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발로 뛰어 만든 마을잡지 ‘소쿠리’

담양군 300여개 마을 구석구석 기록, ‘참여‧나눔’의 장

담양군풀뿌리공동체지원센터, 2021년 시작 3호째 출간

  • 입력 2023.08.14 15:19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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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주민들이 지역 마을 곳곳을 다니며 취재, 기록하고 손수 찍은 사진들로 채워진 마을기록물이 3년 연속 발간됐다. 전라남도 담양군(군수 이병노) 마을 감성 잡지 ‘소쿠리’다. 2021년부터 발간(연 1회)을 시작해 올해 3호가 나왔다.

‘소쿠리’가 여느 지역 소개 책자들과 다른 점은 관 중심이 아닌 주민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내용도 단지 지역 홍보에 머물지 않고, 주민들의 삶과 마을에 오래도록 깃든 이야기들이 중심이다. 책 표지까지도 마을기록과정 교육생들의 그림으로 꾸며졌다.

마을기록과정은 담양군의 ‘지역 내 인재 발굴‧육성을 위한 역량강화 교육 프로그램’ 가운데 군의 마을, 역사, 자원, 관광지 등을 기록하는 과정을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기록에 대한 이해, 다양한 형식의 글 작성법, 매체 제작 등을 7주 동안 배우는 과정으로, 이를 거친 교육생들이 마을기록단으로서 ‘소쿠리’ 제작에 참여한다.

교육에 참여한 주민들은 담양군풀뿌리공동체지원센터(센터장 민문식), 기획팀과 함께 ‘소쿠리’의 목차, 주제 선정, 일정 등 계획을 세우는 단계부터 참여한다. 아울러 교육과정에선 취재기획안 작성, 인터뷰기법 실습, 개략적인 스케치 구상 같은 실무와 마을 기록 활동의 의의에 대한 특강도 진행된다. 이번 3호의 판권엔 취재기자로 교육생 6명의 이름이 올랐다.

담양 마을매거진 '소쿠리' 1~3호. 담양군풀뿌리공동체지원센터 제공 
담양 마을매거진 '소쿠리' 1~3호. 담양군풀뿌리공동체지원센터 제공 

‘소쿠리’ 3호에는 밭에서 밥상의 참기름으로 오르기까지 할머니와 함께 지은 깨 농사 이야기, 담양 귀농인들의 사연, 주민 잔치로 거듭나고 있는 ‘풀뿌리공동체한마당(담양군풀뿌리공동체지원센터 사업 참여 공동체의 한 해 성과 발표 자리)’ 같은 주민들 이야기부터 담양의 명물 대나무 공예와 딸기‧단감‧죽순‧샤인머스캣‧블루베리 등 담양 특산 과채 소개도 이어진다. 아울러 한일강제병합, 8.15해방, 한국전쟁 등 고난의 시기마다 울었다는 수령 500년 된 은행나무(무정면 봉안리 천연기념물 제482호)와 해마다 마을의 풍요와 번영을 비는 ‘천년느티 당산제’ 같은 마을의 자연문화 유산 이야기도 전한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담양읍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농촌 중심지인 읍 소재지에 문화‧복지 교육‧경제‧서비스 공급 기능을 확충해 배후 마을에 서비스 전달을 활성화하는 지역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발굴‧육성되고 있는 마을 동아리들의 활동 소식이 눈길을 끈다. 이들 활동은 나눔과 공유의 가치를 중심으로 재능기부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담양읍에 사는 학교 교직원 봉사동아리 ‘꾹꾹눌러쓴행복’(아로마오일 테라피로 홀로 살거나 농사일에 지친 어르신들의 피로를 풀어주고 말벗이 되는 활동) △담양읍 의용소방대 대원들로 구성된 전통주 동아리 ‘의소담빛주’(전통주 제조 기술을 배워 ‘대숲맑은담양쌀’로 단호박 막걸리, 블루베리 막걸리 등을 빚어 마을 어르신들과 시음 잔치) △마을 어르신들에게 장수사진을 선물하는 ‘동네방네마을사진사’(동네 찾아가 주민과 소통, 마을 분위기와 어울리는 사진 찍기)가 활동하고 있다.

지난 4일 담양군 대전면 행복문화센터에서 열린 '2023 마을학교-마을기록과정 '소쿠리' 출판회'에서 마을기록단 참여 주민들이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 담양군풀뿌리공동체지원센터 제공 
지난 4일 담양군 대전면 행복문화센터에서 열린 '2023 마을학교-마을기록과정 '소쿠리' 출판회'에서 마을기록단 참여 주민들이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 담양군풀뿌리공동체지원센터 제공 

이번 소쿠리 제작에 참여한 주민들은 지난 4일 담양읍 대전면 행복문화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그간의 교육과정과 기사 작성에 대한 소감을 공유하고 서로 축하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들은 “숨겨진 이야기를 찾으며 마을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다”라며 “아직 찾지 못한 이야기와 자원이 많다. 앞으로도 마을 이야기를 기록하는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기록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학습동아리도 구성될 예정이다.

‘소쿠리’는 담양군 내 기관, 관광지, 카페 등에 비치돼 있으며, 담양군풀뿌리공동체지원센터 누리집에서도 볼 수 있다.

담양군풀뿌리공동체지원센터는 ‘마을과 지역의 주인은 주민’이란 기치 아래 주민자치,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회적 경제, 농촌협약 등 농촌 활성화 사업을 하며, 이를 위해 지역 리더를 발굴·육성하는 학습과정, 마을학교와 공동체 대화모임, 현장 포럼, 사회적 경제학교 등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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