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산 소고기 수입위생조건안, 또 다시 국회 계류

한우협회 “추가개방 전 한우농가와 ‘최소한의 약속’ 필요”
농해수위 여야의원들, ‘산업대책 필요하다’ 공감대 형성

  • 입력 2023.11.01 15:35
  • 수정 2023.11.02 08:52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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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달 31일 프랑스·아일랜드산 소고기 수입위생조건안 심의를 위해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프랑스·아일랜드산 소고기 수입위생조건안 심의를 위해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정부가 유럽연합의 개방 압박을 이유로 프랑스·아일랜드산 소고기의 수입 허용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우 농가들은 ‘한우법’ 제정 등 추가 보호책 없이는 더 이상 소고기 시장개방이 불가하다며 맞서고 있다. 국회는 약 2년 만에 재차 안을 살폈으나 한 차례 더 결정을 미뤘는데, 농해수위 의원들은 국제적 여건 속에 추가개방을 피하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한우 농가들의 호소에 더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가 '적극적 대책마련'을 요구한 상황에서 정부가 농가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소병훈, 농해수위)는  지난달 31일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가 제출한 프랑스·아일랜드산 소고기 수입위생조건안을 심의했다. 해당 심의안은 해당국가의 수입요청에 따라 지난 2021년 5월 제출된 이래 현재까지 2년 6개월째 계류 중으로, 최근 프랑스 농무부 장관이 이 문제를 두고 올해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를 찾아 WTO 제소를 직접 거론하는 등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가 지난 2000년 유럽산 소고기의 수입을 금지했던 이유가 현지의 소해면상뇌증(BSE, 일명 광우병) 발병이었던 만큼, 이날 출석한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가 시행된 이후 세계적으로 BSE 발생은 거의 0에 가까워졌고 세계동물보건기구도 위험무시국 지위를 가진 국가에 대해 별도의 교역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식품부는 국내 소비자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한우 사용 농가 보호 등을 위해 특정 위험 물질이 제거된 30개월령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는 등 국제 기준보다 강화된 수입 위생 조건안을 마련했다”라며 절차의 원만한 마무리를 위한 협조를 부탁했다.

반면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은 현재 대부분의 농가가 생산비 기준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인데다, 지금껏 계속된 FTA 체결로 인해 늘어왔던 수입량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특히 그간의 수입개방에 따라 약속한 지원 내용이 이행되지 않아 농가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며 ‘원천 반대’ 의사를 표했다.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익을 위해 수입해야만 한다면 한우산업 보호 및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한우협회는 전제조건으로 △여야 발의 ‘한우법’의 연내 제정 △가격안정보장제·공익직불제·사료안정기금제도 등 도입을 통한 수급조절·소득안정 제도마련 △축산물직거래활성화지원사업 재개·송아지생산안정제 보완·농어촌상생기금 1조원 목표 달성 등 기존 FTA 보완대책의 정상화를 들고 있다. 김삼주 회장은 “한우 농가들에게 올해는 수취가 폭락과 생산비 증가로 너무 힘들었던 한 해였는데, 내년에도 더욱 힘든 시기가 될 것 같아 걱정”이라며 “지방소멸의 시대에 한우 농가까지 무너진다면 이제 농촌을 지켜나갈 동력은 전무하다고 본다. 정부와 국회에서 한우산업과 농촌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약속을 해주시기를 바란다”라고 요청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프랑스·아일랜드산 소고기 수입위생조건안을 심의하고 계류를 결정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프랑스·아일랜드산 소고기 수입위생조건안을 심의하고 계류를 결정했다.

 

여야 의원들은 한우산업 보호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윤준병 의원은 “당시에는 피해를 보전해주겠다 약속해 놓고 시간이 지나면 허언에 불과한 결과로 귀결되는 사례가 왕왕 있었는데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지적했고, 정희용 의원도 “수입 물량이 들어오면 우리 한우 농가가 어떻든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데, 지금 축산업 전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산업을 지킬 것이며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며 “물과 기름처럼 한우협회는 요구하고, 농식품부에서는 검토는 하는데 실행되는 건 없고, 이래서는 안 된다. 종합적·구체적 실행 계획이 필요하다”라고 보탰다.

정 장관은 한우산업 관련 대책에 대한 질의가 계속되자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약속하겠다”라며 “제도 개선안은 내년 1월에 발표하기로 돼 있고 생산자들도 참여하고 있는 만큼 전국한우협회 의견을 충분히 들어 반영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반영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여러 가지 요구안 가운데 한우법 제정요구 만큼은 축종별 형평성·법 집행의 효율성 등을 이유로 '축산법 개정이 더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농식품부의 오랜 입장을 다시금 견지했다. 

정 장관은 회의 내 수차례 'WTO 제소가 실제 진행될 경우 이길 가능성이 없고,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부를 수 있다', ‘반대 의견을 얼마든 담더라도 채택을 부탁드린다’ 등 채택을 읍소했으나 농해수위는 일단 어느 쪽의 손도 들지 않고 한 차례 더 결정을 미뤘다. 소병훈 농해수위원장은 “두 건의 수입위생조건안 심의 모두 심도 있는 심사를 위해 계속 심사가 필요하다”며 이날 전체회의 계류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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