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로 쫓겨날 처지에 놓인 삽다리 농민들

“손가락이 휘어질 만큼 힘들게 일궈온 농토 빼앗으려는가”

  • 입력 2023.10.29 18:00
  • 수정 2023.10.29 21:38
  • 기자명 김희봉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
 

내포역세권 개발사업의 토지 강제수용 방침에 반대하기 위해 열린 지난 11일 주민들의 집회 모습.
내포역세권 개발사업의 토지 강제수용 방침에 반대하기 위해 열린 지난 11일 주민들의 집회 모습.

대대손손 땅만 보고 농사지으며 살아온 충남 예산군 삽교리·평촌리 농민들이 지역개발이란 미명하에 농토와 마을 공동체가 없어질 것이란 걱정으로 술렁이고 있다. 예산군이 신삽교역 역세권 개발을 추진하면서 환지개발 계획을 뒤늦게 수용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갈등은 한층 격화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26일 예산군청을 찾아 이익수 예산군 도시건축과장에게 주민들의 주장을 전달했다. 장준현 내포역세권개발대책위원장은 “예산군이 서해선 복선전철 신삽교역 역세권 개발 추진계획에서 ‘2040년 10월에 실시계획인가(환지계획인가) 승인 및 손실보상 추진’이라고 적시해 주민을 현혹시켰다”고 항의했다. 최상준 삽교리 이장도 “수십년 동안 손가락이 휘어질 만큼 힘들게 일궈온 농토를 빼앗으려는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이익수 과장은 “처음 환지 방식을 고려했다가 막대한 개발비용을 주민들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고 수용 방식을 협의해나갈 생각이다. 다만 지금은 용역 단계로 그 어떤 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대책위 측은 환지 계획이 뒤집힌 이유를 김태흠 충남도지사에게서 찾고 있다. 김태흠 지사가 ‘예산군민과의 대화’ 당시 주민 질의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환지 불가’ 방침을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광남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사무처장은 “내가 사는 예산에서 또다시 개발이란 허울로 농지 위에 아파트 지어 땅 투기하려는 수작이 벌어지고 있다. 어느 정권이고 농민들 땅 가지고 개발이란 명목으로 토건세력과 투기꾼들의 배만 채워 왔다”면서 “개발예정지 총 27만4,000평 중 85%가 농지다. 농민들의 생계터전을 빼앗으면 농민들은 어디 가서 먹고살란 말이냐”라고 맹비난했다. 향후 대책위는 해당 부지에 농지사용 승인 허가가 나지 못하도록 담당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를 압박해 나갈 계획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