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제’ 대신 ‘예산 복원’부터

친환경농업·먹거리 정책 강화하겠다던 정부의 행동은 ‘예산 삭감’
국회 농해수위서 ‘재출발’한 먹거리 사업예산 운명에 귀추 주목

  • 입력 2023.11.17 17:15
  • 수정 2023.11.19 18:1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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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미래세대 친환경먹거리 예산 복원을 위한 생산자-소비자 결의대회’에서 한 농민이 ‘친환경 직불 확대’를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미래세대 친환경먹거리 예산 복원을 위한 생산자-소비자 결의대회’에서 한 농민이 ‘친환경 직불 확대’를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024년도 정부 예산에서 친환경농업 예산은 삭감되고, 친환경먹거리 사업예산(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지원사업,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0원’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소병훈, 농해수위)에선 전액 삭감된 양대 먹거리 사업예산을 원상 복구하는 예산안을 통과시킨 상황이다. 이 예산안의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1일, 한국친환경농업협회·환경농업단체연합회·전국먹거리연대 등이 구성한 ‘미래세대를 위한 친환경먹거리예산 복원 시민행동’은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미래세대 친환경먹거리 예산 복원을 위한 생산자-소비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전국의 친환경농민과 소비자 등 약 1,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결의대회는 올해 821억200만원에서 내년 705억7,700만원으로 줄어들 상황인 친환경농업 예산의 증액, 지난해까지 229억8,000만원(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 예산 157억8,000만원,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 예산 72억원)이었다가 올해 전액 삭감된 양대 먹거리 사업예산의 복원을 촉구하는 대회였다.

결의대회에서 강용 한국친환경농업협회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탄소배출 감축’이 과제인 상황에서 오히려 친환경농업 예산을 감축한 정부의 기조를 비판했으며, 권옥자 전국먹거리연대 상임대표는 양대 먹거리 사업의 성과는 지역에서 확실히 체감됐건만 중앙정부 예산 전액 삭감에 따라 지자체에 그 부담이 전가됐고, 지자체 차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워 지자체 예산도 고스란히 줄어든 상황을 지적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정부에 가장 분노하는 지점 중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 및 농림축산식품부가 ‘말’하던 것과 실제 정책으로 보이는 모습이 180도 다르다는 점이었다. 윤 대통령은 △학교 및 군급식에서 친환경 국산 농축산물 우선 사용 △사회적 약자를 위한 친환경 식품 지원사업 예산 확보 등을 약속해 왔으며, 농식품부 또한 틈만 나면 ‘친환경농업 발전’을 지난해 충북 괴산 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 및 올해 6월 유기농데이 등의 행사에서 약속했다. 그러나 실제로 정부가 보인 모습은 △군급식 민간위탁을 통한 수입 농산물 도입 가능성 확대 △양대 먹거리예산 삭감 △친환경농업 예산 삭감 △스마트팜·푸드테크 확대 기조 등이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정부가 말의 성찬만 벌이며 행동은 거꾸로 하는 행태, 그리고 정부가 아무 근거 없이 “앞으로 친환경농업은 발전할 것”이라고 되뇌는 행태를 ‘인디언(아메리카 원주민) 기우제’에 비유했다. 말의 성찬만 벌이면서 예산은 깎는 모순적 행태 대신, 면밀하고 심층적인 정책과 이를 뒷받침하는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결의문에서 “불과 몇 년 전 농정지표 1순위였던 친환경농업이 자본과 시설, 규모화를 바탕으로 하는 농업정책에 밀려 사경을 헤매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며 “이러한 정책과 예산의 후퇴는 친환경농업의 위축은 물론 나아가서는 국민의 건강한 먹거리 권리조차 위협”함도 지적했다.

한편 지난 14일, 국회 농해수위는 삭감됐던 양대 먹거리 사업예산 복원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 예산 157억원,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지원사업 예산 72억원을 포함한 농식품부 예산안이 농해수위를 통과한 것이다. 국민의힘 측 의원들은 이 예산안에 반발했으나, 예산안 통과를 위한 정족수 충족으로 농해수위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예산결산위원회(예결위)와 본회의 통과 등의 난관이 남아 있는 만큼, 먹거리운동단체들은 예결위 및 예결위 내 계수조정소위원회 등을 다니며 양대 먹거리 사업예산 복원을 설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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