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말대답 하지마” … 농식품부 공공기관 10명 중 3명, 농식품부 갑질시달려

어기구 의원 “농식품부, 산하기관 갑질 근절해야”

전농노련, 10개 공공기관 갑질 설문조사결과 발표

  • 입력 2023.10.06 17:51
  • 수정 2023.10.07 23:0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 산하기관 노동자 10명 중 3명은 상급기관인 농식품부의 갑질에 시달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3년간 갑질로 견책 이상의 징계처분을 받은 농식품부 공무원도 9명이나 되는 상황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전국농업노동조합연합회(의장 서권재 aT노조위원장, 전농노련)로부터 제출받은 ‘농업 공공부문 갑질근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식품부 공무원들에게 ‘갑질행위를 직접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률이 27.4%로 나타났다.

주된 갑질유형은 반말, 폭언, 비하 등 △비인격적 대우(33.1%)가 가장 많았고, 예산·사업 축소 협박이나 근무시간 외 지시 등 △업무상 불이익(31.1%)도 상당했으며, 업무를 떠넘기거나 기관 내부 인사에 관여하는 등 △부당한 업무지시(27.5%) △사적이익 추구(5.2%), 전시행정 요구·모임에서 술 강요 등 △기타 유형(3.1%) 순으로 답변이 나왔다.

전농노련은 지난 4~6월까지 약 3개월간 농식품부 산하 10개 기관 대상 인터넷 설문사이트(익명)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전농노련은 응답 내용을 바탕으로 기관·개인이 특정되지 않도록 각색한 유형별 주요 사례도 제시했다.

가장 답변이 많았던 ‘비인격적 대우’의 사례만 살펴봐도 ‘구시대적’이라고 비판받을 만하다. 먼저 농식품부 산하기관 직원 망신주기로 자괴감에 빠졌다는 사례의 경우 “직급과 나이를 불문하고 반말이나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는 일이 다반사”라며 “우리 기관 부장 나이가 농식품부 직원보다 열 살 많은데도 반말을 섞어가며 공개적으로 면박을 줘 이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는지 자괴감에 든다”는 내용이다. 고압적인 태도로 고성·폭언에 시달린다는 사례의 경우 “‘야, 너, 말대답 하지마’ 등 산하기관 젊은 직원들한테 반말은 기본이고, ‘능력이 모자란다’, ‘너같은 애랑 내가 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등의 말도 일상이 됐다. ‘바쁘다는 말 하지마라, 내가 더 바쁘다, 안된다는 소리 하지 말라’ 등 고압적인 태도에 늘 죄지은 사람처럼 심장이 떨린다”고 토로한다.

부당하게 책임을 떠맡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상급기관의 정책사업을 수행하던 중 본인의 상급자가 지시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업 담당자로부터 크게 질책을 받았는데, 사실은 본인이 누락한 것이고 그 실수를 뒤집어 쓴 것”이라며 그럼에도 “밤늦게까지 뒷수습을 해야 했다. 증빙할 수 있는 메일도 있지만 대신 혼나주기 위해 다음날 아침 청사로 불려갔고 많은 사람 앞에서 무능하다고 혼이 났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농식품부 해외 출장에 동행하면서 A부터 Z까지 뒷수발을 드는 사례도 여전히 확인된다. 오죽하면 ‘여행사나 가이드가 필요없다’는 표현까지 나온다. 구체적인 내용은 “산하기관 직원으로 출장 전 모든 준비사항을 챙기고, 현지에서 업무시간은 물론 자유시간까지 가이드”하며, 심지어 “출장예산이 부족해 사비까지 털어 넣으면서도 반드시 출장을 가야 한다. 현지에서 그분(농식품부 공무원)들을 편하게 모실 사람이 필요해서다. 현지 유람 필수, 맛집 투어, 분위기 좋은 술집 그리고 숙소에서 마무리 한잔. 새벽에는 아침까지 정리해 놓으라는 회의록을 열심히 쓰곤 한다”는 게 갑질의 단면이다.

어기구 의원은 “농식품부의 산하기관 갑질이 만연하고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면서 “서로 존중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상급기관인 농식품부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어기구 의원실에서 농식품부에 ‘갑질 행위로 인한 징계현황’ 자료를 제출받은 결과 최근 3년간(2022~2023년 8월 말까지) 갑질로 견책 이상의 징계처분을 받은 농식품부 공무원은 9명이며, 해가 갈수록 갑질행위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어기구 의원(왼쪽 다섯번째)과 전국농업노동조합연합회는 지난 5월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농업 공공분야 갑질 근절 방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했다.
어기구 의원(왼쪽 다섯번째)과 전국농업노동조합연합회는 지난 5월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농업 공공분야 갑질 근절 방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