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맺힌 무, 외국인노동자들이 뽑다

  • 입력 2023.11.12 18:00
  • 수정 2023.11.12 20:58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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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전북 고창군 공음면 건동리의 한 비탈진 밭에서 태국에서 온 외국인노동자 10여명이 무를 수확해 비닐에 담고 있다.
지난 8일 전북 고창군 공음면 건동리의 한 비탈진 밭에서 태국에서 온 외국인노동자 10여명이 무를 수확해 비닐에 담고 있다.
방수복을 입고 무를 뽑는 외국인노동자. 이파리에 맺힌 이슬이 사방으로 튀고 있다.
방수복을 입고 무를 뽑는 외국인노동자. 이파리에 맺힌 이슬이 사방으로 튀고 있다.
한 외국인노동자가 무를 비닐에 담고 있다.
한 외국인노동자가 무를 비닐에 담고 있다.
남성 외국인노동자들이 비닐에 담긴 무를 트럭 적재함에 싣고 있다.
남성 외국인노동자들이 비닐에 담긴 무를 트럭 적재함에 싣고 있다.
드론을 띄워 하늘에서 바라본 무밭. 수확을 끝낸 밭과 시작하는 밭의 색감이 극명하다.
드론을 띄워 하늘에서 바라본 무밭. 수확을 끝낸 밭과 시작하는 밭의 색감이 극명하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수천 평 야트막하게 비탈진 밭고랑 사이사이마다 태국에서 온 외국인노동자들이 점점이 자리 잡고 있어 찾아가는 길, 아침 이슬이 맺혀 있는 무밭 사이를 지나가니 청바지가 이내 물기로 흥건하다. 사뭇 추워진 날씨에 겹쳐 입은 옷 위로 방수복까지 입은 외국인노동자들은 일방석을 착용한 채 제 팔뚝보다 굵은 무를 뽑아 비닐에 담는 작업에 여념이 없다. 밭 위쪽에서 바라보니 무 이파리로 파릇파릇했던 밭에 새로운 길을 내는 것 같다.

한 손으로 밭에서 ‘쑤욱’ 무를 뽑을 때마다 이파리에 맺힌 이슬이 사방으로 튕긴다. 그럼에도 아랑곳없이 무 다섯 개씩을 비닐에 담아 ‘국내산 우리농산물 산지직송’이 적힌 붉은 띠지로 감싸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손놀림은 예사롭지 않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여성들은 무 수확, 포장에 전념하고 남성들은 동료들이 갈무리해 놓은 무를 트럭 적재함에 차곡차곡 실어 밭 위쪽 농로에 주차 중인 5톤 트럭으로 옮겨 싣느라 분주하다.

지난 8일 전북 고창군 공음면 건동리 들녘, 가을걷이가 끝나 볏짚 더미만 덩그러니 쌓여있는 황량한 논과 다르게 비탈진 밭 곳곳은 수확을 앞둔 무와 배추로 여전히 초록빛이 가득하고, 또 그 밭에서 수확 작업에 여념이 없는 농민들과 외국인노동자들은 말 그대로 늦가을 농번기의 한철을 지나고 있다. 김장 시기에 맞춰 지난 8월 중순 파종해 90여 일을 키워 출하하는 무는 지금 이 시기가 바로 대목이다.

이날 만난 한 농민은 “수천, 수만 평씩 경작하는 무, 배추밭은 외국인노동자들 없인 작업이 안 된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이젠 외국인노동자들이 직접 인력반도 운영하고 차량 운행도 할 정도”라며 고령화돼버린 농촌에서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위상에 대해 말했다.

언뜻 보기에도 30~40대의 젊은, 외국인노동자들이 한여름 파종부터 늦가을 수확까지 ‘우리농산물’ 생산에 구슬땀 흘려가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시나브로 마주한 농업·농촌의 현실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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