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2030의 건강과 대한민국 저출산(1)

  • 입력 2023.08.27 18:00
  • 수정 2023.08.27 20:53
  • 기자명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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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한국의 인구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2023년 현재 한국의 중위연령은 남자 44.2세, 여자 47.1세, 전체 45.6세입니다. 중위연령이란 총 인구를 나이 순으로 쭉 늘어놓았을 때 가장 가운데에 있는 사람의 나이입니다. 즉 한국 인구가 총 100명이라고 한다면 50번째 사람의 나이가 45.6세라는 겁니다.

30년 전, 1993년에는 중위연령이 28.4세였습니다. 20년 전인 2003년에는 33.5세였고, 10년 전인 2013년에는 39.7세였습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대한민국이 늙어가고 있는 겁니다. 이러한 추세로 중위연령이 높아진다면 2031년에는 50세가 됩니다. 지금 태어나는 세대는 환갑은 지나야 우리나라에서 나이 순으로 상위 50%에 겨우 들 수 있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는 거지요.

이렇게 빠르게 대한민국이 늙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저출산입니다. 2022년 출산율은 0.78명입니다. 이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세계 최초의 일입니다. 이런 사상 초유의 저출산, 대체 무엇 때문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정치·경제·교육·사회·문화 등 각 분야의 여러 가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겠지요. 이렇게 어려운 이야기는 제 능력 밖의 일이니, 저는 단순히 현재 아이를 낳는 세대, 20대와 30대, 2030의 건강과 저출산이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요즈음 2030의 건강 상태와 30년 전 2030의 건강 상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그때보다 더 건강해서 임신과 출산이 좀 더 쉬워졌을까요? 아니면 그때보다 더 힘들어졌을까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임신과 출산은 비슷하게 힘들까요?

저는 30년 전, 혹은 그 이전세대들보다 지금 2030의 임신과 출산이 더 힘들어졌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결혼을 하는 나이가 예전에 비해 높아졌습니다. 1990년의 평균 결혼 나이는 남성 27.8세, 여성 24.8세였습니다. 2022년 현재는 남성 33.7세, 여성 31.3세로 30년 전에 비하면 남성 6세, 여성 6.5세 정도가 높아진 겁니다. 이렇게 결혼이 늦어지게 되면 임신과 출산 또한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35세 이상의 여성이 출산을 하면 노산이라고 합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29~30세까지는 주의, 31세부터는 초기노산으로 정의합니다. 왜냐면 여성이 30세가 넘었을 때 자연유산 가능성, 태아 염색체 기형, 산모의 임신 중독증 등이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결혼 나이를 보면 대부분의 부부에게는 첫 아이조차 초기노산에 해당됩니다. 30세 이상의 산모들은 20대 산모들에 비해 자연 유산, 임신 중독증만 증가하는 것이 아닙니다. 입덧, 임신 중 하혈, 배 뭉침, 변비, 요통, 근육통, 피부 가려움증, 당뇨 등 임신 중 여러 힘든 증상들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20대에 임신과 출산을 했던 30년 전 여성들보다 30대에 출산을 해야 하는 요즘 여성들이 훨씬 더 임신과 출산이 힘들 겁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35세 이상, 고령산모의 비중입니다. 현재 35세 이상 고령산모의 비중은 35%로 3명 중 1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지금의 저출산은 마치 여성들이 출산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산모 3명 중 1명이 고령산모라는 사실은 오히려 현재 여성들이 출산으로 겪을 수 있는 자신과 아이의 위험을 전부 이해함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출산을 선택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출산에 대한 여성들의 적극적인 선택은 저출산을 단순히 2030이 선택한 것이라고만 여길 수도 없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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