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양곡 방출 즉각 중단하라!”

영암·해남 농민 긴급 기자회견

정부·농협 동시규탄, 책임 촉구

  • 입력 2023.08.27 18:00
  • 수정 2023.08.27 20:53
  • 기자명 임순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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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임순만 기자]

영암군농민회, 영암군쌀생산자협회,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영암군연합회, 영암군 4H연합회 등 전남 영암 농민 50여명은 지난 22일 농협중앙회 영암군지부 앞에서 수확을 앞두고 정부양곡을 방출한 농식품부와 이를 조장한 농협을 규탄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용범 영암군쌀생산자협회장은 “안 그래도 작황 부진, 생산비 폭등, 인력난 등으로 농사짓기가 힘든데 정부양곡 방출을 보며 가슴이 무너진다”며 “농민을 생각한다는 농협의 요구로 이뤄졌다니 기가 막히고 괘씸하다”고 개탄했다.

김봉식 영암군쌀생산자협회 사무국장은 “이번에 5만톤을 방출하는 것은 정부에서 우리가 요구하는 쌀값 26만원을 포기하고 나락 가격을 지금 선에서 맞추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준 것이고, 농민 생존권 쌀값을 지지하는데 의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지난 22일 전남 영암 농민단체들이 농협중앙회 영암군지부 앞에 모여 정부의 공공비축미 방출과 농협의 동조를 규탄하고 있다.
지난 22일 전남 영암 농민단체들이 농협중앙회 영암군지부 앞에 모여 정부의 공공비축미 방출과 농협의 동조를 규탄하고 있다.

정철 영암군농민회장은 규탄 발언을 통해 “이번 정부양곡 5만톤 방출이 농협RPC연합회의 요구로 이뤄졌다는데 농협RPC연합회가 이를 요구했다는 것은 수확기를 앞두고 나락값을 떨어뜨려 더 많은 수익을 내겠다는 생각이 아니면 무엇이겠냐”고 반문했다.

또 “2년 전 쌀값이 폭락하면서 농협 손실이 크다고 해서 행정·의회·농민단체들이 노력해 국민 세금 30억원이라는 금액이 농협으로 들어갔고, 작년에 싸게 사서 올해 비싸게 팔아 수익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렇게 되면 수익 많이 냈다며 임직원들 성과급 잔치를 하고 배당금이라며 병아리 눈물만큼 조합원들에게 돌려줄 것이 뻔하다”며 “정부양곡 방출을 요구한 농협RPC연합회의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는 농민 배신행위”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참가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지난 16일 발표된 정부양곡 방출 결정은 2021년 8월 8만톤 방출로 쌀값 폭락을 불러왔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을 거부하면서 떠들었던 쌀값 20만원 목표는 이번 정부양곡 방출로 거짓 헛소리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또한 “불과 두 달 전에 공공비축 산물벼 가져가라고 정부에 요구하더니, 갑자기 5만톤이 부족하다며 양곡 방출을 요청한 농협은 농민들의 협동조합인지 나락 장사꾼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농민들은 “이번 정부양곡 방출을 요구한 농협을 강력히 규탄하고, 농민을 무시하고 농업을 포기하는 윤석열정부를 몰아내야 우리 농민들이 살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선언한다”고 밝히며 △수확기 정부양곡 방출 즉각 중단하라 △농민을 기만한 농협은 정부양곡 인도 계획을 철회하고, 농민 조합원들에게 사과하라 △수급안정보다 농민 기본생존권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항의서한을 농협중앙회 영암군지부에 전달했다.

한편 해남군농민회도 같은 날 해남군청 앞에서 공공비축미 5만톤을 방출한 정부와 이를 요구한 농협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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