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노동자 폐암 산재 방지 없인 친환경 무상급식도 없다

학교급식실폐암대책위,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산재 방지 위한 토론회 개최
급식실 노동환경 관리, 각 학교에만 맡겨선 불충분 … 관련 법 정비도 필요

  • 입력 2023.09.12 18:25
  • 수정 2023.09.13 09:07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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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친환경 무상급식과 학교급식노동자 폐암산재 방지를 위한 국회토론회’ 중 참가자들이 토론을 진행 중이다.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친환경 무상급식과 학교급식노동자 폐암산재 방지를 위한 국회토론회’ 중 참가자들이 토론을 진행 중이다.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친환경 무상급식과 학교급식노동자 폐암산재 방지를 위한 국회토론회’에 참석한 학교급식노동자들이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친환경 무상급식과 학교급식노동자 폐암산재 방지를 위한 국회토론회’에 참석한 학교급식노동자들이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학교 친환경 무상급식의 지속가능성 담보를 위한 여러 과제가 있지만, 간과돼선 안 되는 건 학교급식을 만드는 주체인 급식노동자의 건강이 담보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우리 사회의 과제로 대두된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산업재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 11일 ‘학교급식노동자 폐암산업재해 피해자 국가책임 요구 및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위원회(학교급식실폐암대책위)’ 및 강득구·강민정·서동용·이재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강은미·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 주최로 ‘지속가능한 친환경 무상급식과 학교급식노동자 폐암산재 방지를 위한 국회토론회’가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당국의 미진한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방지대책 논의를 위해 각 분야 전문가가 지혜를 모아보자는 취지로 열렸다.

이날 ‘폐암 예방대책과 치료지원 방안’ 발제를 맡은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급식실 작업환경 관리를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게 급선무임을 강조하면서, 이와 관련해 중앙단위(교육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2021년 이래 점차 급식실 폐암 산재 문제가 대두됐지만, 여전히 급식실 노동환경 개선은 더디다. 최민 활동가는 “2021년 12월 산업안전공단 실태조사 결과 조사 대상 93개교 중 환기시설 유속이 양호한 곳은 한 곳도 없었으며, 지난해 전남도교육청의 환기시설 유속 평가 결과 도내 학교들의 2,648개 후드 중 2,293개(86.5%)가 ‘부적합’ 평가를 받았다”며 “‘개선 완료’ 학교에 대한 재평가도 필요하며, 급식실 노동환경 개선을 개별 학교에 맡겨선 안 된다”고 정부에 신신당부했다.

급식실의 유해물질을 감소시킬 방안 중 하나로 ‘급식 메뉴 관리’가 거론된다. 조리흄 발생량을 늘리는 주요 메뉴로 튀김·부침·구이 등이 언급되는 만큼, 기름 사용 가열요리의 종류·조리법 등을 분석해 대체 식단 및 조리법을 개발·보급하고 튀김류는 가급적 급식판에 올리는 걸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또한, 학교급식에서 오븐요리를 쉽고 간단하게 적용할 수 있는 ‘오븐 활용법 교육영상’ 제작·보급도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최민 활동가는 메뉴 관리 방안이 “조리흄을 완전히 제거할 순 없지만 상당히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노동강도 완화와 관련해, 최민 활동가는 △시·도별 적정 배치기준 시행 및 인력 배치 △휴게실·샤워장 등 휴식환경 개선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 및 연수 확대 △질병·감염병 등의 사유에 따른 긴급한 휴가 사용 관련 대체인력 지원체계 마련 △퇴직·채용 등에 대한 체계적 관리·운영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질병으로 일을 쉬다가 복귀하는 노동자의 ‘복귀 과정 지원’도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며, △노동강도를 고려한 복귀계획 마련 △원직 복직이 가능하도록 조치 △복귀 시 해당 학교 인력 지원 등을 촉구했다. 말하자면 ‘아픈 노동자 중심’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교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 필요성을 주장한 하현철 창원대 교수는 “급식실의 효율적 환기란 ‘오염물질로부터 작업자를 보호’하는 것을 의미하며, 급식실의 효율적인 후드란 ‘적절한 환기량’의 후드를 뜻한다. 그런 면에서 현재 학교 현장의 후드 구조는 작업자 호흡영역을 보호하겠다는 관점이 하나도 없이 설계된 구조가 대부분”이라고 호되게 비판했다. 교육부 차원에선 아직 작업자 보호를 위한 후드 형태 및 환기량 관련 기준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하현철 교수의 지적이다.

하 교수는 지난해부터 경상남도교육청이 도내 28개 학교에서부터 급식실 환기 개선을 추진한 사례를 들었다. 추진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고, 원래 고민했던 것보다 적은 학교에서 개선이 이뤄진 아쉬움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급식실 환기 개선에 따라 해당 학교들의 급식실 내 미세먼지 농도는 기존 대비 20분의 1로 감소했고, 환기량은 3배 증가했다.

하 교수는 환기시설 개선이 끝이 아니라 ‘감리’ 과정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 교수는 “급식실 시설 설계자와 시설을 직접 설치하는 사람에 대한 교육도, 감리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를 보장하는 제도가 없다. 결국 정부 차원의 종합적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학교 급식실의 효율적 환기 개선을 위해선 설계·설치·시공 후 효율 평가에 대한 감리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최민 활동가와 마찬가지로 이 과정을 “학교에서 각자 하게 맡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민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급식노동자의 산재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오민애 변호사는 「학교급식법」 개정을 통해 △‘학교급식 종사자’의 정의(영양교사·영양사·조리사·조리실무사·배식원 등) 명확화로 노동자 건강·안전 보장 관해 확실히 규율 △학교급식위원회·학교급식지원심의위원회 등에 학교급식종사자 참여 보장 △급식시설 및 설비 기준에 학교급식종사자의 건강·안전 관련 근거 설정 △학교급식종사자 배치기준 마련토록 근거 설정 △위생 및 안전관리 관련 규정에 학교급식종사자 안전을 위한 내용 포함 △학교당국의 안전보건조치 미실시는 징계사유에 포함 등의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변호사는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선 △유해인자 노출 시 작업중지 가능토록 규정 마련 △작업환경측정대상 및 특수건강진단대상 유해인자에 조리흄 포함 △요양 종료 노동자에 대한 사업주의 의무규정(건강상태 확인 통한 병가 또는 질병휴직 보장 등) 마련 △휴식시간 확보 등 건강보호를 위한 근거규정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학부모를 대표해 참석한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대표는 국내 학교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의 역사를 소개한 뒤 “(급식운동 과정에서) 학교 (급식) 운영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됐지만, 당시 급식운동 진영에선 ‘직영급식’과 ‘우리 농산물 사용’ 문제에 집중하다 보니 노동문제를 크게 부각시킬 여유가 없었다”며 “아이들이 행복한 급식을 제공 받으려면 급식을 만드는 이들 또한 행복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왜 들여다보지 못했는지에 대해 반성한다. 앞으로 급식노동자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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