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남성 만성 골반 통증 증후군과 한방치료

  • 입력 2023.08.13 18:00
  • 수정 2023.08.13 21:59
  • 기자명 임재현(봉천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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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현(봉천한의원 원장)
임재현(봉천한의원 원장)

이유 없이 3개월 이상 골반, 회음부, 남성 생식기 등의 부위에 지속되는 만성통증, 압박감, 불편감이 있다면 남성 만성 골반 통증 증후군(Male chronic pelvic pain syndrome, MCPPS)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엔 보통 사타구니, 회음부(항문과 생식기 사이), 치골상부(생식기 바로 위의 뼈 윗부분), 음경, 음낭의 통증과 함께 배뇨증상과 성 기능 장애를 호소합니다. 배뇨증상은 소변을 볼 때 통증을 느끼거나 자주 소변을 보러 가게 되는 증상, 소변을 보고 난 뒤 덜 본 것 같은 느낌 등입니다. 배변 시 통증을 느끼거나 변비가 생기기도 합니다. 더불어 이런 증상들로 인해 우울감, 스트레스, 불안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의학에서 만성 골반 통증 증후군과 가장 유사한 개념은 산증(疝症)입니다. 동의보감에 기록된 산증의 증상을 일부분 발췌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랫배에 병이 생겨서 배가 아프고 대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을 산증(疝證)이라고 한다.”

“아랫배에서 가슴으로 기운이 치밀면서 아프고 대소변이 나오지 않는다.”

“아랫배에서 음낭까지 켕기는 것이 허리에까지 뻗치고 가슴으로 치밀어 오르며 멀건 침이 나오고 딸꾹질이나 트림이 난다.”

“산증(疝證)이란 음낭과 아랫배가 아픈 것이다. 그리고 이때 혹 허리와 옆구리가 쑤시는 것같이 아프거나 아픔이 등골로 왔다갔다 하거나 (중략) 대소변을 보지 못하는 때도 있으며 설사가 나기도 하고…(하략)”

대체로 위에 설명한 만성 골반 통증 증후군과 유사한 증상을 표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산증의 원인을 내경에서는 한증(寒症), 즉 차가운 기운으로 인해 생긴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계심법에서는 성을 몹시 내거나 지나치게 취하고 배부르게 먹어서 비위가 상하거나 성생활을 지나치게 하는 것 등 평소의 여러 이유로 습열이 생겨있는 가운데 차가운 기운에 또 상해서 생기는 것이지, 단순히 차가운 기운만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더 자세히 분석해 놨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산증을 7가지 경우로 나눠서 각각의 증상에 맞는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암도인침법에서도 7가지 산증의 경우에 맞는 각각의 사암침법 침 처방이 나와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침과 한약을 기본으로 치료하게 됩니다.

약침치료나 추나치료도 함께 하면 좋습니다. 추나치료에서는 골반주위의 전반적인 기능 이상을 확인하고 이상이 있는 곳을 정상화시켜주는 치료를 하게 됩니다. 골반 중에서도 꼬리뼈 쪽의 천골을 교정하는 치료가 중요합니다. 이때 천골과 머리의 두개골은 짝운동을 하기 때문에 두개천골요법을 통해 머리 쪽의 기능부전을 해소하여 천골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치료를 하기도 합니다.

집에서는 우선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위해 가장 간단하게 해볼 수 있는 것은 심호흡하기입니다.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가 편안하게 내쉬는 것을 2~3번 해보세요. 금방 몸이 조금 풀어지고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실 겁니다. 두 번째로는 복식호흡을 하는 것입니다. 복식호흡을 하면 아랫배까지 전체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복부의 긴장과 불편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복식호흡 자체가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복식호흡이 익숙치 않으신 분들은 편안하게 누운 자세에서 연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편안하게 누운 상태에서 하시면 되는데 무릎을 세우고 눕는 자세가 더 편안하시다면 그렇게 하셔도 좋습니다. 한 손은 가슴에 대고 한 손은 배꼽에 대고 가슴과 배의 움직임을 확인하면서 연습을 하시면 좋습니다. 먼저 편안하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가슴과 배의 움직임을 확인해 보세요. 숨을 들이쉴 때 가슴이 머리 쪽으로 움직인다면 횡격막이 긴장되어 위쪽으로만 숨을 쉬고 있는 것입니다. 최대한 숨을 들이쉴 때 가슴이 머리 쪽으로 올라가지 않도록 신경쓰면서 숨을 들이쉬어 보세요. 흉곽이 풍선이 부풀 듯 앞뒤 좌우로 부풀어 오르면서 숨을 들이쉬면 좋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배까지 숨이 들어와 배가 부풀어 오르면서 숨을 들이쉽니다. 이제 내쉴 때도 풍선이 작아지듯이 배와 흉곽이 작아지면서 숨을 내쉬면 됩니다.

두 번째로는 차가운 음식이나 물은 피하고 가급적 배를 따뜻하게 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위와 같은 증상이 있으시다면 가까운 한의원에 내원하셔서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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