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한약으로 감정조절도 가능한가요

  • 입력 2023.08.06 18:00
  • 수정 2023.08.06 19:10
  • 기자명 허영태(포항 오천읍 허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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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2023년 5월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5년 동안 병원과 의원 가운데 가장 빠르게 늘어난 진료과는 신경정신과의원(정신건강의학과)입니다. 한의원, 내과의 증가율이 3~4%인 데 반해 정신건강의학과는 무려 30%나 증가했습니다.

사람의 건강은 크게 몸건강, 마음건강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서구의 이론은 서양근대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네 데카르트의 영향으로 대두된 심신이원론입니다. 즉 몸과 마음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동양의 이론은 심신일원론입니다. 몸과 마음의 상태는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입니다. 서양이론이 맞다 동양이론이 맞다를 논하기보다 우리는 우리식대로 사고하고 행동하면 됩니다.

몸의 상태가 정신건강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없고 마음 상태는 몸의 활력을 좌우합니다. 따라서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면 몸건강도 온전할 리가 없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건강은 식이, 운동으로 관리하며 이를 넘어서면 약물 등으로 치료합니다. 양의학이든 한의학이든 정신건강 문제인 경우 약물치료가 우선입니다. 이상적인 치료는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긴 원인 등에 대해 세밀하게 병력을 청취하고 심리상담, 인지 치료 등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나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한의학에서 정신건강은 사람의 감정 문제이며 이것을 다스리는 약재가 과거 수천 년 전부터 존재했습니다. 동양에서는『예기』란 책에 사람의 감정을 칠정(七情)이라 하여 희(喜, 기쁨), 노(怒, 분노), 애(哀, 슬픔), 구(懼, 두려움), 애(愛, 사랑), 오(惡, 싫어함), 욕(慾, 욕심)으로 설명했습니다. 이 중 인체에 해를 끼치는 분노의 경우는 황련이라는 약재, 우울감에는 지실, 두려움에는 모려, 슬픔이나 억울함에는 향시, 치자 등의 약재를 주약으로 해 다스려 왔습니다. 이 내용을 단순히 도식화해서 적용해선 안 되고 해당 사람의 체력, 성정을 고려해 처방해야 합니다.

필자의 경우 얼마 전 전화만 오면 걱정되고 불안하다는 전화공포증(Call Phobia) 직장인에게 시호가용골모려탕을 처방하기도 했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약물로 조절되는 것이 아니지만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은 약으로 치료가 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단순히 약물로만 치료할 것이 아니라 성장환경이나 현 생활상태 등에 대한 전인적인 이해와 심리, 인지치료 등을 병행할 수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하지만 불신, 자포자기에는 백약이 무효합니다. 이런 경우는 약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곁에서 돌봐주고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긍정의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도 뇌에서는 인체에 유익한 신경전달물질이 더 많이 분비된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마음만 먹는다고 모든 것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시작할 때 어떤 마음인가에 따라 결과는 아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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