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부 농업 예산안 18조3,000억원 확정

국가 총예산 증가율 2.8% 대비 두 배 높은 ‘5.6%’ 증가율 기록
농식품부, 직불제 규모 확대 강조 ... 총 3.1조원으로 2,600억원 증가
"농업소득 무너지는데 생산비·가격안정 대책 없다" 비판도 거세

  • 입력 2023.08.31 10:03
  • 수정 2023.08.31 19:44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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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내년 농업 예산안이 18조3,330억원 규모로 확정됐다. 국가 총 예산안(656조9,000억원)이 올해 대비 불과 2.8% 증가한 반면, 농업 예산의 증가율은 그 두 배인 5.6%에 이르러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가 18년만에 국가 전체 예산 증가율을 상회한 농업 예산의 증가율을 자랑스레 내보이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직불금 규모를 5조원까지 확대하겠다던 현 정부 목표 대비 실제 관련 예산 증가율이 미미한 점을 두고 공약의 실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나타내고 있다.  올해 농축산업 내 품목을 가리지 않고 농민들을 괴롭힌 생산비 폭등과 가격불안정을 다룰 핵심 대책이 없다는 점도 크게 지적되고 있다. 

강형석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이 지난 28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2023년도 예산과 기금 편성 브리핑을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강형석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이 지난 28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2023년도 예산과 기금 편성 브리핑을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농식품부는 지난 29일 2024년 예산안이 2023년 17조3,574억원 대비 5.6% 증가한 18조3,33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이번 예산안에 현재화된 위협 요소인 국제 식량시장의 불확실성과 원자재 공급망 불안, 그리고 기후변화 등에 체계적·종합적으로 대응해 식량안보 강화·농가소득 안정·재해 예방을 달성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강조하고 나선 것은 직불제 확대다. 내년 직불제 총 규모는 2조8,400억원에서 3조1,042억원으로 약 2,600억원이 증액됐다.

소농직불금은 단가가 12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인상됐고, 수입보장보험과 경관보전직불제는 각각 25억원에서 81억원, 99억원에서 168억원으로 총규모가 확대됐다. 또 논물 관리·저메탄사료 급이 등을 조건으로 하는 탄소중립프로그램(99억원), 경영이양 은퇴직불(126억원) 등이 신설됐다. 그밖에도 논콩과 가루쌀의 전략작물직불금 단가를 ha당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두 배 올리고 총 대상 면적도 15만7,000ha로 늘려 잡는데 744억원을 더 쓰기로 했다.

두 번째는 경영 안전망 확충과 취약계층 지원이다. 총 증액 규모는 1,267억원이다. 우선 농업분야 이차보전 지원 규모가 약 1,000억원정도 늘어난다. 올해 도입 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공공형 계절근로센터는 개소를 대폭 늘려 내년에 70곳을 운영한다. 또 농기계 패키지를 지원하는 마늘·양파 주산지를 6개소에서 10개소로 늘렸으며,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은 대상을 올해 9,000명에서 내년 3만명으로 확대했다. 또 신규 사업으로 12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의료서비스’가 시행된다. 

‘쌀값 안정’을 위한 예산도 늘었다. 공공비축미는 종전보다 5만톤 늘어난 45만톤을 매입하며, 단가도 80kg당 20만원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3,047억원을 추가 투입한다.

청년농업인 육성에는 3,319억원이 증액된 1조2,405억원이 쓰인다. 청년농의 농지 확보 문제 해소를 위해 비축농지 매입량을 30% 가량 늘려 총 2,500ha를 매입하는데 1조700억원을 쓸 계획이다.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 대상은 1,000명이 더 늘어 5,000명이 수혜를 입는다. 

자연재해 대응 관련 예산도 약 2,300억원이 늘어났다. 우선 배수시설과 저수지 등 침수피해를 예방할 기반시설의 재정비·성능개선·개보수·신축 등에 쓰일 예산이 1,310억원 늘어난 1조8,159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발생 후 복구 지원 예산도 1조원에서 1조1,070억원으로 늘었는데, 재해대책비가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늘었으며 농작물재해보험 대상품목도 확대됐다.

그밖에 스마트농업·푸드테크·그린바이오·반려동물연관산업 등 현 정부 들어 새로 추진된 신산업 육성 관련 예산에 398억원, 전략작물산업 육성에 140억원, K-푸드 수출확대에 126억원, 해외 쌀 식량원조 확대에 732억원 등이 증액됐다. 단 부문별로 봤을 때 농촌복지·지역개발 부문은 농촌융복합산업활성화지원·농촌공동체활성화지원 등 유사사업이 통·폐합되면서 유일하게 824억원 감소했다.

 

전농 "농가소득 무너지는데 ... 속 빈 강정 두고 자화자찬"

농정당국이 이번 예산안을 내놓으며 ‘긴축 재정 속 상승률’과 함께 가장 강조했던 부분은 직불금의 확대였다. 그러나 윤석열정부가 출범 당시 농업직불금을 오는 2027년까지  5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 상승분은 미미한 수준이다. 농식품부가 제시한 내년 직불금 총액은 3조1,000억원으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2025년부터 매년 6,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직불금에 새로 배정해야 한다.

또한 올해 증액됐다는 2,600억원의 효과 역시 농민 다수가 피부로 체감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전체 직불금의 90%를 차지했던 ‘기본형 공익직불금’의 규모 증가는 소농직불금 단가 상승에 따른 530억원 증가에 그쳐 오히려 직불금 내 비중은 소폭 축소됐다. 일부 신규 사업도 있으나 나머지 대부분은 전략작물직불·은퇴이양직불의 확대로 채워졌다.

이호중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직불제를 어떻게 5조원까지 확대할 것인지 재정투입계획도 없는 상태인데, 직불금을 늘렸다지만 농산물 가격변동에 대응하고 농가 경영안전을 지지할 직불 예산은 여전히 미흡하다”라며 “재해 복구 지원 예산도 올해 한시적으로 적용한 것처럼 실거래 가격을 반영한 복구 단가 상향이 예산에 반영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농가소득이 매년 최저점을 갱신해가고 있는 가운데 직불금 확대 기조 자체가 현실에 맞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하원오, 전농)은 30일 성명을 내고 농업예산의 핵심 목표가 생산비 폭등·가격폭락 대책을 통한 농업소득 보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농식품부가 언급한 ‘현재화된 위협요소’를 상대로 대응능력이 없는 ‘속빈 강정’을 두고 정부가 자화자찬하고 있다며 더욱 강력하게 비판했다.  

전농은 “농민들의 농업소득은 지난해 생산비 폭등과 가격폭락으로 20년 만에 최저로 추락했는데, 이전소득인 직불금을 늘리는 것이 어떻게 대책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생산비 지원대책과 가격보장 정책이 전무한 채 무작정 직불금만 늘리는 것은 그저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일 뿐”이라며 “게다가 직불금 예산마저도 올해에 비해 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증가율보다도 저조한 증가율로 핵심공약조차도 지켜지지 않을 것이 자명해 보인다”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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