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세계 소고기 시장 한·일전 완패에서 벗어나려면

  • 입력 2023.08.13 18:00
  • 수정 2023.08.18 13:22
  • 기자명 황명철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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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명철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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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수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29일 인천항에서 말레이시아로 10마리 분량의 한우고기를 수출하는 선적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수출 이후로 3개월간 75마리 분량의 한우고기를 말레이시아로 추가 수출할 예정이며, 앞으로 3년간 7,500마리를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부풀어 있다. 아울러 홍콩으로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우 수출 추진 배경에는 연간 한우 도축 마릿수가 80만두 수준에서 2024년에는 100만두 이상으로 늘어나, 국내 소비만으로는 한우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시장에서의 한우 소비 촉진과 함께 한우 수출을 전면에 내세우는 수급 대책을 마련했다.

시간을 과거로 돌려보면, 한우 수출정책 표방은 30여년 전에도 있었다. 1990년 6월 22일, 당시 강보성 농림수산부 장관은 ‘축산장기발전대책’을 발표하면서 “축산물의 수급 및 가격안정, 축산물 수입개방에 대비하여 고급 한우고기를 수출전략품목으로 지정하여 적극적으로 수출시장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1998년 8월에는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자회사 ‘한국냉장’은 한우의 일본 수출을 추진하기도 했다. 당시 연합뉴스가 보도한 기사를 인용하면, “(주)한냉은 25일 ‘니치구’사 등 일본 육가공업체들과 올해 안에 한우 부분육 4백5톤(7만7천6백마리분)을 수출하기로 하고 우선 1백여톤을 26일부터 선적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내용이다. 2015년에는 한우고기 홍콩 수출도 처음으로 추진됐다. 농민신문 12월 16일자 기사는 “13일 전남도에 따르면 농협나주축산물공판장에서 도축한 52마리와 (주)축림에서 도축한 8마리 등 총 60마리를 육가공업체에서 가공·포장해 14일 항공편으로 홍콩에 수출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상황과 비슷한 장면이다.

그런데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가 집계한 한우 수출실적은 너무 초라하다. 2022년 수출실적은 44.6톤, 307만2,000불로 한우 약 178두분이다. 2023년 6월까지 수출실적은 물량 22톤, 137만5,000불로 금액은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9% 정도 줄었다. 한편 세계 소고기 시장에서 한우고기의 경쟁자인 일본 와규(和牛) 수출실적은 2022년 7,847톤, 수출액은 3억6,600만불(520억엔)로, 한우 대비 물량은 176배, 금액은 119배 크다. 세계 소고기 시장 한·일전에서 한국의 완전한 패배다.

한우 수출이 부진한 이유로는 구제역 발생이 자주 지적되고 있다. 최근에는 올해 5월에, 거슬러 올라가면 2014∼2016년, 2010∼2011년, 그리고 2000년에도 구제역 발생이 한우 수출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2001년 9월 구제역보다 더한 광우병(BSE)이 발생, 2013년 5월 국제수역기구(OIE)의 ‘BSE 위험 무시국’ 인정 때까지, 와규 수출이 전면 중단되는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와규 수출에서 한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질병 발생만이 한우 수출의 부진 요인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일본 와규 수출 성공 요인은 범정부 차원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다. 일본은 BSE 사태가 마무리된 2014년 8월, 농축산물 수출전략으로 ‘FBI전략’을 수립했다. △세계 요리계에서 일본 식재료 활용 추진(Made FROM Japan) △일본 식문화·식산업의 해외전개(Made BY Japan) △일본 농축산물·식품의 수출(Made IN Japan)이다. 와규를 수출 중점품목으로 정하고 2012년 기준 50억엔인 수출실적을 2020년까지 250억엔으로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 2020년 수출실적 289억엔으로 목표의 116%를 달성했다. 이밖에 2020년 4월에는 농림수산대신을 본부장으로 하는 ‘농림수산물·식품수출본부’도 출범시켰다. 본부원으로는 총무대신, 외무대신, 재무대신, 후생노동대신, 경제산업대신, 국토교통대신, 부흥대신 등 수출 관련 모든 부처가 참여하는 ‘올 재팬(ALL JAPAN)’으로 수출을 지원하는 체제를 완비했다. 수출 촉진에 관한 기본방침 설정 및 실행계획에 따른 진도관리, 수입규제 완화·철폐를 위한 대상국 협상 가속화, 수출용 시설 정비와 시설인증 절차 신속화 등을 주요 업무로 한다. 2030년 와규 수출목표는 3,600억엔(약 3조3,000억원)이다.

세계 소고기 시장 한·일전에서 패배를 만회하려면, 무엇보다 경쟁국인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특히 범정부 차원의 수출지원 정책 및 제도를 꼼꼼히 살펴보고, ‘K-스타일’의 한우 수출정책으로 일본을 이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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