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붓기 빼는 호박이 그 호박이 아니라고요?

  • 입력 2023.11.12 18:00
  • 수정 2023.11.12 20:58
  • 기자명 나영철(울진군 북면 보건지소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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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철(울진군 북면 보건지소 한의사)
나영철(울진군 북면 보건지소 한의사)

주황색을 띄는 호박은 맛이 달콤하고 부드러워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채소로 다양한 요리에 사용됩니다. 가을에 주로 보이며 서양의 풍습인 할로윈 파티에서 호박이 사용되어 유명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산후 부종, 성형수술 후 붓기에 호박의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어 많은 분들이 시중에 판매하는 호박차를 구매해 드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붓기를 빼주는 호박은 식물 호박이 아닙니다. 식물 호박은 남과(南瓜)라고 하며 소화기를 건강하게 하며 몸에 기운을 돋아주는 약으로 주로 쓰였습니다. 식물 호박에는 임산부의 임신 상태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효능이 있습니다. 부차적인 효능으로 소변을 잘 나오게 해주기도 하지만, 민간에 널리 알려져 있는 산후 부종에 대한 내용은 어떤 문헌에서도 발견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조선후기 실학자 이규경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따르면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 가슴이 답답하고 몸이 붓는다면 호박을 복용치 않는 것이 좋다”고 하였습니다. 즉, 식물 호박은 몸의 붓기를 빼주기보다는 붓게 만드는 편입니다.

붓기를 빼주는 호박은 과거에 보석으로 취급받던 광물 호박(琥珀)입니다. 광물 호박은 소나무의 송진이 오랜 시간 땅 아래에서 굳은 화석 모양의 물질로 노란 빛을 띠며 내부는 투명하고 유리처럼 광택이 납니다. 광물 호박은 심신불안, 두근거림, 불면증, 건망증 등을 해소하고 신경을 안정시키는 약으로 쓰였으며, 체내의 수분을 밖으로 빼주는 효능이 있고 여성의 생식기 안에 고여 있는 혈종을 제거합니다. 이에 임산부의 산후 부종, 아침통, 어지럼증을 치료하는 데 호박이 쓰였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융폐증을 치료하는 데 쓰이기도 했습니다.

붓기를 빼는 좋은 약이 식물 호박이 아닌 광물 호박인 근거는 의서에 기재된 처방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먼저 산후 부종에 대한 처방으로는 주로 ‘조경산(調經散)’류가 쓰입니다. ‘조경산’류의 처방 구성에는 광물 호박이 공통적으로 들어갑니다. 이는 앞서 살펴본 광물 호박의 효능 주치와 일치합니다.

식물 호박(南瓜)이 광물 호박(琥珀)으로 오인되어 대중들에게 퍼지게 된 이유는 동음이의어이기 때문입니다. 광물 호박보다 식물 호박이 식재료로서 자주 접하고 익숙하기 때문에 호박이 붓기에 좋다고 했을 때 자연스레 식물 호박을 떠올렸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시대에 썼던 ‘호박고(琥珀膏)’를 보더라도 광물 호박과 식물 호박의 한자를 혼동해서 사용했습니다. 호박고(琥珀膏)를 만드는 방법을 보면 ‘호박의 뚜껑을 따고 껍질을 벗긴 후 약재를 넣는’ 식의, 단단한 광물 호박이라면 수긍하기 힘든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따라서 붓기를 빼기 위해 식물 호박을 즙이나 차로 드시는 건 딱히 도움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율무차가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부종을 빼주는 데 효과적입니다. 또는 붓기를 빼주고 해독의 효능이 있는 팥이나 혈압을 내려주는 옥수수수염을 차로 우려서 드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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