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민과 농업·농촌의 연결망, 치유농업

  • 입력 2023.10.08 18:00
  • 수정 2023.10.08 20:46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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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가 끝나고 모두 바쁜 일상으로 복귀했다. 추석 차례상에 올라왔던 햅쌀이 이제 본격적으로 수확되는 시기다. 긴 추석 연휴는 끝났지만 농업현장은 가장 바쁜 수확철을 맞이했고 우리 앞에 남겨진 과제는 여전히 산더미다. 현재와 같은 암울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남겨진 과제 하나하나가 해결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듯 보인다.

정치가 실종된 사회에서 많은 사람은 사회적 불신을 가득 안은 채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그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그 누구도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사회 속에서 많은 이들은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농촌도 마찬가지다. 농민들은 생산비 폭등과 농산물값 하락으로 시름하며 내년 농사를 어찌 지속해야 할지 모르는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농정철학은 실종됐다.

지난 30여년간 경쟁력 강화를 요구받은 농민들은 수천, 수억원의 농가부채에 시달리며 압박감 속에 살고 있다. 여전히 수출농업, 규모화, 기업농 육성으로 더 많은 빚을 내어 농사짓기를 종용하는 농정에 전환이 필요하다. 패러다임의 전환을 얘기할 때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는 빼놓을 수 없다. 농업·농촌이 갖는 무궁무진한 가치를 더 증진시키고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많은 정책을 발굴해야 하는데 최근 치유농업을 통해 농업·농촌의 가치가 되새겨지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의학적인 치료뿐 아니라 정서, 심리, 인지적 건강을 도모할 수 있는 활동이 중요한 경우가 많다. 바로 치유농업을 통해서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다. 치유농업은 도시민과 농업·농촌의 관계이기도 하다. 농업·농촌의 자원을 이용하여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게,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치유농업이다.

네덜란드, 유럽, 미국 등 많은 국가에서 치유농업에 투자하고 치유농업을 국가 정책으로 지원하고 있다. 치유를 위해 농업·농촌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한다는 것은 농업·농촌이 사람들의 정신적 건강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2020년 3월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치유농업법)’을 제정하면서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는 등 치유농업을 도입·시행하고 있다. 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치유농업은 국민의 건강 회복 및 유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이용하는 다양한 농업·농촌자원의 활용과 이와 관련한 활동을 통해 사회적 또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많은 지역에서 치유농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있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치유농업 관련 시책 수립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기도 6개 시·군에서는 치유농장을 시범운영 중에 있고 11월에는 치유농업센터를 개관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치유농장을 2028년까지 130개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어 치유농업 분야가 더 활성화될 전망이다.

흙을 만지고 식물과 접촉하며 식물을 돌보는 과정에서 안정을 찾고 우울과 불안도 줄어들게 된다. 농업·농촌이 가진 공익적 가치가 치유농업을 통해 더욱 발현되고 농업·농촌은 도시민의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관계망으로 작용할 것이다. 치유농업으로 농업·농촌이 더욱 도시민 가까이에 다가서고, 도시민과 농업·농촌의 관계맺음을 통해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더욱 높여나갈 수 있는 방안을 더 적극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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