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주체 배제하는 옥천군 ‘공공급식 부분위탁안’에 반발 거세

옥천푸드유통센터 운영 등 공공급식 핵심 역할은 옥천군이 ‘독점’
“부분위탁 시도, 20여년 간 축적된 공적 자산 허무는 자해행위”

  • 입력 2023.11.06 08:25
  • 수정 2023.11.08 19:19
  • 기자명 강선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2018년 5월 충북 옥천군 옥천살림협동조합 로컬푸드 매장에서 주교종 당시 옥천군농민회장이 직접 생산한 토마토를 매대에 진열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018년 5월 충북 옥천군 옥천살림협동조합 로컬푸드 매장에서 주교종 당시 옥천군농민회장이 직접 생산한 토마토를 매대에 진열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충청북도 옥천군(군수 황규철)이 그동안 지역 친환경 공공급식 발전 노력을 기울여 온 민간영역 주체들을 사실상 배제하는 성격의 ‘옥천군 공공급식 부분위탁’을 시도 중이라 옥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 9월, 옥천군은 ‘옥천형 공공급식 운영체계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옥천푸드유통센터(타 지역의 먹거리통합지원센터 또는 공공급식지원센터와 같은 역할 수행) 운영을 민간(옥천푸드협동조합)에 위탁했던 내용을 뜯어고쳐 △급식센터 운영계획 수립 △수주·계약 관리 △공공급식 관련 위원회 관리(업체 선정, 가격 결정 등) △식재료 표준화 및 코드 관리 △수요기관 협력체계 구축 △위탁업무 지도·감독 등 공공급식 관련 핵심 역할은 옥천군이 직접 수행하게 하고 민간에는 식재료 조달·검수 등의 역할만 ‘부분위탁’하겠다는 게 이 방안의 골자다.

2015년 2월 옥천군과 옥천푸드유통센터 위·수탁 협약을 맺은 이래 공공급식 운영을 맡아온 옥천살림협동조합(이사장 한중열, 옥천살림)은 지역 농민·소비자들이 함께 만든 협동조합이다. 옥천살림은 옥천군이 지역 공공급식에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던 2008년(당시엔 옥천살림영농조합)부터 관내 초·중·고 19개소 및 어린이집·유치원 32개소에 백미를 공급했고, 2010년부턴 어린이집 27개소에 무상 급·간식 공급을 시작하는 등 지역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10년 10월엔 2010년산 무농약 벼 310톤 수매 협약을 맺기도 했다.

옥천살림 측은 옥천 행정당국의 ‘부분위탁안’이 실제론 옥천살림 등 민간주체를 철저히 배제하는 직영안이며, 부분위탁 시도는 “20여년 간 축적된 인적·물적 자원과 공적 자산을 일시에 허무는 자해행위”이자 “20여년 동안 먹거리 정책을 주요하게 담당한 생산자조직·법인과는 한마디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강행하는 것은 심각한 민·관 협치 훼손”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4일 옥천군 통합복지센터에서 옥천살림 주최로 열린 ‘옥천군 공공급식 부분위탁(안) 반대 결의대회’는 옥천살림 조합원 등 지역주민들이 모여 공공급식 부분위탁 반대 목소리를 높인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주교종 옥천살림 상임이사는 부분위탁안에 대해 “사실상 공공급식 관련 예산과 결정권은 행정이 틀어쥔 채 위탁업체들에겐 ‘(행정이) 시키는 것만 해!’라는 게 핵심”이라며, 공공급식 관련 전문성이 없는 행정당국이 일방적으로 공공급식 정책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민간주체와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지역 먹거리계획(푸드플랜)에 따른 공공급식 운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충청북도먹거리위원회(공동위원장 김영환 충북도지사, 윤병선 건국대 교수, 충북도먹거리위원회) 또한 황규철 옥천군수에게 “(옥천군의 부분위탁안으로 인해) 그간 옥천군이 민·관 협치를 바탕으로 일궈낸 성과가 훼손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크다”고 전한 뒤 “중소농·고령농·여성농·귀농인의 조직화를 통해 이뤄낸 옥천의 보물이 더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관계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략) 지난 20여년 간 옥천군이 먹거리를 매개로 보여준 주민자치와 민·관협치의 전통이 이어질 수 있도록 군수님이 직접 나서 갈등이 해소될 수 있도록 정성을 기울여 달라"고 건의했다.

윤병선 공동위원장 등 충북도먹거리위원회 대표단은 황 군수에게 지난 3일 직접 건의문을 전달하려 했으나 “11월 13일에나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서면으로 건의문을 전달해야 했다. 황 군수 및 이현철 옥천군농업기술센터 소장 등 행정당국의 옥천 먹거리계획 책임자들은 충북도먹거리위원회 대표단이 위 내용의 건의를 위해 직접 옥천을 방문했음에도 만나지 않았다.

한편 옥천군의 부분위탁안은 오는 6일 오후 옥천군의회 산업경제위원회에서 가·부결이 판가름날 전망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