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여성농민들이 소복을 입고 거리에 나선 이유

  • 입력 2023.09.03 18:00
  • 수정 2023.09.03 19:37
  • 기자명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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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지난 8월 23일 서울에 호우주의보가 예보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800여명의 여성농민들이 하얀 소복을 입고 거리에 나섰다.

코로나19 이후 몇 년 만에 열리는 여성농민대회였기에 폭염과 폭우로 가을작물을 시작하는 바쁜 시기임에도 여성농민들은 서울시청 주변을 하얀 소복으로 물들였다.

“농업·농민 말살하는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

“여성농민 법적지위 보장하고 농업경영체법 개정하라!”

“일본은 핵오염수 방출 중단하라! 일본 핵오염수 방출 묵인한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

“농민들 다 죽이는 무차별 농산물 수입 중단하라!”

“반복되는 기후재난, 농업재해보상법 제정, 국가가 책임져라!”

여성농민들은 세찬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윤석열정권을 향해 분노에 찬 구호들을 쏟아냈다. 전국 곳곳에서 모인 여성농민들에게 세차게 내리는 비는 현재의 농업·농민 현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농업 생산비는 폭등했는데 계속되는 농산물 수입으로 농산물값은 폭락했고, 농업소득은 1년에 1,000만원도 안 되는 949만원을 기록했다. 곡물자급률은 18.5%, 농업예산은 국가 전체 예산대비 2.8% 수준이다. 이마저도 스마트팜, 푸드테크, 가루쌀 산업 등 농식품 기업과 자본가들을 위한 농정에 농업과 농민은 없다.

올 한 해 이상기후로 폭우로 농작물이 망가져 농민들은 굶어 죽을 판인데도 윤석열정권은 이를 위한 대책은 없으면서 고물가를 잡기 위해 무차별 농산물 수입으로 농업과 농민들을 죽이기에 여념이 없다.

여기에 갈수록 피폐해지는 농가 살림에 뼈 빠지게 농사지어도 도저히 먹고 살 수가 없으니 농촌엔 더 이상 청년들이 오지 않고 있다. 이에 60대 이상의 농가경영주가 73.3%라는 참담한 통계는 농업·농촌이 고령화돼 소멸 위기라는 사실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에 여성농민들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요즘 농촌현장에 가면 농업에만 종사하는 여성농민들이 거의 없다. 농사를 지으면서 요양보호사로 일하거나 식당·공장 등에 취업을 하는 여성농민들이 많다. 농민이면서 다른 일을 하는 겸업 여성농민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공동경영주 제도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법적 권한이 없어서 여성농민들은 농민수당, 여성농업인 바우처 등 각종 농업정책에서 제외되고 있다. 농업경영체 등록제도에서 경영주는 4대 보험을 적용 받아도, 겸업을 해도 농업경영체 등록이 가능하나 여성농민들은 농가 살림을 위해 겸업을 한다는 이유로 공동경영주라는 지위에서 탈락해 일할 자유는 있으나 농민의 권리는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농업·농민의 현실에도 윤석열정권은 기업과 수입업자들을 위해 농업과 농민을 죽이기에 여념이 없었으며, 이를 향한 분노로 여성농민들은 지난 8월 23일 집단적으로 소복을 입었다.

또 국민 건강권과 어민 생존권이 달려 있기에 철저히 국민 입장에 서야 함에도 오히려 정부가 앞장서 일본의 핵오염수가 아무 문제 없다는 식으로 묵인해주는 행태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이 나라 대통령이 맞는지 정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이 죽어도, 폭우로 농경지와 집이 침수돼도, 국민의 80% 이상이 반대하는 일본 핵오염수 방류에도 국민 목소리는 듣지 않는 자와 농업과 농민을 죽이는 그런 정권을 우리 여성농민들은 가만둘 수가 없다. 역대 독재정권보다 더한 대통령이다. 국민을 섬기기보다 오히려 탄압하고 통치하려는 검찰독재정권, 미국과 일본만을 맹신하며 전쟁위기를 부르는 대통령. 언젠가는 국민들의 거대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그런 날을 위해 우리 여성농민들은 끊임없이 투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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