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대출 늘어나는데 … 농신보는 ‘찬밥’

내년 농업예산 중 농신보 정부출연금 300억원 배정

기금 안정화하려면 2,500억원 필요 … “증액 절실”

  • 입력 2023.09.17 18:00
  • 수정 2023.09.17 18:57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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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내년도 농업예산 증가율이 18년 만에 국가 전체 예산 증가율을 넘어섰지만 면면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아쉬운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도 그중 하나다. 불안정한 기금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기 위해 2,000억원대의 정부출연금이 필요하지만 정부의 내년 농신보 출연금은 300억원에 불과하다.

농신보는 대출 담보력이 미약한 농어민에게 신용을 보증해줌으로써 농어업에 원활한 자금 융통을 돕는 기금이다. 정부와 금융기관 출연금이 주된 재원이며 농협중앙회가 운용을 맡고 있다. 2022년 기준 농신보 기본재산은 1조1,741억원, 보증잔액은 17조1,852억원에 달한다.

보증잔액을 기본재산으로 나눈 ‘운용배수’는 보증기금 건전성의 척도가 된다. 2022년 농신보의 운용배수는 14.6배인데, 이는 썩 좋지 않은 수치다. 정부가 정한 적정 운용배수 12.5배를 훌쩍 상회하기 때문이다. 농신보 운용배수는 지난 2019년부터 줄곧 15배 언저리를 유지하고 있다.

농신보가 불안정해진 건 정부가 출연금을 축소한 탓이 크다. 2010년까지 매년 수천억원을 출연해오던 정부가 2011~2013년 출연중단, 2014~2019년 연간 수천억원씩의 출연금 회수를 진행한 것이다. 농신보의 우수한 기금건전성(2010년 당시 운용배수 4.3배)과 농식품부 농특회계 부족 상황이 이유였다.

전술했다시피 정부 출연이 중단된 농신보의 운용배수는 2019년부터 적정 운용배수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정부가 2020년부터 연간 1,000억원대의 출연을 재개했고 금융기관 출연금도 크게 늘었지만 기금을 안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정부출연금은 또다시 ‘0’으로 회귀해 있으며, 내년 예산안엔 겨우 300억원이 편성됐다.

운용배수가 높아지면 기금 운용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보증심사가 강화됨은 물론, 우선순위에 따라 하위 대상자부터 순차적으로 지원 중단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으며 고액보증은 더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고난을 겪는 건 결국 농어민들이다.

지난달 말 기준 농신보 운용배수는 14.9배. 눈으로 보이는 숫자보다 상황은 더 안좋을 수 있다.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농어업 투입비용이 일괄 급등한 탓에 대출은 증가할 수밖에 없고, 경기가 안좋으니 대출 상환도 순탄할 리 없다. 이미 올해 농신보의 대위변제액이 가시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14.9배의 운용배수를 적정 운용배수(12.5배)로 낮추기 위해 필요한 내년도 정부출연금은 2,500억원이다. 지난달 ‘300억원’의 예산안이 발표된 이후, 현재 농식품부와 농협이 기재부에 증액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상대 농신보 기금관리팀장(농협중앙회)은 “어려움에 처해 있는 농어업인에게 원활한 보증지원을 하기 위해선 농신보 정부출연금 확대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국회에서 증액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농식품부 역시 “100억원이라도 더 따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증액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한편 농식품부 예산으로 출연하는 농신보와 달리 중소벤처기업부 예산으로 출연하는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은 충분한 정부출연금을 받아 각각 8배·7.8배(2022년 기준)의 안정적인 운용배수를 유지 중이다. 일각에선 이를 농어업 차별·홀대의 한 양태로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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