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 시대, 지구를 식히는 여성농민

  • 입력 2023.11.19 18:00
  • 수정 2023.11.19 18:13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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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생산의 주체인 여성농민은 농촌사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농민으로서 씨앗을 보존하고 다양한 작물을 생산하는 일뿐만 아니라 농촌사회의 돌봄에도 늘 앞장서 있다. 마을의 크고 작은 일에 여성농민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지만 여성은 여전히 불평등과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 기후위기 상황 속에서 여성농민의 삶은 생존권을 위협받으며 기후취약 계층의 삶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재난과 여성농민’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는 현시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너무나 중요한 시간이었다. 올해는 대다수의 농민들이 가장 크게 기후위기를 실감한 해기도 했다. 경북 상주의 벼 깨씨무늬병 피해, 전북 익산의 논콩 수해, 침수로 양파 모종이 모조리 휩쓸려버린 충남 부여의 사례 등 여성농민이 경험한 재해는 너무나 가슴 아프고 안타까웠다. 이러한 재해는 농작물의 피해, 농가소득의 경제적 피해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농민의 생명까지 위협하며 농민의 몸과 마음에 크나큰 상처를 입히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기후위기는 여성농민의 삶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현재 농민의 삶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절박한 문제다. 기후재난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면 앞으로 더 심각한 피해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농정당국은 위기의식이 부족하고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편적인 예로 농업 재해대책으로 마련돼 있는 농작물재해보험은 자연재해의 책임을 농민에게 전가시키며 농민의 현실적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농민 생존권의 위기다.

여성농민이 이야기하는 기후위기의 원인과 대안은 명확했다. 누가 지구를 뜨겁게 하고 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는 것이다. 소수의 농기업에 의해 세계 먹거리체계가 좌지우지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전 세계 1%의 부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고 알려내야 한다. 이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문제를 다뤄야 책임을 제대로 물을 수 있다.

기후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농정의 전환이 필요하고 실천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고소득 작목으로 농민이 돈을 벌 수 있다며 또다시 농민을 현혹시키려 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청년농민에게 대안으로 제시하는 스마트팜은 외부투입이 너무나 많이 필요한 고비용, 고에너지의 기후위기 시대 대안으로는 전혀 맞지 않은 방향성이다. 막대한 투자비용을 들이고 살아남을 수 있는 청년농민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과거 농민들의 경험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기술과 자본으로 기후위기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 농민이 농생태학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정부가 제공해야 하며 그 전환의 과정을 함께 해야만 가능하다. 자연을 돌보며 인간과 조화로운 관계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는 운동인 농생태학은 지구생태계를 회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여성농민에게 토지, 종자, 생물다양성, 정보접근권, 참여권, 발전권을 보장하는 것은 기후위기를 완화하는 주요한 열쇠기도 하다. 지금까지 생태적인 지혜로 살아왔고 씨앗을 귀하게 여기며 살아온 여성농민이 지구를 식힐 수 있다. 기후위기를 완화해 내기 위해 농생태학 공동체를 실천하고 있는 여성농민을 중심으로 대안 먹거리 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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