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로 변신한 농민운동가

■ 인터뷰-한마음영농조합법인 대표 이 수 호 씨

  • 입력 2009.02.15 04:38
  • 기자명 김규태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친환경농사는 농민운동가 출신들의 통과의례다” 농민운동가 출신 이수호(50세) 한마음영농조합 대표의 첫마디다.

이 대표는 친환경농업의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친환경농업 모습이 우리의 모범답안은 아니라고 말한다.

농관련 동아리(동국대 농어촌연구부)활동으로 농업과 농민운동에 대한 꿈을 키워온 이수호 씨는 1986년 충북 영동에 정착하여 고추, 딸기 농사를 하면서 농민운동을 전개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1989년 전국적인 고추 투쟁으로 구속되어 1년 6개월의 실형을 살기도 했다.

영동군농민회 사무국장, 충북도연맹 사무처장을 역임한 이수호 씨는 현재 양계(육계) 사업가로 우뚝 서 있다. 현재 영동, 장수, 남원 등의 농장에서 연 50만마리의 육계를 생산하고 있다.
농민운동가에서 사업가로의 변신에 성공한 이수호 대표를 만나 양계업 및 우리나라 농업의 현실과 대안에 대해 들어봤다.

현실적 실천 방도를 고민해야

한국에서 아이들 교육시키면서 생활하려면 월 3백만원은 있어야 한다. 이를 도시근로자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봉 5천만원이 있어야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5천만원의 수입이 되려면 조수익 1억원을 올려야 가능한 일이다.

영동군의 경우 연간 매출 1억을 달성하고 있는 농민들은 1백∼2백명이 고작이다. 그런데 이들의 관심이 농업에 있지 않다. 이들의 관심은 연봉 7천만원의 노동자들과 맞물려 있다. 이들은 생산적인 노동이나 농업문제 해결에 대한 관심보다는 대부분 골프에 관심이 더 많다. 따라서 정부의 전업농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제 대안 없는 투쟁 안될말

대부분의 생산자단체들은 농업 전반에 대한 인프라와 전략이 없다. 강력한 선언 뒤에 구체적 대안이 없다. 그들의 활동 목적은 농업을 살리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이는 게 주 목적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안 없는 투쟁은 뒷거래를 위한 신호에 불과하다.

80년대에는 농민들이 대통령 당락의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어림없는 일이다. 또한, 많은 농민들이 정부 자금이 아니면 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농사를 확신하는 활동가들도 거의 없다. 농민운동 전반에 대해 실질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

판사 동생 실업자 막으려다…

충북도연맹 사무처장을 맡던 때 영동군농민회 사람들이 영농조합법인을 만들고 양계를 시작했다. 판사였던 동생을 설득해 보증을 서도록 했는데 사업 1년만에 부도가 나고 말았다. 그러나 쉽게 부도를 낼 수도 없었다. 동생이 보증인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농가나 법인이 5년안에 실패를 하게 되면 농협의 대출 담당자도 함께 문책을 받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5년을 버텨야 했다.

도 사무처장을 마치고 양계사업에 뛰어 들었다. 5년동안 동생 빚을 갚고 6년째에 부도 처리를 한 후 다시 양계장을 인수했다. 2003년부터 본격적인 양계 경영에 들어갔다. 그런데 2004년에 AI가 터지면서 거래를 하던 계열화회사가 부도가 났다.

2004년 AI가 터지면서 전국적으로 5개의 육계 관련 회사들이 부도가 나자 당시 계열화 농가들이 투자하여 회사를 인수했다. 내가 거래하던 회사도 70억 부도위기에 몰려 있었다. 그러나 그들과 반대의 길을 걸었다.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겨야 한다며 1년만 더 기다리자면서 전국을 돌면서 운동을 펼쳤다. 다행이 1년 후엔 닭 값이 좋아져서 1년만에 모두 돌려 받을 수 있었다. 당시 농가들이 인수한 회사들은 모두 파산했다.

스스로 조직할 힘이 있어야

조금씩 우리 식의 사업기반을 만들어야 가야 한다. 진보 진영끼리 서로 네트워크 하면서 산업에 대한 질서 재편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건전한 농업 주체 육성이 관건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단 한 사람 만이라도 주체로 만들어가는 활동을 해야한다. 

〈김규태 기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