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한의학과 음양오행

  • 입력 2023.10.22 18:00
  • 수정 2023.10.22 19:34
  • 기자명 허영태(포항 오천읍 허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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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음양오행은 한의학의 기본이론이라고 합니다. 저도 한의대 학창시절 이게 뭐지 하면서도 음양이 이렇고 목화토금수는 저렇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음양은 2가지로 대별되니 쉽게 다가오는데 오행은 5가지로 설명하니 상대적으로 어렵게 여겨집니다. 오행은 목화토금수, 즉 나무·불·흙·쇠·물의 5원소를 이야기합니다. 이는 동양고전 사서삼경 중 <서경>이라는 책에 나오기 시작합니다. 서양에서는 기원전 5세기 엠페도클레스라는 그리스 철학자가 바람·물·불·흙 4원소로 만물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비슷비슷합니다.

서양이나 동양사람 모두 이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서양에서는 물질을 이루는 원소 그 자체에 주목했다면 동양은 그 목화토금수 5가지 원소의 변천, 운행을 더 중시해 오행이라 불렀습니다. 그래서 목화토금수에서 순서대로 ‘나무는 불을 생기게 하고’ ‘불은 흙을 생기게 하고’ 등으로 확장되어 나갔습니다.

저도 사실 제 아들 이름을 지을 때 오행설을 따르기도 했습니다. 제 이름에 물 수(水) 한자가 있으니 오행을 따라 물 수(水) 다음 한자 나무 목(木)자를 저의 첫째 아들 이름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둘째 딸의 이름을 지을 때는 오행설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남녀차별이 아니라 학창시절 들었든 의문인 ‘음양오행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음양오행의 근저에는 세상 모든 만물은 변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래로부터 한의학의 기본이론이었다는 음양오행론이 ‘과연 현재에도 타당한가’라는 물음을 가져야 합니다. 사회과학이론은 실천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고 자연과학이론은 실험을 통해 검증하면 됩니다. 한의학은 두루뭉술한 관념이 아니라 과학입니다.

오행론 중 일부는 목화토금수를 각 청적황백흑 색깔에 배속하고 이를 다시 인체 오장(五臟) 간심비폐신에 연결시켜 설명하기도 합니다. 푸른색은 간에 좋고 붉은색은 심장에 좋다는 식입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대파의 흰 부분이 폐에 좋으니 감기에 효과가 있다고 파의 밑동 흰 부분만 달여먹으라고 설명하는 누리집도 있습니다. 맞니 틀리니 책에 쓰여 있다느니 어떻다느니 할 것 없이 실험을 통해 증명해보면 됩니다.

과거의 것이라고 무조건 따르거나 반대로 이유 없이 배척해서도 안 됩니다. 근거를 갖고 취사선택해야 합니다. 하지만 음양오행이론은 과거 환자를 치료하면서 쌓이고 축적된 이론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틀로써 먼저 만들어지고 이후 한의학에 적용된 경우입니다. 따라서 사리나 이치에 맞지 않는 억지 끼워 맞추기 경향도 분명히 있습니다. 지금 시대엔 이것을 검증할 과학적 토대가 마련되고 있습니다. 확인을 통해 한의학에 음양오행이론을 어떻게 적용할지, 아니면 일부 수정할지, 전면 폐기할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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