023.11.26 19: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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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참 편리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람의 사고력과 노동력이 필요한 일들을 로봇이, 인공지능이 대체하고 있는 분야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기술의 발달은 인간을 편리한 삶으로 이끌었지만 과연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농촌현장에는 늘 사람이 부족하다. 고령화된 농민을 대신해 외국인노동자들이 그 자리를 채운 지도 벌써 꽤 시간이 지났다. 일할 사람은 없고, 고된 노동을 요구하는 기존의 논·밭 등 노지농사는 비전이 없으니 스마트팜으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주요 정책 줄기이다. 스마트팜을 하면 편하고, 부농이 될 수 있다는 홍보는 이미 오래전부터 추진돼왔다. 스마트팜이 식량안보에 기여할 수 있고, 마치 기후위기 시대 농업의 대안인 것처럼 부상시키려는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는데, 이제 여기에 친환경, 유기인증까지도 넘본다.

얼마 전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스마트농업법)」개정안은 스마트농업으로 수경재배한 유기식품 등에 대해서도 인증을 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스마트팜, 식물공장이 이제 건강한 먹거리라는 타이틀까지도 손에 넣고자 하는 것이다. 스마트농업법은 올해 7월에 제정된 법률로 아직 시행도 되지 않았다. 2024년 7월 26일부터 시행되는 법률을 가지고 벌써부터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으려 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은 생물의 다양성을 증진하고, 토양에서의 생물적 순환과 활동을 촉진하며, 농업생태계를 건강하게 보전하기 위해 합성농약, 화학비료, 항생제 및 항균제 등 화학자재를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을 최소화한 건강한 환경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말한다.「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도 유기(organic)는 생물의 다양성을 증진하고, 토양의 비옥도를 유지하면서 환경을 건강하게 보전하기 위해 허용물질을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인증기준에 따라 유기식품 등을 생산, 제조·가공, 취급하는 일련의 활동과 그 과정이라고 명확히 정의하고 있다. 명백히 관련 법이 존재하는데 스마트팜에서 수경재배한 작물에 특례를 적용해 유기로 인증해야 할 하등의 이유도, 명분도 없다.

물론 스마트팜을 부정적으로만 평가하자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팜이 가지는 장점과 중요성도 분명히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팜은 바람, 햇빛, 습도, 토양 등 외부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로지 정해진 환경에서만 작물을 키운다. 반면, 친환경은 작물을 돌보고, 땅을 돌보고, 자연을 돌보는 농민의 손에서 자라난다. 통제된 환경에서만 자라나는 스마트농업과 토양의 비옥도를 높이는 유기농업을 동일하게 대우할 수는 없다.

스마트팜, 식물공장에서 생산한 작물에 ‘유기’라는 이름을 붙이려는 것은 해당 작물을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스마트팜에서 생산한 작물에 유기라는 그 값진 이름을 붙이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일까? 농민을 위해서도 소비자를 위해서도 아닌 바로 자본, 식품기업을 위한 논리일 뿐이다. 과정 중심의 인증제를 화두로 던져놓은 상황 속에 등장한 이번 논쟁은 친환경농민들과의 사전 논의도,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작스레 불거졌다. 친환경농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행위를 멈추고 지속가능한 친환경농업 육성에 관해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우선돼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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