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지겨운가? 나도 지겹다

  • 입력 2023.11.12 18:00
  • 수정 2023.11.12 20:58
  • 기자명 금창영(충남 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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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창영(충남 홍성)
금창영(충남 홍성)

신문에 내년 상반기에 담배값을 올릴 수도 있다는 기사가 났다. 세상은 원래부터 합리적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담배와 술은 분명 발암물질이다. 자국민의 건강을 유지해야 할 국가가 재정을 확충하는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술과 담배는 끊으면 된다.

수시로 농산물가격이 비싸다는 기사와 생산비를 보장해달라는 농민의 이야기가 섞여 나온다. 한편으로는 농가의 소득을 보장하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본인들이 직접 나서 값싼 외국농산물을 수입해 전체 농산물가격을 낮추는 농림축산식품부를 보면 화가 나지만,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납득하기 어려워도 외면하거나 받아들이면 마음은 편하다.

반면 외면조차 어려운 일도 있다. 소속된 친환경영농조합에서 연락이 왔다. 조합원 대부분이 친환경인증을 받고 있으니, 담당자가 따로 있다. 그는 ‘최근에 인증사고가 난 자재가 3개가 있으니, 혹 해당 자재를 가진 이들은 사용하지 말고 폐기하라’고 말했다. 2가지는 낯선 이름이지만, 한 가지는 지역에서 많이 사용하는 것이라 이야기가 이어졌다.

‘많은 농민들이 현재 사용하는 자재인데 잔류농약이 나왔다니 이해가 안 된다. 혹 목록고시가 되지 않았던 것인가?’

‘아니다. 목록고시에 있는 자재다.’

‘목록고시에 있다면 사용할 수 있는 것인데, 어찌 잔류농약이 나왔다는 것인가?’

‘원래 463가지를 검사하는데, 농산물품질관리원이 그 외 5가지 성분을 더 검사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미친. 그럼 5가지가 아니라, 10가지 20가지 더 늘려 검사하면 안 나올 자재가 뭐가 있나?’

‘농산물품질관리원은 친환경농산물에 어떠한 성분도 검출되면 안 되니, 인증취소가 문제없다고 한답니다.’

‘그럼 목록고시는 왜 하나?’

어찌해야 하나? 친환경농사를 짓는 이가 자재를 사용하고자하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누리집에서 친환경유기농업자재 목록공시를 확인한다. 내가 사용하고자하는 자재를 조회하면 공시로 지정되었는지, 지정되었다면 유효기간이 언제까지인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10월에 인증취소사건이 있었음에도 11월 초인 현재도 3가지 자재 중 충격000은 사라졌지만, 충00와 뉴00은 2025년까지 유효기간이라고 나온다. 이대로라면 사정을 모르는 이는 계속 사용할 수도 있다.

국민 중에 농사를 짓는 이들은 소수이고, 그중에서 친환경농사를 짓는 이는 5%에 불과하다. 모두 바쁘게 살고 있으니, 친환경농사를 짓는 이들의 어려움에 관심을 기울이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소비자는 친환경농산물에 잔류농약이 없을 것이라 믿고 구매하는 것만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친환경농산물도 농약이 잔류할 수 있다.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으면 농약이 잔류하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히 틀린 사실이다. 믿고 싶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농약과 비료를 많이 사용하는 나라이다. 농약은 토양에 남는다. 짧게는 몇 개월에서부터 30년이 넘도록 남기도 한다. 그러니 시간이 지나면서 잔류농약이 줄어든다는 것이 맞는 말이다. 친환경농민들은 이런 사실을 정부에 10년 가까이 이야기했지만, 바뀌지 않는다.

이런 행태를 보이는 정부도 이해가 안 되지만, 이번과 같은 사건이 일어나도 ‘어이없고, 말이 안 된다’는 말만하고, 내 농산물에 잔류농약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심하는 농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친환경농민들의 이해를 대변해야 할 단체에서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렇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도 지겹고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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