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위 여성농민의 뜨거운 외침

  • 입력 2023.08.27 18:00
  • 수정 2023.08.27 20:53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폭염이 한풀 꺾이고 폭우가 쏟아진 지난 23일, 서울 도심 아스팔트 위에 등장한 근조와 상복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상복과 근조는 현재 우리나라 농민이 내몰려 있는 극한 상황을 처절하게 표현한 것이다. 우리나라 농민과 농업이 현재 낭떠러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전국의 여성농민들이 서울에 모였다.

비가 쏟아지는 아스팔트 위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여성농민들로 가득 찼다. 전날부터 쏟아진 비는 뜨거웠던 아스팔트 열기를 식혀주었지만 습한 열기는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비옷에 상복까지 겹겹이 입은 여성농민들이 얼마나 덥고 힘들었을까 상상해보면 서글픔이 앞선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서 1,000여명의 여성농민들이 서울 한복판에 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우리 국민은 알아야 한다. 여성농민의 권리를 위한, 농민·농업·농촌을 살리기 위한 그들의 처절한 외침은 널리 울려 퍼져야 한다. 농업이 처해있는 위기는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여성농민들의 외침은 소외받는 농민의 현실을 대변이나 하듯 일부 언론에서만 다뤄졌다.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투쟁해야 하는 사항임에도 후순위로 치부된 것이다.

하지만 여성농민들의 용기 있는 투쟁은 언제나 빛났다. 투쟁의 최선봉에 선 여성농민들은 비가 쏟아지는 그날도 당당히 그들의 권리를 주장했다. 당당한 여성농민들은 사회문제 해결에도 농사일에서도 그 누구보다 앞장섰다. 여성농민들이 주로 종사하는 밭농사는 하나하나가 여성농민의 손을 통해 이루어진다. 무더위 속에서도 우산모자를 쓰고 밭에서 쪼그려 앉아 작업하는 여성농민의 노동력은 밭농사의 핵심이다. 여성농민이 없으면 우리나라 밭농사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번 전국여성농민대회에서 여성농민들은 그들의 권리보장을 위한 주요 과제를 요구했고 한국농민과 농업을 말살하는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폭등하는 생산비는 농민들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재해로 애써 심어놓은 작물은 제대로 자라지도 수확하지도 못하며 농업환경은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수입농산물을 통한 물가안정에만 관심을 가질 뿐이었다. 쌀값이 폭락하면 쌀생산량이 많다며 농민 탓을 했고, 채소값이 오르면 할당관세로 외국농산물을 수입하겠다고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정부에 농민들이 실망하기에 충분했다.

여성농민들은 여성농민의 차별받는 삶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에서 그치지 않고 한반도의 평화와 우리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투쟁에도 앞장섰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바다 투기는 어민, 해녀, 양식업에 크나큰 타격을 끼칠 것이고 국민의 건강한 삶에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여성농민들은 이번에도 결코 눈감지 않고 불의에 당당히 맞섰다.

이 땅의 어머니, 여성농민은 한국농업의 주축이다. 농업이라는 고된 노동을 업으로 해내면서 자식을 키우고 농촌을 지키며 묵묵히 살아가는 이 땅의 농민이 바로 여성농민이다. 그들이 농민으로서 권리를 보장받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농사짓는 환경은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이다. 전국 방방골골에 울려 퍼진 여성농민의 외침은 반드시 열매로 결실을 맺을 것이다. 여성농민들이 투쟁하는 그 길은 한국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