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 블랙리스트’까지 만드나

  • 입력 2023.10.22 18:00
  • 수정 2023.10.22 19:34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3년 국정감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국회 농해수위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특히 기후위기 속에서 농사를 짓고 농업소득은 매년 감소해 어려움에 처해 있는 농민들의 심경을 대변해 농정당국을 감사해야 한다. 윤석열정부의 농업정책은 과연 농민들의 숨통을 열어주고 있는지 점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16일 농해수위 소속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이 진보성향 농민단체가 보조금을 받아 정권 퇴진 집회 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이를 문제 삼았다. 홍문표 의원은 농림축산식품부와 전국 지방정부에 특정 4개 농민단체 보조금 지원 현황만 자료제출을 요구했고, 이를 토대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이 윤석열정권 출범 이후 교부받은 보조금을 사용해 농민대회를 개최하고 정권 퇴진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전여농은 ‘여성농민들의 권익신장’ 등을 내걸고 활동하는 농민단체다.

홍문표 의원은 전여농을 포함해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쌀생산자협회·가톨릭농민회 등의 농민단체들이 윤석열정권 출범 이후인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농식품부와 전국 지방정부로부터 ‘농업인 단체 육성지원’ 또는 ‘사업지원’, ‘농민전진대회’ 등의 사업 명목으로 5억4,400만원의 보조금을 교부받았는데, 보조금 지급 방향과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 ‘좌편향 농민단체’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023년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농업·농촌·농민의 현실은 위기 진단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생산비 폭등과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농업소득이 20년 만에 최저로 추락한 상황이다. 이런 현실을 바꿔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농정당국을 압박하고 농업 현장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이끌어내는 일이 농민을 대신해야 하는 국회의원의 책무다. 식량위기를 극복할 농업분야 과제가 하나둘이 아닌 상황에 여당 중진의원이 농민단체를 ‘편향된 시각’으로 매도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행태다. 국정을 감사하는 자리에 농민권익을 위해 활동하는 농민단체를 끌어들여 ‘갈등과 분열’의 수단으로 삼으려 하는 모습은 지극히 실망스럽다.

홍문표 의원은 “보조금을 이용해 정권 퇴진운동에 참여하는 ‘정치편향적 농민단체’들에 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노골적으로 지적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각 지자체에 4개 단체(전농·전여농·가톨릭농민회·전국쌀생산자협회)만 표적물로 삼아 보조금 지원내역을 요구하더니, 이 단체들을 ‘정치편향적 농민단체’로 낙인 찍어버린 것이다.

농민들이 윤석열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윤석열정권의 반농민정책 때문이다. 생산비가 보장되고 생활할 수 있는 공정가격이 보장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1호 거부권을 행사하고, 생산비 폭등 무대책으로 일관하며 물가 핑계로 농산물을 저관세·무관세 수입(TRQ)으로 농업을 파괴하고 농민의 근간을 흔들고 있기에 농민들은 법 개정 요구, 예산안 반영을 요구하다 급기야 정권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백번 양보해 홍문표 의원의 주장이 농민단체의 관리 감독을 주목적으로 뒀다면 모든 농민단체 보조금을 조사해 실태를 점검하면 될 일이다. 4개 단체만 특정해 문제라고 몰아가는 것은 과거 이명박 대통령 시절 문화예술인들을 분열시키고 탄압하던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현 정부의 모습을 보면 절망적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문제로 사퇴한 사람이 장관에 재발탁되지 않았나. 농업계는 진정 농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국회의원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