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친환경 학교급식 실천

  • 입력 2023.11.05 18:00
  • 수정 2023.11.05 18:15
  • 기자명 이효희 경기지속가능농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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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희 경기지속가능농정연구소 소장
이효희 경기지속가능농정연구소 소장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까지 한국에서 기후재난의 대명사는 집중호우와 홍수뿐이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국지적인 농업가뭄 피해를 연속적으로 겪고 있고, 작년에 남부지방은 기상가뭄 일수가 227일로 최악의 가뭄을 기록했다. 앞으로 가뭄은 더 길고 더 심각하고 더 빈번해질 전망이다.

덥고 건조한 날씨에서 작물이 정상적으로 성장하기 어렵고 해충의 피해도 커진다. 수분이 부족한 상황은 살충제, 제초제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고, 독성이 덜한 화학물질로 분해되는 시간도 오래 걸려서 땅속에 축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뭄이 더 잦아지는 상황에서 해충의 살충제 내성과 잡초의 제초제 내성이 보편화 되면 생태환경의 오염 위험이 더욱 커질 우려도 있다.

생태계 파괴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현장에서 탄소제로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최소한으로 포장된 식품사용, 음식쓰레기 감소, 재생에너지 활용 등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기후친화적인 급식이 주목받고 있다. 저탄소 식단을 위한 기후친화적인 식품은 육류보다 식물성 식품과 같이 ‘탄소발자국’, ‘물발자국’이 적은 식품이며, 자연의 시간에 맞게 재배된 가까운 지역의 농산물을 의미한다.

지난 9월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임태희)은「학생인권조례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기존의 ‘친환경·근거리 농산물에 기초한 급식’ 대신 ‘안전하고 건강한 급식’을 제공하겠다고 입법예고(제23조 3항)를 했다. 정부가 일본의 후쿠시마 수산물도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한국사회에서 ‘안전’과 ‘건강’이라는 표현은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가령, 농산물 수확 이후 유통과정에만 초점을 두는 GAP(우수농산물관리) 농산물은 재배과정에서 농약과 비료 사용의 기준이 없다. 반면 친환경농산물은 땅을 착취하지 않으면서 생태계를 보호하며 미생물과 천적의 도움을 받아서 생산되고 학교급식으로 공급되기 전에 463종의 잔류농약 검사를 통과해야 하므로 높은 수준의 안전을 보장한다. 친환경 학교급식에서 가까운 먹을거리를 지향하는 까닭은 먹거리 소비를 통한 탄소 배출 감축과 글로벌 먹거리체계로부터 식량자급과 농민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와 지향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친환경 학교급식은 깨끗한 물과 비옥한 땅,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한편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 청소년들은 살충제와 제초제의 영향에 더 취약하고 항생제, 성장호르몬, 유전자변형생물체(GMO)의 섭취로 인한 체내 축적 기간이 성인보다 더 길다. 미래세대가 친환경급식을 함으로써 벌과 같은 수분매개자를 보호하고, 강물과 호수를 비롯한 자연생태계와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지킬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 친환경 학교급식을 통해서 비만과 섭식 장애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질 좋은 식단에 노출될 기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도 있다. 친환경 학교급식은 먹거리시민을 키우는 소비자 교육이자 지속가능한 탄소제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까지 친환경급식이 확대될 수 있도록 ‘친환경, 근거리’의 원칙을 더욱 강화하고 법과 제도로써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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