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한우 농가, ‘버티기’로 결심했다면

이근수 전 한우자조금 관리위원장 “내 암소 내가 잘 알아야”

  • 입력 2023.09.24 18:00
  • 수정 2023.09.24 20:45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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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이근수 전 한우자조금 관리위원장은 “한우산업이 불황일수록 소를 잘 키우는 데 매진해 사양관리나 사료공급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승호 기자
이근수 전 한우자조금 관리위원장은 “한우산업이 불황일수록 소를 잘 키우는 데 매진해 사양관리나 사료공급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승호 기자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우산업의 불황 속에 소규모 한우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줄을 잇는 동료 농가들의 폐업, 또한 내후년까지도 이어질 불황의 전망을 보고도 견뎌보길 결심했다면 어떤 원칙으로 소를 키워야 할까. 육종농가로 유명한 이근수 전 한우자조금 관리위원장을 찾아 현 시점에서 암소를 키우는 소규모 농가가 가져야 할 자세와 기본 전략을 물었다.

이씨는 그간 4차례의 가격파동을 모두 견뎌냈으며, 육종농가 선정 이래 지금까지 보증씨수소 4두·후보씨수소 13두를 배출해 낸 이름 높은 한우인이다. 그는 주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규모 농가 역시 함께 보듬으려 애쓴다. 이는 이씨가 전임 회장을 지낸 익산시농민회의 ‘우량 암송아지 입식사업’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익산시농민회는 올해 추진사업으로 한 한우 육종농장의 도움을 받아 익산지역 내 사육마릿수 50두 미만의 한우 농가 11곳에 암송아지 30두를 기부하기로 했는데, 그 기부농장이 바로 이 씨의 이반농장이다. 개량 전문가가 길러낸 좋은 암소를 지역의 소규모 한우농장으로 퍼뜨리고, 그 암소들이 낳은 송아지 중 1두를 또 다시 기부·분양해 우량 암소 보유 농장을 집단 조성하겠다는 계획으로, 지역과 한우 산업을 아끼는 마음 없인 떠올리기 어려운 생각이다.

농장의 사육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암송아지를 내보낸 이반농장에는 이제 마지막으로 분양 보낼 몇 두만이 남아있다. 그 소들을 받아 길러 낼 농가에 당부한 조언을 포함해, 이씨가 생각하는 생존 원칙을 물었다.

우선, 비육을 병행하는 경우 이와 같은 불황일수록 소를 잘 키우는 데 매진해야 한다는 이야기부터 나왔다. 버티길 결심했다면 소값을 지나치게 신경 쓰다 사양관리나 사료공급에 소홀해져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고기의 질이 하락하면 생산비 절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불황기 생존 가능 시간이 짧아질 거라고 예견했다.

이씨는 “소값이 떨어졌으니 사료에 들어갈 비용을 아껴 생산비를 줄이는 시도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고기의 품질에 영향을 줘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불황이 길수록 등급 간 가격 차는 더 벌어진다. 이미 1년 동안 불황이었는데, 내년에는 더 안 좋으며 내후년에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성적으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 잘 키우지 못한 소를 최대한 줄여야 버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암소에 따라 어떤 씨를 고를 지엔 정답이 없지만, 소규모 농가들의 경우 최대한 도체중 능력을 우선함으로써 사료효율을 높이는 방향이 좋겠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이씨는 그에 앞서 암소를 기르는 농가들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이라도 ‘내 암소가 어떤 소인지’ 파악하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예를 들어 내 소의 유전능력이 도체중 성적은 좋고 근내지방도 쪽은 떨어진다는 사실을 안다면, 반대로 도체중 능력은 좀 떨어지더라도 근내지방도 성적이 좋은 정액을 찾아 효율적으로 상향조정을 노려볼 수도 있다”라며 “가진 소 전체의 육종가를 모르는 농가들이 많다. 지금이라도 유전체 검사를 통해 내 암소가 어떤 유전 능력을 가졌는지 파악하고. 교배 계획을 세워야 소득 손실을 최대한 막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암송아지가 좋든, 나쁘든 간에 전부 번식에 투입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개량의 중요성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나쁜 밭은 일찍이 없애야 농장의 개량 진척이 빨라진다. 체중과 성질, 흑비·이모색 등의 외형 결함을 잘 살펴서 나쁜 암소는 송아지 때부터 비육해 도태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번식우를 결정한 다음에는 이를 충분히 키워서 수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즉 최소 12개월은 길러 어느 정도 체중이 오르고 성 성숙도가 생긴 다음 수정을 시도하라는 것이다. 이씨는 “하루 빨리 수익을 내고 싶은 마음에 발정이 왔다고 급하게 수정하게 되면, 아기가 아기를 낳는 꼴이라 충실치 못한 송아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라며 “(성 성숙도도 떨어지니) 새끼 포용력이 없어서 갓 태어난 송아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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