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조금 주도권 축산단체서 빼앗나

  • 입력 2023.08.31 19:34
  • 수정 2023.09.01 08:54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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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정부가 축산자조금법 전부개정을 통한 축산자조금제도 전면 개편에 나선다. 핵심은 자조금조직의 특수법인화 및 정부 추천 인사를 포함하는 이사회 체계 도입인데, 축산단체들은 농가가 스스로 내는 자조금까지 통제하려 나선다며 반발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는 최근 주요 축종 축산단체들에게 축산자조금 제도 개편 추진계획을 알렸다. 농식품부가 내놓은 ‘축산자조금 기능 강화 등 제도 개편 추진 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축산업의 성장과 함께 자조금 역시 양적으로 팽창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의 문제·위기해결을 위해 자발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설립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보고 있다. 또 축산단체가 자조금 운영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점이 성과관리나 자금집행의 불투명성, 감사 부실, 일부 축종 자조금의 파행 등 다양한 문제를 낳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각 자조금 관리위원회의 특수법인화를 통한 운영방식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 자조금 조직의 법적 지위를 민법상 비영리법인에서 자조금법상 특수법인(가칭 관리원)으로 바꾸고, 축산단체는 관리원의 설치 권한 및 법인 이사회의 이사 중 절반의 추천권한만 갖게 한다는 계획이다. 의사결정구조도 기존 관리위원회(관리위원)-대의원회(대의원)에서 이사회(이사)-총회(전 회원)로 바꿔 민주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외부인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통해 내부 인원의 ‘관대한 감사’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부 개편안은 운용방식 변경과 더불어 자조금의 사용용도 개선 방안도 함께 언급하고 있는데, 홍보·소비촉진이 아닌 축종 내 수급조절을 최우선 사용항목으로 삼는 한편 방역이나 축산환경 개선에도 자조금을 쓰도록 할 계획이다. 후자는 예컨대 살처분이나 이동제한 조치 관련 보상·인센티브를 자조금에서도 일부 지원하자는 것이다. 사육마릿수 증가 시 농식품부가 요청하면 거출금 증액 논의를 하도록 하는 내용도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농가들 입장에서는 특수법인화를 통해 자조금에 대한 농가 영향력을 줄이고 이를 토대로 온전히 정부 농업예산으로 담당해야 할 사업에 농가가 조성한 거출금을 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축산자조금에 대한 정부의 불편한 시선은 거의 매년 반복되는 예산 늑장승인을 통해 이미 여러 차례 드러난 바 있다. 한우의 경우 내년 예산을 두고 이미 양측의 극명한 시각차가 드러났는데, 농식품부는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제출한 사업계획 대부분에 감액 혹은 재검토 의견을 보내 이를 확인한 전국한우협회 이사회가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지난 8일 열린 전국한우협회 제4차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 사이에서는 자율성 확보를 위해 ‘거출 거부하고, 정부 지원금도 받지 말자’는 반발까지도 터져 나왔다.

정부는 9월 중 축산단체 협의를 마치고 입법 추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내용 가운데서도 관리위원들을 대신할 이사진 구성원의 절반을 정부 추천 사외이사로 삼겠다는 부분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이미 농업 분야 공공기관이나 법인의 이사회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농가 이사를 줄인 선례가 있다. 결정의 주도권은 결국 정부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농정에서 정부 예산으로 할 부분이 있고 농가들이 거출금으로 직접 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자조금까지 써서그렇게 가야만 하는지 의문”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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