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쪼개기’ 못 막는 지자체에 ‘이장증 반납’ 사례 눈길

갈수록 교묘해지는 업자 꼼수에 답답함 호소하는 농촌 주민들
조례 개정 요구하며 강원 홍천에선 이장이 이장증 반납하기도

  • 입력 2023.09.10 18:00
  • 수정 2023.09.10 19:13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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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강원도 홍천군 남면에서 류정렬 시동1리 이장이 업자들의 태양광 ‘쪼개기’ 꼼수를 전혀 막아내지 못하는 지자체의 부실 조례에 항의하며 이장증을 반납했다.

류 이장에 의하면 홍천군의 도시계획조례는 발전시설 부지면적 1,200㎡ 이하의 태양광은 전혀 막아낼 수 없는 실정이다. 개발행위 기준에서 예외로 지정돼 있기 때문인데, 류 이장은 이러한 조례 맹점을 이용해 전라남도 등의 조례 강화로 태양광 발전시설에 차질을 빚는 업체들이 강원도까지 진출 중이라고 전했다.

해당 조례는 지난 7월 1일자로 개정됐다. 군 도시계획조례는 태양광발전시설에 대한 개발행위허가 기준을 △왕복 2차로 이상의 도로에서 직선거리 200m 이내에 입지하지 아니할 것 △부지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200m 안에 주택이 입지하지 아니할 것 △주요관광지·주요문화재·공공시설 부지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200m 안에 입지하지 아니할 것 △농업생산기반이 정비돼 있어 우량농지로 보전할 필요가 있는 지역에 입지하지 아니할 것 등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류 이장의 말처럼 발전시설 부지면적 1,200㎡ 이하로 설치하는 경우에는 이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군청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조례의 개정 이유는 ‘태양광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다. 하지만 군청에서도 조례 개정 이후 최근 불거진 민원과 쪼개기 악용 사례 등을 인지하고 조례 개정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홍천군에서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총 132건의 태양광 발전사업 개발행위가 허가됐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 49건 대비 약 2.7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류 이장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개정안이 군의원을 통해 발의됐지만 입법예고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지금의 안으로 조례가 개정됐다. 알기로는 조례 개정 이후 외지 태양광 업체들이 홍천군에 굉장히 많이 유입되고 있는데 5,000평, 1만평, 2만평 되는 태양광 발전사업을 전부 1,200㎡ 이하로 쪼개 진행하고 있다”라며 “공문도 보내고 항의 방문도 하고 개발허가팀장과 면담도 진행한 끝에 군청도 최근의 태양광 발전시설 쪼개기 편법이 군청의 조례 미비점에서 비롯됐음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조례 개정에 대한 입장이 명확하지 않고, 조례가 개정되기 전까진 쪼개기 편법일지라도 신청되는 개발행위허가를 군청에선 내줄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에 주민들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이어 류 의장은 “이미 수만평 규모의 태양광이 시동1리와 주변 마을에 들어서고 있다. 쪼개기를 통해 작은 규모로 시작되지만, 결과적으로 골짜기를 완전 덮게 되고 태양광 시설로 마을을 떠나며 업자들에게 땅을 넘겨버리는 주민도 생길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옆 골짜기도 태양광에 덮여버리는 것이다”라며 “현행 홍천군 조례로는 쪼개기 편법 태양광 발전시설을 막아낼 수 없지만, 국토계획법에 쪼개기 태양광을 막아낼 근거가 존재한다. 때문에 이번 일을 무분별한 태양광 발전시설 난립에 대한 문제점을 환기하는 일종의 계기라 생각하며, 홍천군은 물론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화해 문전옥답이 태양광 발전시설로 뒤덮이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류 이장의 이장증 반납은 수차례의 면담 요청에도 군청이 응답하지 않자 이에 대한 항의 성격으로 진행됐다. 이장의 사직서 수리 권한은 면장에 있으나 시동1리는 임원회의를 통해 류 이장을 재신임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류 이장과 마을 주민들은 홍천군 도시계획조례 재개정 및 투기형 태양광 발전사업 저지를 위한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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