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돈협회 "농가 죽어야 끝나는 악성민원, 이제 법으로 근절해야”

한돈농가들, 환경부 앞서 고 정연우 협회 보성군지부장 추모제 
손세희 한돈협회장 “재발방지·제도개선이 고인의 뜻 … 단결하자”

  • 입력 2023.08.16 16:15
  • 수정 2023.08.16 16:18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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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16일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환경부 앞에서 열린 정연우 전 대한한돈협회 보성군지부장 추모제에서 추모객들이 묵념하고 있다.
16일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환경부 앞에서 열린 정연우 전 대한한돈협회 보성군지부장 추모제에서 추모객들이 묵념하고 있다.

 

지난 7월 21일 전남 보성에서 돼지를 기르던 한 농장주가 스스로 목숨을 저버린 사건에 대해 대한한돈협회(회장 손세희, 한돈협회)가 공식 추모 일정을 열었다.  동료농가들은 단시간 내 반복 제기된 인근 주민의 민원과 그에 따른 지자체의 부적절한 대응이 극단적 선택의 연유라며 추모의 장소를 규제 주무부처인 환경부 앞으로 정하고, 정부에 농가 보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한돈협회는 16일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환경부 앞에서 최근 악성민원을 이유로 스스로 세상을 등진 고 정연우 전 한돈협회 보성군지부장을 위한 추모제를 열었다. 이날 추모제에는 한돈협회 임원 및 농가들을 비롯해 200명이 넘는 추모객이 운집했다. 

축산농가 대표로는 손세희 한돈협회장을 비롯해 김삼주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이승호 한국농축산연합회장이 추모사를 읽었다. 손세희 회장은 “고인은 이웃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했으며 한돈산업을 위해 최선을 다한 모범적인 농민이자 사랑받는 가장이었으나, 뜻하지 않았던 악성 민원과 과도한 행정규제로 심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되돌아올 수 없는 길을 택했다”라며 “(한돈 농가들에게는) 그 어떤 말로도 뜻을 담을 수 없을 만큼 무겁고 비통한 이별의 순간”이라고 추모했다. 

 

손세희 대한한돈협회 회장이 추모사를 낭독하고 있다.
손세희 대한한돈협회 회장이 추모사를 낭독하고 있다.

 

 

손 회장은 한편 “모든 농가들이 민원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겠지만, 악성 민원으로부터는 보호 받아야하며 해결을 위한 재정적 지원이 법제화돼야 한다. 이것이 고인의 뜻이라 생각한다”라며 “이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모두 힘을 함쳐 어려움을 극복하자”라고 독려했다.

지역사회의 추모도 이어졌다. 사건 이후 축산업계는 평소 주기적으로 보성군 지역사회에 장학금과 돼지고기를 기탁했던 고인의 과거를 재조명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왔다. ‘한없이 부끄럽고 면목 없으나 저희들이 해야 할 일을 찾아보려 용기를 내어 이 자리에 섰다’고 인사한 임용민 보성군의회 의장은 “제가 아는 그는 보성에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돼지를 내놓고 도와주며 묵묵히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였던 사람이자, 누구에게 피해줄까 봐 고성이나 욕설도 하지 못했을 사람”이라고 고인을 기억했다.

 

추모객들이 임용민 보성군의회 의장의 추모사를 경청하고 있다.
추모객들이 임용민 보성군의회 의장의 추모사를 경청하고 있다.

 

고인의 딸 정현주씨는 무분별한 민원 뿐만 아니라 축산농가를 보호하지 못하는 관련법령들의 미비한 체계 역시 자신의 아버지를 사지로 내몰았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적정사육두수를 정하는 축산법 대신 지방자치단체는 가축분뇨법을 제시하며 사육두수 감축을 안내했고, 아버지가 재차 문의했음에도 그래야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농림축산식품부나 환경부에 문의해도 왜 서로 기준이 다른지 명확히 설명을 얻기 어려웠으나 확실한 것은 사육두수를 감축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라며 “민원인도 국민이지만 축산농가 역시 국민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한 만큼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고인의 딸 정현주씨가 추모사를 낭독하고 있다.
고인의 딸 정현주씨가 추모사를 낭독하고 있다.

 

한돈협회는 추모식에 이어 곧바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악성 민원으로 인한 피해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제도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한돈협회는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 「악취방지법」의 개정을 제시하기도 했다. 1년 이상 악취방지법 상 배출허용기준을 위반한 바 없고 환경부가 정하는 정기 점검을 받는 농가에 대해서는 동일인 기준 2회까지만 처리결과를 통지하고 이후 접수되는 민원에 대해서는 종결처리함으로써 농가를 보호하자는 것이다. 

구경본 한돈협회 부회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악성민원으로 다른 축산농가가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간곡히 호소한다”라며 “환경부는 악성민원으로 인한 모범적인 축산농가의 죽음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또 “더 이상 농가의 노력과 헌신이 무시되는 일이 없도록 환경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길 촉구한다”라며 “냄새 문제에 대한 모든 책임을 농가에게만 전가하지 말고 근본적인 해결방안부터 제시하라”라고 강조했다.

 

추모제에 참석한 농가들이 민원으로 인한 축산농가 피해대책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추모제에 참석한 농가들이 민원으로 인한 축산농가 피해대책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환경부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전국한돈협회 부회장단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환경부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전국한돈협회 부회장단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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