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농민회 “1%도 안 되는 농업예산, 농민은 투명인간?”

광주광역시 농업인구에 비해 예산 턱없이 부족

전체 농업예산 3% 증액‧올해 나락값 보전부터

  • 입력 2023.09.12 15:00
  • 수정 2023.09.14 09:32
  • 기자명 김수나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지방자치단체들의 내년도 예산편성이 시작된 가운데, 광주시농민회(회장 이준경)가 광주광역시(시장 강기정)에 농업예산 증액을 촉구하고 나섰다. 광주광역시 전체예산에서 1%를 밑도는 농업예산이 적어도 3%는 돼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시농민회는 12일 광주광역시 치평동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업예산 증액과 아울러 △농산물 수입 즉각 중단 △올해 나락값 선수금 7만2,000원 보장을 촉구했다.

광주광역시 본예산 규모는 지난 2019년 5조원대에서 2020~2021년 6조원대를 거쳐 지난해와 올해 7조원 대가 됐다. 이 가운데 농림해양수산 분야에 실제로 쓰인 세수(세출규모) 비중은 전체 결산에서 지난 5년간(2018~2022년) 평균 1%(500억원대)에 그쳤다. 이마저도 생산비 폭등과 쌀값 폭락으로 어려움이 더했던 2021~2022년엔 각각 0.8%대에 머물렀다.

광주시농민회는 먼저 윤석열정부의 2024년 농정예산을 강하게 비판했다. 농산물 수입 예산 증액에 치우친 것은 물론 무기질 비료값 지원금(1,000억원) 전액 삭감, 농업인 건강‧연금보험료 지원 예산 삭감(534억원) 등 그나마 있던 실질적 지원마저 대폭 줄이거나 없앴기 때문이다.

이날 광주 농민들은 “윤석열정부의 2024년 농업예산안은 농업 지우기, 농촌 버리기, 농민 죽이기다. 농산물 수입 예산은 증액하고, 농민을 보호하기 위한 예산은 삭감해 버리는 건 대체 어느 나라 농업을 위한 건가”라며 “농민을 투명인간, 등외국민 취급하는 정부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라고 밝혔다.

광주시농민회가 12일 광주광역시 치평동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광역시에 농업예산 3% 증액을 촉구했다. 광주시농민회 제공 
광주시농민회가 12일 광주광역시 치평동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광역시에 농업예산 3% 증액을 촉구했다. 광주시농민회 제공 

이어 농민들은 “광주광역시도 농업을 대하는 태도가 윤석열정부와 별로 다를 게 없다”면서 “광주 농민들은 전남의 다른 시‧군보다 엄청난 역차별 속에서 농사짓는데도 광주광역시의 순수 농업예산은 0.7%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준경 광주시농민회 회장은 광주광역시가 챙겨야 하는 농업예산을 조목조목 짚었다. 먼저 이 회장은 광주광역시 인구 대비 농업예산이 너무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광주광역시 인구가 140만명이고, 그 가운데 농업인구는 2% 정도로 2만5,000명이 넘지만, 농업예산은 0.7%뿐이다. 전남 인근 시‧군과 비교하면 3분의 1도 안 된다. 전엔 광주와 전남이 하나였는데, 광역시로 분리되면서 농민들은 매우 역차별을 겪고 있고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조금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농업기술센터 예산 중엔 도시 화단 꽃 보급 비용도 들어 있다. ‘농민들과는 아무 상관 없는 항목이 농업예산으로 돼 있다’는 거다. 그는 “이런 거 저런 거 다 빼면 0.7% 밖에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광주시농민회는 전체 농업예산을 신속히 증액하지 못한다 해도 다음 사항은 시급한 예산 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 전남도 기준으로 지급(광주광역시는 10만원(2만원 자부담), 전남도는 20만원(자부담 없음)) △농협RPC 수매가 보존 △농기계 지원 확대 △농민수당 증액(광주광역시는 올해부터 시행 시작. 농가당 60만원)이다.

이 회장은 “작년에 나락값이 엄청나게 폭락했다. 당시 농협RPC가 25만포대를 수매했는데 1포대(40kg)당 1,000원씩이라도 보전하면 2억여원 정도면 충분하다. 전남 다른 지자체에선 다들 하고 있다”면서 “농민수당도 증액해야 한다. 인근 화순군은 농가당 120만원이다. 농가의 최소 생계를 위해선 200만원을 목표로 계속 늘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농민회는 지난해부터 강기정 시장과의 면담을 신청해 놓고 기다려 왔지만, 강 시장은 “1년이 넘도록 안 만나주고 있다.” 이 회장은 “(이는) 지방자치 이후, 민선 8기에 이르는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