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수급관리, 민간에 떠넘기지 말라

  • 입력 2023.08.06 18:00
  • 수정 2023.08.06 19:1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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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30℃가 넘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며 전국 대부분에 폭염경보가 발령됐다. 폭염으로 농작물 생육이 부진해지고 품질이 저하될 수 있어 염려되기도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논, 밭, 하우스에서 일해야 하는 농민들이 처해 있는 열악한 환경이다. 농민들의 농작업 환경은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다.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들이 이처럼 힘든 상황에서 일함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에 대한 처우는 너무 보잘 것 없다.

최근 인도의 쌀 수출금지 소식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최대 쌀 수출국가인 인도가 쌀 수출을 금지하면서 세계 쌀 가격 폭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농업에 대한 국가 책임성이 커져야 하는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농정방향은 이와는 반대로 가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 정부는 원예농산물 수급관리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가격 변동성이 큰 원예농산물의 적정 재배면적을 관리하기 위한 체계를 마련하고 수급 예측시스템을 고도화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농산물 수급정책을 개선하고자 다양한 방안을 고민한 흔적은 보이지만 근본적인 접근방법에 문제가 있다.

수급조절 실패의 원인에서 생산자의 자율적 노력 부족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농산물 수급,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것은 생산자의 자율적 노력만으로는 결코 이뤄질 수 없는 부분이다. 공급의 측면에서 보면 국내 생산량뿐 아니라 외국산 농산물의 수입물량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체 공급상황을 살펴야 하는데도 수입물량은 수급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취급하는 듯하다.

최근 몇 년 동안 품목별 생산자단체가 결성되고 의무자조금단체로 이어지면서 회원들을 중심으로 수급 안정에 노력해왔다. 안정적 가격 형성을 위한 생산자의 피나는 노력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산량을 줄여도 수입농산물이 공급되면서 수급의 불안정은 악순환이 반복됐다. 가격불안의 요인을 국내 생산량으로만 단정하는 것은 책임을 생산자에게 떠넘기려는 행태로밖에 볼 수 없다. 원인부터 대책까지 민간에게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떠넘기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의무자조금단체에 대한 부분이다. 의무자조금단체가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면 이것을 정부가 평가해서 자조금 매칭자금에 차등을 두겠다는 것인데, 이는 실적에 매달리게 하겠다는 의도다. 얼마 되지 않는 사업비로 자율 수급, 소비촉진 홍보, 교육 정보제공, 유통구조개선, 수출 활성화까지 모두 다 하라는 것도 과도한 요구다. 매칭자금을 갖고 의무자조금단체를 좌지우지하겠다는 노골적 표현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책임은 떠넘기고 의무만 잔뜩 부여해 어쩔 수 없이 실적을 채우는데 매달리게 하려는 것이다.

정부와 생산자단체, 그리고 농협과 관련 농산업인들이 함께 수급문제를 논의하고 대안을 만들어가야 한다. 회원의 범위를 축소하고 각각의 영역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복잡한 수급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농산물 수급에서 생산자단체와 농협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책임성과 역할이 가장 크고 중요하다. 정부의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려는 시도는 중단하고 농정에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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