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농식품부 예산안, 농산물 수입 ‘확대’ 농촌복지 ‘축소’

기후재난 시대, 농가경영 위기 대책 예산 부족 심각
반려동물·스마트팜·푸드테크·그린바이오 집중 육성
전농 “농민지원 예산 대폭 삭감, 예산안 폐기” 촉구

  • 입력 2023.09.10 19:36
  • 수정 2023.09.10 19:3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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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올 한 해 ‘기후재난’과 ‘생산비 폭등’에 농산물 가격 폭락까지 겹쳐 망연자실했던 농민들이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 내년도 예산안에 격노하고 있다. 농민지원 예산은 대폭 삭감한 채 농산물 수입예산이 확대됐고, 반려동물·스마트팜·푸드테크·그린바이오 4대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농식품부가 밝히고 있어서다.

지난 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전달된 ‘2024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보다 5.6% 증가한 18조3,330억원이다. 정부 예산안 증가율 2.8%보다 높지만, 지난 10년간(2015~2024년) 국가 전체 예산은 연평균 6.4% 증가한 데 비해 농식품부는 연평균 증가율 3.8%로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내년 쌀 수급 안정과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양곡매입비를 올해 1조4,077억2,800만원에서 내년 1조7,124억2,100만원으로 21.6% 증액했다. 공공비축미 매입량을 올해보다 5만톤 더 늘리고(45만톤) 80kg 매입단가도 18만7,509원에서 내년 20만284원으로 인상했다. 그러나 수입양곡대 역시 올해 5,550억9,600만원보다 611억6,600만원(11%) 늘려 6,162억6,200만원으로 증액했다.

농산물 수입예산 증액은 쌀뿐만 아니다. 농산물가격안정기금 사업인 비축지원의 경우 국내산 농산물 수매예산은 올해 2,318억3,500만원에서 내년 2,301억1,000만원으로 일부 감액했다. 반면 수입농산물 매입비는 올해 4,105억700만원에서 내년 4,514억2,000만원으로 409억1,300만원이나 증액한 상태다.

농민에게 직접 지원되는 사업예산이 대폭 줄어든 것도 문제다. 농업인 건강·연금보험료 지원 예산이 534억원 삭감됐고, 요소 대란 이후 폭등한 무기질 비료 가격에 대한 지원 예산 1,000억원도 전액 삭감됐다.

기후재난이 빈번히 발생하는 가운데 농민 직접지원 예산은 삭감하고 농산물 수입 예산은 증액하는 등 농림축산식품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농민들이 폐기를 촉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수해로 침수된 충북 괴산 들녘의 모습. 한승호 기자
기후재난이 빈번히 발생하는 가운데 농민 직접지원 예산은 삭감하고 농산물 수입 예산은 증액하는 등 농림축산식품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농민들이 폐기를 촉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수해로 침수된 충북 괴산 들녘의 모습. 한승호 기자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하원오, 전농)은 지난 6일 농식품부 예산안에 대해 ‘노골적인 수입개방 선언’이라고 규정하고 농식품부 해체와 예산안 폐기라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전농은 “2024년 농식품부 예산안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 국회에서 조금 손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수입개방 농정은 더욱 노골화됐고, 농민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고 비판하면서 농식품부 해체·2024 예산안 폐기를 촉구했다.

예산안을 접한 농민들도 기대감을 저버린 상태다. 전남 해남의 한 농민은 “기후재난을 온몸으로 감당하고 있는데 재해대책과 생산비 폭등 대책이 심각하게 부실하다”고 쓴소리를 하면서 “채소가격안정제를 30%까지 확대한다고 하면서 예산은 그대로다. 반려동물 분야 사업을 신설하고 예산을 늘리는 것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확연하다”고 씁쓸해 했다.

농식품부는 미래성장산업으로 △반려동물 △스마트팜 △그린바이오 △푸드테크 등 4대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예산을 각각 증액 편성했다.

한편 지난달 전북 새만금지구에서 열렸던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파행된 이후 새만금사업 예산도 대거 삭감됐다. 농지관리기금 사업인 새만금지구개발 예산은 올해 1,676억2,000만원에서 1,111억2,000만원이 삭감(66.3%)돼 내년엔 565억원만 편성된 상황이다. 이로써 2025년까지 매립 완료 계획이었던 새만금농생명용지 조성 사업도 큰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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