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의 아픔과 기쁨을 도시민과 함께’

천주교 서울대교구 우리농, ‘가을걷이 감사미사 및 도‧농한마당잔치’

전국 13개 교구 가톨릭농민회 회원들, 다양한 지역 농산물 예물봉헌

  • 입력 2023.11.05 16:15
  • 수정 2023.11.05 16:16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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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올해 계속된 기후 재해로 고군분투해 온 농민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도시 소비자들과 교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본부장 이승현 신부, 천주교 우리농)가 5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2023년 가을걷이 감사미사 및 도‧농한마당잔치(도농한마당)’를 열었다.

천주교 우리농이 매년 진행하는 도농한마당은 농민과 도시민이 모여 한해 추수를 감사하고 가톨릭농민회(회장 신흥선, 가농) 회원들이 생산한 생명농산물(친환경농산물) 판로 확대 및 직거래 활성화로 농업‧농촌의 희망을 만드는 자리다.

이날 도농한마당은 빗줄기 속에서도 명동대성당 들머리 앞에 울려 퍼진 농민가로 시작됐다.

가농 회원과 우리농 활동가, 사제단 등 참가자들은 ‘농민들의 아픔과 기쁨을 도시생활자들과 함께’, ‘유전자조작 밥상 치워라’, ‘후쿠시마 핵발전소, 해양투기 반대’ 등이 적힌 깃발을 들고 서울 발산동성당 풍물패를 앞세워 명동 거리 일대를 돌며 도‧농교류 행사를 알렸다.

길놀이에 앞서 신흥선 가톨릭농민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길놀이에 앞서 신흥선 가톨릭농민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길놀이에 앞서 신흥선 가톨릭농민회 회장은 “우리 농민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어렵게 농사지어도 제값 받지 못하는 거다. 가농 회원들의 땀방울을 귀하게 여기고,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통해 지속 가능한 농사에 힘쓰는 교회에 감사하다”라며 “현실은 점점 더 어려워지지만,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해 생명농업 운동을 함께하는 많은 이들을 생각하며 힘내 농사짓겠다. 신자‧시민 여러분 생명농업을 살리는 운동에 함께 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유은연 우리농 생활공동체 회장은 “오늘 비가 와서 많이들 걱정하는 모습을 보니, 농산물을 키울 땐 비가 필요하지만 수확할 때 오는 비는 농민을 정말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일을 수없이 겪었을 농민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숙연해진다”라며 “오늘을 빌어 생명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들께 감사 인사드린다. 가농 여러분 한 해 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다. 농민이 행복한 세상 함께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안영배 신부(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전국상임대표, 안동교구)는 “오늘 이 자리는 한 해 동안 생명농업을 지키기 위해 애써온 농민들과 농민들과 삶을 늘 함께 해온 활동가들이 함께 마련한 아주 뜻깊은 자리다”라며 “모든 분이 더 많은 힘을 받고, 희망과 용기를 품고, 풍성한 나눔을 실천하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정현찬 가농 고문(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가톨릭농민회 회장‧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등 역임)은 “농민들이 농산물을 제값도 못 받는 현실이지만 그렇더라도 하느님께 감사한 뜻으로, 오늘 도시 소비자와 농민들이 한자리에서 대동 한마당을 벌인다”라며 “같이 어울리며 소비자들은 농민들을 한 번 더 생각하며 농민에게 힘을 주고, 농민들은 위로받을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라고 <한국농정>에 전했다.

명동성당 둘레에 마련된 각 교구별 생명농산물 나눔터(농산물 직거래 부스)를 방문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명동성당 둘레에 마련된 각 교구별 생명농산물 나눔터(농산물 직거래 부스)를 방문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명동성당 건물 둘레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친환경농산물과 이를 재료로 해서 만든 식품들로 가득 찬 직거래 장터 부스들이 빼곡히 들어섰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쌀, 각종 잡곡, 과일, 푸성귀, 가공품 등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붐볐다.

우리 농산물로 만든 갖가지 음식을 나누는 먹을거리 마당도 마련돼 흥을 더했다. 식재료는 모두 가농 생산기준과 우리농 물품 취급 규정을 지킨 농산물이며, 일회용 식기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등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천주교의 실천이 돋보였다. 한편 곳곳에 토종종자 지키기, 유전자조작 밥상 NO, 제철농산물로 만드는 생명밥상 레시피, 2024년 세계 가톨릭농민회 결의문과 농민권리선언, 기후위기와 식량위기 문제를 알리는 크고 작은 부스와 전시물도 마련됐다.

한편 이날 가을걷이 미사는 도농한마당 참가자와 일반 주일 미사 참례자로 통로까지 가득 찬 상태에서 거행됐다.

유경촌 주교(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교구장대리)는 미사 강론에서 “오늘은 농민과 도시민이 서로 감사하며 연대를 확인하는 자리지만, 농민에게 힘이 돼 주는 도시 생활자 우리농 회원 수가 농민들이 수고와 보람을 느낄 만큼 충분하지 않아 안타깝다”라며 “우리농 운동이 추구하는 생명농업은 토양을 황폐하게 하지 않고 미생물이 살아있는 건강한 토양을 유지하게 해서 대기 중에 탄소를 다시 흙 속에 가두는 역할을 한다. 생명농업은 단지 건강한 식량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중요한 길인 것이다. 이 자리가 여러분이 우리농 운동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동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5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2023 가을걷이 감사미사에서 가톨릭농민회 농민 회원들이 올해 생산한 농산물을 예물로 봉헌하고 있다. 
5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2023 가을걷이 감사미사에서 가톨릭농민회 농민 회원들이 올해 생산한 농산물을 예물로 봉헌하고 있다. 

이날 미사 중에는 전국 13개 교구 66개 분회에서 활동하는 농민회원들이 생산한 다양한 농산물이 미사 예물로 봉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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