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 양파 유통, ‘줄망’서 ‘기계망’으로 개선한다

2024년 1월 1일 가락시장 반입 물량부터 적용

  • 입력 2023.11.26 18:00
  • 수정 2023.11.26 19: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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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정부가 새해부터 서울 가락시장을 시작으로 도매시장 양파 유통방식 개선에 나선다. 지난 6월 20일 전남 무안군 현경면의 양파밭에서 농민들이 양파를 수확해 줄망 작업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정부가 새해부터 서울 가락시장을 시작으로 도매시장 양파 유통방식 개선에 나선다. 지난 6월 20일 전남 무안군 현경면의 양파밭에서 농민들이 양파를 수확해 줄망 작업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도매시장 양파 유통방식 개선에 나선다. 변경된 양파 유통방식은 오는 1월 1일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반입 물량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줄망 반입을 전면 제한하지만, 산지 기계설비 구비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기계망과 더불어 수작업망(줄작업 없이 양파를 담아 중량을 맞춘 형태)에 한해 반입을 허용할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하면서도 많은 시간까지 소요됐던 기존의 줄망 대신 기계망으로 도매시장 출하방식을 전환할 예정인데, 이는 생산자단체의 요청이 반영된 것으로 인력 수급의 어려움과 인건비 상승 문제 등을 겪던 농가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양파 총생산량 중 41.4%는 도매시장을 통해 유통되며 그중 40.4%는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을 통해 유통된다. 도매시장으로 출하되는 양파는 12·15·20kg 단위의 수작업 줄망 형태로 대부분 출하되며 기계포장을 거치는 물량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아울러 조생 양파는 수확 후 밭에서 20kg 단위로 줄망 포장·출하되지만, 가락시장 물량은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서 12·15kg 단위 망으로 재포장을 거친 뒤 출하된다. 중만생 양파의 경우 밭에서 건조 과정을 거친 다음 줄작업 없이 20kg 망에 크기만 선별해 포장하고, APC나 저장창고 등에 입고·저장한 뒤 줄망으로 재포장·출하되고 있다.

흔히 ‘줄잡이’라고 불리는 줄망 작업은 크기에 따라 선별한 양파를 줄 맞춰 망에 담는 작업을 말한다. 경험 있는 전문 인력만이 할 수 있다. 육안으로 크기를 선별하고 포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농촌 고령화 영향으로 인력 수급 자체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최근, 줄잡이 가능 인력을 구하는 일 또한 양파 생산 농민에겐 적지 않은 부담이다. 게다가 기계 포장 대비 줄망 포장은 시간당 처리 가능한 물량도 적고 작업 가능시간도 매우 짧은 편이다. 숙련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근로자 한 명이 하루에 작업할 수 있는 물량은 양파 15kg 줄망 100~150망으로 평균 약 2톤 정도다. 반면 1조식 소형 자동포장기는 하루 8톤, 2조식 중형 자동포장기는 하루 15톤을 처리할 수 있다.

기계설비 마련 등 농가 부담 우려도 발생할 수 있지만, 양파의 경우 산지유통인이나 APC 등을 거치지 않고 직접 가락시장에 출하하는 경우가 적다 보니 대부분의 현장 농민들은 수확 작업에 소요되는 생산비를 줄일 수 있는 출하방식 전환에 큰 이견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경남 창녕군의 한 양파 재배 농민은 “아무래도 일일이 손으로 작업하다 보니 줄망은 인건비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배로 든다고 봐야 한다. 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워 요새는 줄잡이를 거의 안 하는 추세인데 도매시장에서 줄망 반입을 막는다면 농가 입장에선 인건비를 줄일 수 있을 거다”라고 전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 관계자 또한 “줄망 방식 폐기는 오랜 기간 생산자들이 요구했던 부분이다. 줄망이 아닌 물량도 시장에 반입되긴 하나 줄망과 가격 차이가 나고, 기계망 작업에 필요한 설비도 산지에서 마련해야 되다 보니 저장 물량 출하시기인 1월부터 유통방식 개선을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며 “일부 이견도 있고 우려도 많겠지만, 가락시장부터 출하방식을 개선해 산지에서 보강할 부분은 보강하고 전반적으로 줄망 반입 폐기로 양파 출하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APC 등이 갖춰진 농협 계약재배는 사실 걱정할 부분이 따로 없기 때문에 수급과 연계해 계약재배 물량을 늘리는 방향의 정책이 수반되면 좋을 것 같고, 산지유통인과 거래하거나 직접 출하하는 농민들의 경우 기계망 작업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기계망 작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 등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일부 유통인은 기계망 방식 전환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계망 작업에 필요한 설비 마련 등이 유통비용 증가로 직결돼서인데, 한 유통인은 이와 관련 “기계화를 통해 유통비용이 증가하면 소비자 가격에도 반영이 돼야 한다. 그래야 유통인도 먹고 살고 농민도 먹고 사는데 물가 안정을 최우선하는 정부 정책에 따라 현실이 그렇지 않다 보니 그 부담을 고스란히 유통인이나 농민이 감내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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