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종언 고한 서울 도농상생 공공급식

서울시, 도농상생 공공급식 `너무 이상적’ 개편 공식화
공대위, 강제개편안 철회 촉구 “중소농 참여 담보 어려워”

  • 입력 2023.09.10 18:00
  • 수정 2023.09.10 19:14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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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6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도농상생 공공급식 개편 관련 기자설명회 중 구종원 서울시 평생교육국장이 기존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의 '문제점'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도농상생 공공급식 개편 관련 기자설명회 중 구종원 서울시 평생교육국장이 기존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의 '문제점'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서울시(시장 오세훈)가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 ‘개편’을 공식화했다. 이로써 산지-자치구 1대1 연계를 통해 지역 중소농이 생산한 먹거리를 공급하던 기존 도농상생 공공급식 체계는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 서울시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산하 서울친환경유통센터에서 일괄적으로 어린이집 급식 식재료를 공급하게 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난 6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공공급식 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구종원 서울시 평생교육국장은 기존 1대1 연계형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이 △자치구별 식재료 품질 및 가격 편차 △공급품목의 다양성 부족 △공공급식센터 운영의 비효율성 △식재료 안전성 차이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언급하면서, 기존 사업은 의도는 좋았으나 너무 이상적인 내용을 담았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구종원 국장은 특히 ‘식단 다양성’ 문제를 강조하면서 “1대1 연계를 통한 전량 공급 방식으론 산지 여건상 생산되지 않는 품목이 많아 어린이집에서 다양한 식단을 구성하기 어려웠고, 이로 인한 현장 민원이 다수 발생했다. 공공급식센터 운영을 위탁받은 수탁업체에서 미공급 품목을 최근 4년간 연 62억원을 독점 공급했던 것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리 아래, 서울시는 도농상생 공공급식 체계를 서울친환경유통센터에 의한 ‘공적집하 공급체계’로 바꾸겠다고 확정했다. 기존 12개 자치구 별로 운영되던 9개 공공급식센터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 1곳으로 통합해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기존엔 1,162개 산지 농가가 참여하던 공공급식 공급망 참여 대상을 ‘전국 5만여 친환경농가’로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2026년까지 25개 자치구 전체의 3,000여개 어린이집으로 ‘친환경 공공급식 시장’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구 국장은 “향후 친환경 시장이 활성화되도록 어린이집 급식 참여 자치구를 현재 12개에서 25개 전체 자치구로, 시설 참여율을 65%에서 80%까지 늘려 전국 친환경농가로 (먹거리 공급) 참여 기회를 확대시킬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산지 농가, 자치구, 어린이집 등의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를 만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개편안을 마련했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나, 정작 발표된 개편안은 올해 초 내놓았던 도농상생 공공급식 개편안과 다를 바 없다. 먹거리공급체계를 서울친환경유통센터 일괄 공급체계로 통합시키겠다는 입장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지난 6일 서울시 도농상생 공공급식 강제개편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원들이 서울시의 도농상생 공공급식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 및 피케팅을 진행했다.
지난 6일 서울시 도농상생 공공급식 강제개편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원들이 서울시의 도농상생 공공급식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 및 피케팅을 진행했다.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 강제개편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및 전문가,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 주체 등이 모인 ‘서울시 도농상생 공공급식 강제개편 반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6일 서울시 기자설명회 개최 직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 및 피케팅을 진행하며, 강제개편안의 문제점 및 개편 근거의 허구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우선 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해 전국 친환경농가로 판로를 확대하겠다는 서울시의 설명과 달리, 친환경유통센터는 친환경농산물 공급업체 9개소, 일반농산물 공급업체 11개소로부터 농산물을 공급받는다. 해당 업체들은 기존 서울시 학교급식 공급업체들로, 이 업체들에 공급을 맡기면 대규모 물량을 납품해야 하는 학교급식 특성상 대농의 참여는 유리한 반면 중소농의 참여는 담보하기 어렵다.

이런 구조하에선 학교급식 공급체계에 들어올 수 없던 중소농의 판로를 보장하겠다던, 아울러 계약재배 체계를 통해 친환경농사를 영위하는 지역 중소농을 성장시키겠다는 기존 서울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의 취지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중소농의 공급 참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서울시는 단정적으로 ‘전국 5만여 친환경농가의 공급체계 참여’를 강조한 셈이다.

친환경농가 공급 참여 확대와 관련해, 구종원 국장은 “현재 친환경유통센터와 계약한 학교급식 공급업체들의 계약 기간이 약 2년 가량 남았다. 계약 기간 만료 뒤 중소농가에 대한 보호장치 등을 새롭게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중소농 참여 방안을 설계해 놓지 않은 것이다.

한편으로 서울시는 각 자치구별 도농상생 공공급식 수탁기관(생활협동조합·사회적기업 등)의 ‘산지 미공급 품목 독점 공급’ 및 ‘12개 자치구 9개 공공급식센터의 6개 단체 독점 운영’ 문제를 지적했는데, 이와 관련해 공대위는 “공공급식에서 수탁기관이 가공식품을 공급하는 건 어린이 건강과 어린이집 이용 편의성 때문”이라며 “공공급식센터에서 공급하는 소스류·어묵류·만두류·과자류·면류 등 가공식품과 수산물 등은 산지에서 공급이 어려운 품목이다. 이 품목은 친환경유통센터의 산지 공급업체에서도 공급이 불가능한 품목이라 별도의 공급업체에서 구매하는 중”이라고 반론을 펼쳤다.

공대위는 이와 함께 “수탁기관으로 생협 등 사회적경제 조직이 많이 참여하는 건 공공급식의 가공식품 품질 기준 때문이다. 이 품질 기준을 준수하며 공급가능한 업체가 많지 않다”며 “가공식품 이용 비율이 30~40%인 어린이집의 경우 친환경농산물 공급과 함께 가공식품 안전성 또한 중요하건만, 정작 서울시 개편안에선 가공식품 공급방안이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공대위가 언급하는 공공급식 가공식품 품질 기준이란 △첨가물 최소화 △비(非)유전자조작(Non-GMO) △국산 원재료 사용 등이다.

공대위는 또한 서울시의 `자치구별 공공급식센터 운영의 비효율성’ 주장에 대해 “서울시 개편안에는 친환경유통센터 운영비·배송비 모두를 서울시가 100% 지원하는 것으로 돼 있어, 운영비만으로 (예산이) 절감되리라는 서울시 예상과 달리 현재 공공급식 운영비와 크게 차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반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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