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양농협 조합장 퇴진 촉구 목소리 고조

제천시농민회 주도, 봉양농협 앞 농민·노동자 200여명 집회

‘10선’ 홍성주 조합장 갑질행위 등 규탄, 조합장은 결백 주장

  • 입력 2023.09.11 11:38
  • 수정 2023.09.14 09:33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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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8일 충북 제천 봉양농협 본점 앞에서 조합장 퇴진을 요구하는 200명 규모의 농민대회가 열렸다. 최근 1년 파업 등 노조투쟁이 꾸준히 전개 중이지만 농민들이 집회를 연 건 처음이다.
지난 8일 충북 제천 봉양농협 본점 앞에서 조합장 퇴진을 요구하는 200명 규모의 농민대회가 열렸다. 최근 1년 파업 등 노조투쟁이 꾸준히 전개 중이지만 농민들이 집회를 연 건 처음이다.

제천시농민회(회장 윤희경)는 지난 8일 충북 제천 봉양농협 앞에서 홍성주 봉양농협 조합장 퇴진을 촉구하는 농민대회를 개최했다. 제천시농민회를 중심으로 인근 진천·충주·단양·영동·괴산 등의 농민회 간부들이 집결했으며 노조(민주노총)·정당(진보당) 지역조직들도 동참했다.

홍성주 조합장은 1988년부터 봉양농협을 수성하고 있는 10선 조합장이다. 30여년 동안 큰 잡음이 발생한 적이 없었는데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조합에 노조가 결성되면서 내부에서 누적돼온 불만과 문제제기가 압축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조합장이 직원에게 사적 심부름을 상습 지시해왔다 △소금 수요급증(핵오염수 방류) 시점에 조합원보다 조합장 지인들에게 소금을 우선판매했다 △관리자급 어용노조(복수노조) 설립으로 민주노조를 무력화했다 △조합원에게 욕설한 직원이 주의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조합장 아내가 마트 직원들에게 물건을 투척하며 폭언했다 등이 주된 주장이다.

농민가를 제창하고 있는 농민들.
농민가를 제창하고 있는 농민들.

그동안 노조 파업 등 노동자 투쟁이 활발하게 전개돼왔지만 농민들이 전면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희경 제천시농민회장은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고 그 썩은 물로 인해 마을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그 자리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우리 조합원의 손으로 직접 끌어내려야 할 것”이라며 “오늘부로 홍성주 조합장의 임기는 끝났다고 선언한다”고 강도 높게 규탄했다.

김남홍 봉양읍농민단체협의회장은 “주인이 주인답게 행동하지 못하니 조합장과 직원들이 ‘우리가 이렇게 해도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조합원의 각성을 호소했고, 김기형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의장은 “봉양농협 사태는 일개 농협의 문제가 아니다. 농민을 우습게 보고 조합원을 우롱하는 조합장은 반드시 사퇴시켜야 한다”고 독려했다.

농민들이 봉양농협 출입문에 계란·건고추·소금 등을 투척하며 항의의 뜻을 표출하고 있다.
농민들이 봉양농협 출입문에 계란·건고추·소금 등을 투척하며 항의의 뜻을 표출하고 있다.

집회는 격렬하게 전개됐다. 농민들은 봉양농협 출입문에 조합장·직원을 상징하는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계란·건고추·소금을 어지럽게 투척했다. 농협 측은 영상을 찍고 집회 참가 조합원 명단을 파악했으며, 급기야 홍성주 조합장이 직접 나와 현장을 촬영하면서 농민들과 대치했다. 다행히 신체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고, 농민들은 이후 차량행진으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홍 조합장은 본지 취재에서 “떳떳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직원에게 사적 심부름을 부탁한 일은 30여년 재임 중 딱 한 번이고 △소금 판매 역시 비조합원 수요급증에 따른 정상적 판매였다는 것이다. △복수노조 설립은 조합장 본인과는 무관하며 △직원과 조합장 아내의 폭언 논란은 과오이긴 하지만 상대 측이 그만한 원인제공을 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농민들은 앞으로도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농민들은 결의문에서 “박카스·일바지·모자·사탕·담배 등등 조합장이 뿌리고 다니는 것들이 새빨간 거짓이고 독이 든 성배라는 걸 조합원들은 이미 알고 있다. 진정으로 봉양농협과 조합원을 위하는 길은 지금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 여생을 봉사하면서 보내는 것뿐”이라며 “만일 이러한 마지막 경고도 무시한다면 이후 더욱더 가열차고 거대한 투쟁으로 반드시 봉양농협이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물 밖으로 직접 나와 집회 현장 사진을 찍던 홍성주 조합장이 농민들과 대치하자 경찰이 막아서고 있다.
건물 밖으로 직접 나와 집회 현장 사진을 찍던 홍성주 조합장이 농민들과 대치하자 경찰이 막아서고 있다.
연단에서 발언 중인 김기형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의장.
연단에서 발언 중인 김기형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의장.
봉양농협 정문 옆에는 조합장을 규탄하는 현수막들이 여러 개 붙어 있다. 조합과 노조 간의 오랜 싸움을 보여주고 있다.
봉양농협 정문 옆에는 조합장을 규탄하는 현수막들이 여러 개 붙어 있다. 조합과 노조 간의 오랜 싸움을 보여주고 있다.
봉양농협 정문 앞 가로수에 붙어 있는 노조의 선전물. 노조가 주장하는 조합장의 부당행위가 빼곡하게 정리돼 있다.
봉양농협 정문 앞 가로수에 붙어 있는 노조의 선전물. 노조가 주장하는 조합장의 부당행위가 빼곡하게 정리돼 있다.
봉양농협 건물 옆에 설치돼 있는 노조의 농성 천막.
봉양농협 건물 옆에 설치돼 있는 노조의 농성 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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