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우리는 다시 돌아가는 게 나아

  • 입력 2023.10.22 18:00
  • 수정 2023.10.22 19:34
  • 기자명 김덕수(강원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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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수(강원 춘천)
김덕수(강원 춘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춘천농민회. 내가 속해 있는 농민회의 공식 명칭이다.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춘천시도 아니고 춘천군도 아니고 춘천농민회라고 공식적으로 부른 지 30여년이 지나가고 있다. 다른 농민단체 심지어 전농에서도 춘천시농민회라고 부르는데, 우리 농민회 규약에는 춘천농민회라고 적혀 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춘천시장 후보들에게 농정공약을 제시했었다. 그중 핵심 공약이 춘천시장 농정특보 채용이었다. 여야 할 것 없이 후보들의 공통된 답변은 같았다. 농업이 생명산업이고 춘천의 주요 산업인 것은 맞지만, 농정특보를 특별히 채용하긴 힘들다. 시장 본인이 직접 챙기겠다. 걱정 마시라. 그러나 모두 허상이었다.

농업·농촌이 국정에서 소외된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정부의 개방농정으로 인한 농촌·농업의 몰락은 누구나 다 이야기할 정도로 상식이 됐다. 그런데 이것도 모자라 춘천처럼 시·군 통합 여파로 인해 읍·면지역의 몰락이 더욱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는 지역도 있다.

춘천시는 시를 둘러싸고 있는 춘성군과 통합해서 현재의 춘천시를 이루고 있다. 통합 당시엔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통합에 찬성했지만, 이후 30여년이 지나도록 단 한 번도 춘천시에 통합된 것을 자랑스러워하거나 행복해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시·군 통합 이후 면지역에는 시에서 배출되는 각종 쓰레기를 처리하는 시설이 자리 잡아왔고, 골프장을 비롯해 산림과 농지를 훼손하는 각종 사업들이 추진되기 일쑤였다. 이러한 사업들이 진행되면서 땅값을 올린 결과로 농지는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투자, 투기 목적의 부동산으로 전락돼 버렸다. 농사짓는 농민으로서 농지를 소유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상황에 처한 것이다.

또한 춘천시의 개발 위주 사업에 밀려 농업예산은 해를 거듭할수록 축소됐다. 전체예산 대비 10%는 고사하고 4~5% 정도로 매년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마을마다 전업농은 찾아보기 힘들고 겸업농이 대부분이며, 이러한 현상들은 계속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예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시내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농장으로 출퇴근하는 사례는 이미 보편화됐다.

2023년에도 어김없이 농민의 날, 11월 11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1년 농사를 마무리하고 그동안의 수고를 서로 자축하며 하루를 즐길 수 있는 날이다. 농민단체에서 주관하는 농민의 날 한마당 행사 때 춘천시장들은 하나같이 축사한다. 시의원들, 관계기관 공무원들도 농민들 앞에 나서서 이야기 한다. “내년 춘천시 예산에서 농업예산이 10%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춘천농업에 더 신경 쓰겠다”고, “어려운 게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사람들은 열심히 박수를 친다. 하지만 모두 허상이다.

농민들은 이러한 행태를 보며 술 한 잔, 담배 한 개비 물고서 한탄스럽게 이야기한다. “옆 동네 화천, 양구를 보면 춘천에서 농사지을 맘이 싹 사라져.”, “반값농자재 사업을 비롯해서 여타의 농정을 보면 춘천은 인근 군 지역이 하는 것의 반도 안 돼.”, “차라리 계속 이럴 거면 30년 전 춘성군 시절이 더 나아.”, “이참에 분리하자고 해볼까? 다시 돌아가면 농업·농촌이 이렇게 홀대를 받지는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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