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조사 결과 학교 영양사 노동환경, 개선 시급

  • 입력 2023.11.17 17:25
  • 수정 2023.11.17 17:26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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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학교급식 현장의 또 다른 노동자인 영양사. 이들 또한 조리노동자처럼 폐암 등 산업재해 및 열악한 노동환경을 무릅쓰고 학생 급식을 책임지고 있다. 영양사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위원장 박미향, 학비노조)이 지난 9월 21~27일 전국 시·도 교육청 산하 유치원과 초·중·고·특수학교 영양사(응답자 1,044명)를 대상으로 진행한 ‘학교 영양사 근무여건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영양사의 82.4%가 각종 직업 환경 관련 통증이나 불편함(염좌, 근육 또는 인대 파열, 어지러움, 편두통, 이명, 난청, 안구건조증, 구토 등)을 최소 한 가지 이상 경험하며 일해왔다고 응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33.5%는 골절을, 10.6%는 화상을 당한 적이 있었다.

응답자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9시간(응답자의 20.9%), 9시간 30분(6.8%), 10시간 이상(12.1%)으로 조사됐다. 하루 평균 조리실이나 식당에서 현장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은 2~3시간(38.9%), 3~4시간(19%), 4시간 초과(8.5%)로 나타났다. 장시간 노동 과정에서 연차·병가를 자유로이 사용하지 못 하는 사람(42.2%)도 많았던 반면, 응답자의 32.5%는 근무시간 외 수당을 지급받지 못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응답자의 83.3%는 “부여받는 업무량이 과하다”고 답했다. 영양 관련 업무만 해도 업무량이 상당한 판에, 영양사 고유 업무가 아님에도 수행하는 △산업안전보건 관련 업무 전반 △급식실 결원 시 대체인력 직접 구인 △우유급식 업무 △급식실 환경개선 및 시설·전기공사 관여 등의 업무는 없애거나 이관해야 하지 않냐는 게 대다수 영양사의 목소리였다.

한편 지난 3월 전국 학교 영양사 중 55세 이상, 5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폐 CT 검진 결과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81.6%인 1,079명이 폐 CT 검진을 받았고, 이 중 폐암 확진자는 3명, 폐암 의심자는 4명으로 드러났다. 또한, 응답자의 약 20%가 ‘양성결절’ 또는 ‘경계선 결절’, 즉 폐암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진단들을 받았다고 답했다.

9월 조사 결과 영양사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양사들은 스트레스의 요인으로 학교 내 갑질 및 부당업무 지시, 직장 내 괴롭힘, 동료 간 갈등, 민원 등을 꼽았는데, 이러한 요인들로 “힘들다”고 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58.5%였다.

특히 민원 문제를 보면, 응답자의 49%는 학생·학부모·교직원·상사 및 교육청 직원으로부터 폭언, 모욕, 협박, 갑질 등을 당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피해 직원이 사과받도록 하거나 격리조치를 취하는 등 적절한 보호 조치를 관리자나 상급기관으로부터 받았는지 묻는 질문에는 80%가 “받은 적 없다”고 답했다. 영양사 직무 특성 및 근무환경으로 인한 불면, 우울증, 불안장애, 적응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공황장애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도 95%에 달했다.

학비노조와 강성희 국회의원(진보당)은 지난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전국 학교 영양사 실태조사 발표 및 폐암산재 승인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상과 같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영양사에 대한 과도한 업무 전가 중단 △영양사 폐질환 관련 산재승인 인정 △식생활지도수당 지급 △영양사 건강권 보장 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교육당국은 (영양사가) 영양교사와 같은 일을 함에도 교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벌어지는 임금 격차를 외면”하고 있다며, 올해 국회 예산안 부대의견으로 담긴 “교육부는 비정규직 학교 영양사와 영양교사의 지나친 임금 격차 문제 경감을 위해 시·도 교육청이 적정 규모의 식생활지도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적극 협의한다”는 내용을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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