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논에서 나오는 메탄은 어떡하실 겁니까?

  • 입력 2023.09.10 18:00
  • 수정 2023.09.10 19:13
  • 기자명 금창영(충남 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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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창영(충남 홍성)
금창영(충남 홍성)

참석자가 대부분 농민들인 세미나 자리였다. 농정연구기관 발표자가 발표 도중 논에서 나오는 메탄을 거론했다. 이런 발언을 듣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발언자 대부분 농민들이 아니라, 연구자나 정부 관료들이다.

논의는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분노가 일었다. 기후위기시대를 사는 농민으로서 메탄은 대표적인 온실가스인데, 이것을 줄이라는 이야기에 나는 왜 분노가 일었을까?

억울함이었다. 인간이 발생시키는 메탄의 40%는 석유나 천연가스, 석탄 등 에너지분야에서 나온다. 20%는 음식물쓰레기를 비롯한 폐기물에서, 그리고 40%가 농업분야다. 농업분야의 40% 중 가축사육이 31%이고 벼농사는 8%다. 그렇다면 석유나 천연가스 사용을 줄이자고 말하거나, 가축사육을 줄이자고 말하는 것이 상식이다.

추측컨대 논에서 나오는 메탄의 양은 담수시간과 유기물 투입량에 비례해서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모내기 이후 이끼로 뒤덮일 만큼 축산퇴비를 많이 낼 수밖에 없을 정도로 과잉생산하는 축산분뇨에 대한 대응으로 사육두수를 줄이겠다는 말은 왜 하지 않는가?

지금의 논농사방법은 다수확에 최적화되어 있다. 물론 그 기술을 보급한 이는 정부기관이다. 지금과 같은 방법을 지도한 당사자들의 자기반성을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유럽은 최근 농지로 이용되던 습지를 다시 습지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습지는 탄소를 저장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한때 연구자들은 논이 습지라고 떠들었다. 그때 그리 말한 연구자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논을 경운하지 않으면 탄소를 저장할 수 있고, 더불어 메탄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왜 농촌진흥청은 무경운 논농사를 지도하지 않는가?

본인이 생산한 쌀에 지역브랜드를 사용하기 위해 볏짚을 환원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건 지자체도 있었다. 그런 지자체 중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지자체를 본적이 없다.

자고로 문제가 발견되면 모든 단계에서 정보는 공유되고, 관계자들은 충분히 소통하여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 정보는 공유하지 않고, 판단의 근거도 모르겠고, 이런 방법으로 열심히 농사지어 식량증산에 이바지하라더니, 어느 날 갑자기 ‘당신들이 하는 방식이 기후위기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자 여러분, 이제부터는 간단관개를 하세요’라고 말한다. 농민을 감정이 없고, 자존심이나 자기 일에 자부심도 없는 존재로 보지 않으면 이럴 수는 없다.

간단관개도 정말 이해가 안 된다. 논에 물대는 시간을 줄이면 메탄 발생량은 줄겠지만, 이산화탄소나 아산화질소의 양은 분명 늘어날 것이다. 더불어 한쪽에서는 생물다양성을 늘리는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하면서, 논에 사는 생물들에게 치명적인 물 빼는 시간을 늘리라고 한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가?

농민의 소득을 향상시키고, 찾아오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계신 공무원과 연구원 분들이 이 글을 볼 시간이 있겠는가? 그래도 이렇게 몇 자 적어야 억울함과 속상함이 정리될 것이라 생각했다. 간단관개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 까짓 것 못할 게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사람이란 자고로 본인이 납득이 되어야 관행에 변화를 주는 존재다.

‘메탄 어떻게 하실 겁니까?’라는 질문은 농민들에게 ‘지금이 어느 땐데, 그런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가?’라는 비난으로 들린다. 공부도 많이 한 분들이 어찌 이런 것도 모르는가?

그리고, 이 글은 정부가 어떤 정책을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본적인 관계, 사람에 대한 예의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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