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179] 애지중지

  • 입력 2023.10.15 18:00
  • 수정 2023.10.15 19:08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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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8년 전 귀농해 친환경 알프스오토메 농사를 시작했으나 경험과 실력 부족으로 4년 만에 실패하고, 5년 차에 시나노골드와 후지를 다시 식재해 올해 처음으로 유기농 시나노골드를 소량이나마 수확할 수 있었다. 그동안 멘토로서 지도해 주신 한연수 농부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오는 11월 초에 수확할 미야비후지를 합쳐 금년도 전체 생산량은 약 300kg 정도 될 것 같은 데, 벌레 먹거나 썩은 것, 못생긴 것, 너무 작은 것, 그을린 것, 떨어진 것 등 내가 먹을 것을 제외하면 약 210kg 정도는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는 물량도 적고 해서 SNS에 판매글을 올렸는데 그날 밤에 주문을 더 받을 수 없을 만큼 많은분들이 구매해 주시고 격려해 주셨다. 사실 처음으로 판매해 보는 것이라서 나름 준비할 것도 많고 신경 쓰이는 일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큰 것, 작은 것 구분하지 않고 아홉과가 담기는 박스에 3kg 정도로 맞춰 담고, 포장하고, 농협에 가져가 발송하게 되는데 이 모든 걸 아내와 둘이 했다. 한 박스당 택배비는 4,500원인데, 그중 농협이 1,000원을 보조해 실제론 3,500원이다.

어쨌든 이름을 걸고 생과를 판매하다 보니 걱정이 많이 된다. 가격이 너무 비싼 것은 아닌지, 구매해 준 분들이 맛이나 품위에 만족할지, 택배과정에서 흠이 나지는 않았는지 등이다. 그럼에도 무엇보다 조금이나마 환경과 생태를 살리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친환경 유기농사꾼을 이해해 주시고 구입해 주시는 분들께 고마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천신만고 끝에 생산한 유기농 사과는 내게는 세상의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하고 소중한 것이다. 애지중지 그 자체다. 서투른 농사일과 시행착오 끝에 이제 겨우 조금이나마 감을 잡기까지 8년이 걸렸다.

금년 한 해 농사만 하더라도 유기농 사과를 생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퇴비주기, 동계 전지하기, 유기기계유·자닮오일·자닮유황 살포하기, 석회보르도액·백두옹·돼지감자 삶은 물·청충불패 살포하기, 미생물 발효액 만들어 살포하기 등 거의 매일 오전 시간에는 작은 과수원에서 살다시피 하며 보살폈다. 또 기후변화로 인한 냉해, 폭우, 병충해와 씨름해야 했다. 어린아이 돌보듯 한시도 한눈을 팔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모든 농사가 그렇듯 과수농사도 이렇게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됐다.

이렇게 애지중지 키운, 아니 자라 준, 시나노골드 사과 한 개 한 개는 값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에게 아무리 소중한 것이라 하더라도 사과 한 개의 가치는 시장가격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는 상품으로서의 가치만이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유기농 사과 한 개의 본질적 가치는 환경과 생태를 살리는 일, 그리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일 등일 것이지만 사과 한 개의 가격에 모두 담기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가치를 비교역적 가치, 또는 공익적 가치라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가치에 대한 보상을 소비자가 모두 직접 부담할 수는 없기 때문에 국가가 당연히 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직접지불금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나라도 지급하고는 있으나 타선진국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아무튼 첫 수확의 설레임과 판매에 따른 소비자, 지인들의 반응이 걱정되기도 하는 요즈음이다. 그래도 응원해 준 모든분들께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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