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울리는 수입쌀, 관세화 이후 9년간 누적손실 2조5천억원

매년 40만8,700톤 구입·관리비로 연간 4,752억원

2030년 국별 할당 물량 재협상 가능, 전략 찾아야

  • 입력 2023.10.13 15:49
  • 수정 2023.10.13 15:59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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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정부가 매년 수입하는 40만8,700톤 외국산 쌀의 지난 9년간 누적손실액이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쌀 수입비용도 급증해 예산지출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2030년이면 국가별 할당물량 재협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쌀 관세화 이후 9년 간 수입양곡비용 누적손실액이 2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쌀 관세화 이후 9년 간 수입양곡비용 누적손실액이 2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입양곡비용의 누적손실액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쌀 관세화 개방 이후부터 올해 8월까지 △수입쌀 구입비용은 3조5,755억3,100만원 △부대관리비용은 4,752억3,300만원으로, 지난 9년간 매년 40만8,700톤을 수입하고 관리하는 데 모두 4조507억6,400만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수입쌀 판매가격은 1조5,869억원에 불과해 같은 기간 누적손실액 규모는 2조4,638억원6,400만원에 이른다. 매년 약 2,700억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수입양곡대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인데, ‘정부양곡관리비’에서 지난 3년간(2019~2021년) 1,032억1,900만원을 ‘수입양곡대’로 전용(TRQ쌀 도입단가 상승 등의 이유)하는 일도 발생했다. 정부양곡관리비는 공공비축미곡·AFTER·TRQ쌀의 보관·가공·운송 등의 비용을 지출하고 정부양곡 관리를 위한 지자체 지원에 쓰는 예산이다. 내년 예산안 중 수입양곡대 예산이 6,162억6,200만원으로 지난 2018년 3,865억원과 비교해 59.4%가 늘어난 것도 눈여겨 봐야 한다.

특히 신정훈 의원은 40만8,700톤(국가별쿼터 38만8,700톤+글로벌쿼터 2만톤) 중에서 단가가 비싼 중국쌀 15만7,195톤(38.5%)과 미국쌀 13만2,304톤(32.4%) 등의 비중이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 의원은 “2022년산 밥쌀용 미국산 중립종 계약단가는 톤당 1,998달러인데, 베트남산 장립종 619달러와 태국산 623달러에 비해 3배나 높다”고 실태를 전하면서 “미국산 중립종 계약단가의 경우 전년 1,437달러 대비 40% 가량 치솟았다”고 우려했다. 가공용쌀의 단가 역시 중국·미국산이 높다. 중국산 가공용 단립종과 미국산 가공용 중립종은 톤당 각각 1,070달러로 베트남산쌀 단립종 602달러, 태국산 장립종 521달러와 크게는 2배가량 차이가 난다.

신 의원은 “TRQ쌀 수입은 현재 국가별 쿼터만 있을 뿐, 수입시기·곡종·용도에 제한이 없다”면서 “이런 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수입양곡대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TRQ쌀 운용 사례와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신 의원은 “일본이 국가별 계약단가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가격 파악은 어렵지만, 일본의 경우 미국 중립종이 44.8%이고 태국 장립종 비율이 42.7%”라면서 “우리 정부도 좀 더 저렴한 곡종 비율을 높여 갈 방법을 적극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본은 2022년 의무수입쌀을 식용과 가공용으로 단 13.5%만 사용했다. 대신 사료용으로 84%, 원조용으로 2.5% 사용했으며 지난 2019년에는 식용·가공용으로 27.3%만 사용했을 뿐 매년 그 비율을 축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20년 1월 1일 발효된 조약(제2446호) WTO 쌀 관세화 검증 관련 ‘호주·중국·미국·태국·베트남과 우리나라 정부 간의 협정’ 5항에는 ‘이 협정의 발효년도 후 10년이 되는 해에 한국은 특히 쌀의 국내 수요 및 국제 교역 흐름을 고려해 제1항의 국별할당물량 배분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협정의 모든 당사국이 동의하지 않는 한 국별할당물량을 조정하지 않는다는 단서도 붙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조문 그대로 보면 2030년에 재협상한다는 건데, 전례가 없어서 가능성 등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가 관세 5%로 수입하는 TRQ쌀 40만8,700톤은 국내 쌀시장의 ‘구조적 공급과잉’을 초래하는 상황이며 비용부담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2030년 재협상 시기를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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