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벼 병충해 예상보다 심각, 수확기 농민 근심 가중

해남·곡성·장흥 등 일부 지역서 혹명나방 등 피해 확인
수확 시작된 가운데 생산량 감소 및 상품성 하락 우려

  • 입력 2023.10.15 18:00
  • 수정 2023.10.15 19:08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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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깨씨무늬병과 흰잎마름병이 확산된 전남 해남군 산이면의 벼 재배지. 병이 퍼지지 않은 뒤쪽 논의 모습과 병반이 퍼진 앞쪽 논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해남군농민회 제공
깨씨무늬병과 흰잎마름병이 확산된 전남 해남군 산이면의 벼 재배지. 병이 퍼지지 않은 뒤쪽 논의 모습과 병반이 퍼진 앞쪽 논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해남군농민회 제공

 

가을걷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전남 지역 벼 재배 농민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올해 여름과 초가을 잦은 강우와 고온 등의 영향으로 병충해가 급속도로 퍼져 생산량과 상품성에 영향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전남 곡성군에선 혹명나방 피해가 평년보다 극심한 것으로 확인된다. 옥과면에서 친환경 단지를 중심으로 피해가 확인되는 추세며 석곡면에서도 피해 필지가 적지 않다는 소식이다. 피해를 본 알곡이 말라 비틀어져 버린 탓에 알곡이 거의 없고, 수확한 물량 대부분이 쭉정이라는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농민 정홍균씨는 “다른 면에서도 피해가 관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생산량이 농민들 예상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재배 중인 필지 중 3,000평에서 피해가 나타났는데, 따져 보니 지난해 수확량의 절반도 안 된다”며 “작황 자체도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데다가 수확·건조한 뒤 완전립 비율이 낮기 때문에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 강우가 잦았던 탓에 평년보다 2~3회 추가로 방제했지만 피해가 나타나 안타깝다”고 전했다.

아울러 수확 막바지에 접어든 입면에선 혹명나방과 더불어 잎마름병으로 인한 피해가 예상을 뛰어넘은 것으로 파악된다. 조충환 입면농협 전무는 “현재 계약재배 면적(230~240ha)의 산물 벼 수매를 진행하고 있는데, 수량도 10~20%가량 감소했지만 상태도 별로 좋지 않다. 쭉정이가 많고 완전립 비중이 평년보다 확실히 떨어진다”라며 “올해 긴 장마와 개화기 때 내린 많은 비로 수정이 덜 된 영향도 있고, 습도가 높은 상태로 계속 유지되다 보니 공동방제를 자체적으로 실시했음에도 흰잎마름병과 혹명나방으로 인한 피해가 발현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해남군 산이면에서도 깨씨무늬병과 흰잎마름병이 등숙기 전후로 빠르게 확산된 까닭에 수확기를 맞은 농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남군농업기술센터에서도 올해 산이면의 벼 병충해 피해가 지난해와 평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자체 조사 결과 피해면적은 산이면 전체 재배 면적의 5~10% 정도며, 재해로 판단하기에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다.

정거섭 해남군농민회 산이면지회장은 “깨씨무늬병과 흰잎마름병이 동시에 와서 병반이 포전의 90%에서 확인되고 있다. 수확을 앞둔 들녘에 최근 나가보면 온전한 것이 없을 정도다. 극심한 생산량 감소가 우려된다”라며 “농민들은 병 발생의 원인을 올해 유독 긴 장마와 잦은 강우 등의 이상기후로 짚어내고 있는데 지자체와 농업기술센터에선 이미 농업재해 피해 조사·접수가 끝난 상태라며 대책 마련에 한발 물러난 모양새라 답답한 마음이 크다. 피해가 뒤늦게 나타나는 작물에도 재해복구비 지급이 가능하게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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