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1,300원에 원유 사도 우리보다 우유가 싸다고요?

우유값, 정말로 농가 생산비와 경쟁력만의 문제일까 … 사실은

  • 입력 2023.10.12 19:17
  • 수정 2023.10.13 21:57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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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경기도 안성시의 한 낙농가에서 착유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경기도 안성시의 한 낙농가에서 착유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1일 새 원유기본가격이 적용된 이래 ‘밀크플레이션(우유를 뜻하는 밀크와 물가상승현상을 뜻하는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란 용어가 다시 한 번 기사 가판대를 점령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다른 나라의 소비자가격을 들며 1L 한 팩 3,000원에 도달한 우리나라의 우유값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만 강조할 뿐, 우리가 왜 이 가격에 우유를 사는지 정확히 설명하는 내용은 찾기 힘들다. 오히려 아직도 ‘원유가격연동제’로 인해 생산비에 따라 오르기만 하는 원유기본가격이 제일 큰 원인인 양 지목하는 기사들이 상당수다.

예시로 많이 등장하는 일본의 우유가격이 우리나라보다 싼 것은 맞다. 그런데 일본의 유업계가 우리나라보다도 더 비싼 생산원가를 지불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처럼 시장논리가 아닌 생산자-구매자 간 ‘협상’을 기반으로 최근 연쇄적 원유가격인상까지 단행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생산적 측면에서 한국과 낙농환경이 가장 비슷한 나라로 꼽히는 일본은 마찬가지로 농후사료의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기에 최근 축산 생산비 상승의 여파를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는 처지다. 때문에 일본은 올해 들어 전례 없는 수준의 원유가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음용유·가공유 각각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기간 내 두 번의 인상 결정이 있었다.

가공유의 경우 이를 가장 많이 취급하는 홋카이도 호쿠렌농업협동조합의 가격이 전국 지표가 되는데, 지난 4월 이미 1kg 당 10엔(약 90원) 올린 데 이어 오는 12월부터는 6엔을 더 올려 최대 97엔을 지급할 예정이다. 음용유 가격 역시 지난해 11월 10엔을 올렸다가 불과 9개월 뒤였던 지난 8월에 10엔을 더 올렸다. 홋카이도를 기준으로 현재 음용유 구매가격은 1kg 당 140엔을 넘어섰다. 우리 기준으로는 1L당 약 1,300원에 이르는 가격이다. 지난 10월 1일 인상된 우리나라의 원유기본가격은 음용유 1,084원·가공유 887원으로 음용유의 경우 200원이 넘는 차이가 나는 셈이다.

연속된 인상으로 우리보다 한참 더 높아진 생산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우유 소비자가격은 여전히 한국보다 싸다. 일본도 요즘 우유 소비자가격 인상이 화두인데, 소비자 반감과 농림수산성의 대책 강구를 불렀다는 가격이 1리터 당 250엔(2,250원)선이다. 그나마도 두 차례 이어진 음용유용 원유 인상 전의 가격은 2,000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양국의 우유소비자가격을 갈라놓는 핵심에 ‘생산비’가 아닌 ‘유통마진’이 자리하는 점만은 명확하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우유소비자 가격에서 낙농가의 수취가 및 유업체의 제조마진을 뺀 나머지, 즉 유통마진이 차지하는 비율은 35%에 근접하지만, 일본에서는 17% 수준에 불과하다. 비슷한 생산비, 심지어 최근에는 더 높은 생산비를 기록하고도 실제 소비자가 접하는 가격이 여전히 20% 이상 저렴할 수 있는 이유다.

유통구조 개선 의제는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지난 10년 넘게 언급한 부분이나, 최근의 낙농제도 개편 과정에서도 논의 선상에 오른 것은 결국 원유가격생산비연동제 뿐이었다. 유통비용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만일 생산비를 낮추는데 성공하더라도 소비자가격에는 큰 영향이 없다.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안으로 유럽산 멸균우유가 자주 언급되는데, 생산지 유럽연합의 원유 구매가는 국가마다 편차가 있지만 대개 kg당 0.5유로(640원) 이내다.

이를 뒤집어보면, 설령 우리나라 낙농이 혁신적 기술개발과 제도개선을 통해 생산비 문제를 해결하고, 유업체들이 지금보다 400원이나 저렴하게 생산한 국산원유를 구매할 수 있다고 가정해도 진열대에는 여전히 일본보다 비싼 우유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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