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쌀값 한 달 새 ‘뚝’, 20만원도 위태 … 볏값은 더 떨어져

정부 “산물벼, 12월부터 전량 인수해 시중공급 않겠다”

현장 “볏값 대책 시급, 정부 재고쌀 방출 기준 밝혀야”

민간유통업자, 할인쿠폰에 낮아진 가격 납품가로 요구

  • 입력 2023.11.12 04:25
  • 수정 2023.11.12 15:06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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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수확기 산지쌀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정부가 공언한 ‘80kg 쌀값 20만원’ 마저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지난달 25일 충북 괴산군 청천면 후영리 들녘에서 추수에 나선 한 농민이 콤바인으로 수확한 나락을 적재함에 쏟아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수확기 산지쌀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정부가 공언한 ‘80kg 쌀값 20만원’ 마저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지난달 25일 충북 괴산군 청천면 후영리 들녘에서 추수에 나선 한 농민이 콤바인으로 수확한 나락을 적재함에 쏟아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수확기 산지쌀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정부가 공언한 ‘80kg 쌀값 20만원’ 마저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는 산물벼 전량 인수 등 대책을 발표하며 수습에 나선 가운데, 현장에선 쌀값보다 하락세가 더 큰 볏값 부양 정책을 촉구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산지쌀값이 한달 새 8%나 하락했다. 지난달 5일 산지쌀값은 20kg 기준 5만4,388원(80kg 21만7,552원)이었는데 지난 5일엔 5만346원(80kg 20만1,384원)으로 조사됐다. 80kg 쌀 한 가마가 한 달 만에 1만6,168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농식품부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거부하면서 공언한 ‘수확기 쌀값 20만원’도 위태로운 상황을 맞았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 8일 수확기 산지쌀값 대책을 발표하면서 수습에 나섰다. 우선 정부가 매입한 쌀의 공매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공공비축미 산물벼 12만톤은 정부가 12월부터 전량 인수하되 시중에 공급하지 않을 예정이다. 재고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양곡 40만톤을 내년에 사료용으로 판매하며, 산지유통업체의 미곡종합처리장(RPC) 기여도 평가 시 조곡(벼) 거래도 인정하는 등 쌀값안정 방안들을 제시했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수확기 쌀값이 적정한 수준에서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장 의견을 반영해 조기에 쌀값안정 방안을 마련했다”면서 “현장 동향을 계속 점검하고 의견을 수렴하면서 실효성 있는 조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2023년산 쌀의 수급상황은 예상 초과생산량, 이월물량 등을 감안할 때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밝혔고, 지난달 15일부터 하향세인 쌀값에 대해선 벼 매입물량이 전년에 비해 증가하면서 재고 부담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진단하고 있다.

산지쌀값이 한 달 새 낮아진 것도 현장에선 근심거리지만 더 큰 문제는 볏값 폭락세다.

엄청나 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수확기 쌀값이 계속 떨어지는 문제에 대한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산지쌀값 하락폭보다 더 떨어지는 나락값(볏값) 문제를 정부가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설명하듯 산지유통업체의 매입물량 증가 문제로 단순히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엄청나 정책위원장은 “전북 순창농협의 사례를 보면 나락값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앞서 6만4,000원(40kg 조곡)이던 나락값은 현재 5만4,000원까지 떨어진 상태다”라며 “농협이 쌀을 수매하면서 농민들에게 우선지급금을 4만원대로 결정하거나 아예 이조차 결정하지 않은 곳이 많다. 기준가격이 사라지니 중간유통인들 마음대로다. 이것 역시 쌀값하락 요인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소한의 생산비가 보장되는 쌀가격 정책 목표는 ‘밥 한 공기 300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무진 해남군농민회장은 ‘산물벼 전량인수’를 조기에 발표한 것은 환영하면서도, 정부 물량이 언젠가 풀릴 거라는 인식을 깨뜨릴 명확한 약속이 없으면 답이 없다고 말했다. 쌀값이 떨어진 이유 중 하나로 할인쿠폰을 꼽았는데, 이무진 회장은 “할인쿠폰이 시장 가격을 흔들었다. 민간업자들은 할인된 가격으로 납품을 요구한다. 20kg 쌀이 전남에서 4만7,000원(80kg 18만8,000원)에 거래된다는 얘기도 들린다”라고 실태를 전했다.

농민들은 농식품부가 쌀값보장만 얘기할 게 아니라 실제 농민수취가인 “쌀값 수준의 볏값 보장 정책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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