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가격 회복 속도 빨라지려면 … “암소 도축 지금보다 더 많아야”

전상곤 경상대 교수, 3차 파동 대비 낮은 암소도축률 지적
“비육우 농가소득 적자, 내년엔 마리당 100만원 될 수도”

  • 입력 2023.11.09 18:22
  • 수정 2023.11.11 22:38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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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8일 열린 ‘농업·농촌의 길 2023’ 한우 분과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한우산업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라는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지난 8일 열린 ‘농업·농촌의 길 2023’ 한우 분과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한우산업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라는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내년 비육우 농가소득 적자가 마리당 100만원 수준에 육박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왔다. 3/4분기 들어 드디어 사육두수 증가세가 멈췄지만, 여전히 암소 도축 증가세가 지지부진해 이전 파동 대비 한우 가격회복 속도가 더딜 거란 분석이다.

지난 8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한국농업·농촌의 미래 : 도전과 대응’을 주제로 한 농업계 심포지엄 ‘농업·농촌의 길 2023’이 개최됐다. 조직위원회는 올해 주제를 뒷받침할 여섯 가지 당면 쟁점 중 하나로 한우산업을 꼽았고, 이에 ‘한우산업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라는 질문 아래 <농수축산신문> 주관으로 전문가 토론이 열렸다.

이 토론에서 발표자로 나선 전상곤 경상국립대학교 교수는 어느 정도 기정사실화된 내년 업계 전망을 기초로 보다 상세한 분석을 소개하고 세부근거를 제시했다.

전 교수는 올해 ‘송아지출산율’과 ‘암소도축률’의 추이에 주목하고, 이를 중심으로 지난 2013년 전후 벌어졌던 ‘3차 가격파동’ 시기와 비교했을 때 수급상황이 빠르게 호전되지는 못할 거란 예상을 내놨다. 이 두 지표는 전 교수가 제시한 기준으로 각각 송아지두수와 암소도축두수를 ‘전년도 1세 이상 암소두수’로 나눈 것이다.

이 지표를 통해 당시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3차 파동 시기 직전 사육두수 최고점을 기록했던 2012년 9월부터 2년간 송아지출산율은 60%에서 47.2%로 12.8%p가 하락하고 동기간 암소 도축률은 26.3%에서 31.4%로 5%p 가량 상승했다. 반면 지난 2022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를 살펴보면 송아지 출산율 하락세는 아직 9.3%p에 그치고 있으며, 암소도축률은 불과 1.6%p 상승했다.

전 교수는 “수급에 빠르게 영향을 미치려면 (이것보다) 송아지 출산은 더 줄고 암소 도축은 더 많이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아직도 관망하는 농가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라며 “가격 회복 가능성은 있지만, 1~2년 지난 뒤에 반등이 확실히 이뤄지던 과거와 달리 급격하고 빠르게 수급이 안정화될 거라 말씀드리기 어렵다”라고 예측했다.

한편 암소 감축이 지나칠 경우 송아지 생산기반이 흔들리지 않겠느냐는 청중 질문에 전 교수는 “가임암소가 현재 160만두가 넘는데, 예를 들어 2001년 수입개방 당시처럼 100만두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이 오지 않고서야 흔들린다는 표현은 과한 것 같다”라며 “다만 줄어드는 암소를 누가 키우느냐, 양질의 암소를 가진 중소규모 농가의 사육 포기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의 측면에서도 중소규모의 한우농가들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수급조절 정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대표적 이유로는 여러 차례 파동을 거치며 꾸준히 진행된 전업화·규모화 탓에 한우산업의 체질이 바뀌었다는 점을 들었다. 3차 파동 당시만 해도 20두 미만의 소규모 농가가 전체 사육농가수의 73.3%에 달했고 이들의 사육두수도 전체 대비 21.8%를 차지했지만, 2023년 현재 이 번식농가들의 수는 전체 대비 47.7%로 급감했으며 사육두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9.2%에 불과하다. 과거엔 소규모 농가들의 대량 폐업이 출하 물량 조정과 가격 반등의 속도를 끌어올렸지만 이제는 더 이상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단 주장이다.

전 교수는 내년 사육두수가 올해 349만두(추정) 대비 약 10만~20만두 감소한 330만~340만두 선까지 감축되고, 도축물량은 5~10% 가량 더 증가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른 지육 평균가격은 1만6,500~1만7,500원 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통계청 축산물생산비조사에서 ‘마리당 순수익’이 적자로 돌아선 비육우 사육의 경우, 올해는 농가소득(자가인건비 등을 제외한)에서조차 50만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게다가 2024년에는 농가소득 적자가 100만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덧붙였다. 전 교수는 “많아야 농가의 1/3은 그래도 양의 소득 구간에 있겠지만, 최소 3분의 2 이상의 농가들은 0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상황이 올해보다는 내년에 조금 더 심각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라며 “지역에서 농가들을 만나면 kg당 2만원 정도면 좋겠다는 말들이 많은데, 이는 코로나19 이전(을 기준으로 한 생각)으로 당시엔 생산비가 높지 않았다”라며 “그런데 지금은 환율과 생산물가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보면 20% 이상 높은 상황이다. 설령 평균가격 2만원이 회복되더라도 농가의 소득이 ‘+’는 아닐 것이라고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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