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온 국민이 다 아는 방법

  • 입력 2023.08.06 18:00
  • 수정 2023.08.06 19:09
  • 기자명 임은주(경기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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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주(경기 여주)
임은주(경기 여주)

SK가스화력발전소에서 내뿜는 매캐한 냄새와 자욱이 깔린 알 수 없는 안개로 창문도 못 열고 밥을 하다보면 열불이 납니다. 끈끈한 열불에 불쾌함을 더해주는 새벽의 마을방송. 오늘은 한 자루에 3만원씩 하는 소금을 반장에게 신청하라는 마을방송이 나옵니다.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갑니다.

경기여주여성농업인센터에서는 일주일마다 식사준비가 어려운 지역주민들에게 국과 반찬을 만들어 배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김치를 담기 위해 배추와 소금을 사려고 소금이 어디에 있냐 물으니 마트에서 일하는 분들이 소금이 다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벌써 다 사갔는데 진작 사 놓지 왜 그냥 있었냐는 물음에 머리가 띵 했습니다. 방송이나 SNS, 길거리의 현수막까지 일본 후쿠시마 방사성 핵 오염수를 바다에 폐기하는 문제로 여러 주장들이 난무합니다. 처갓집엔 고속도로, 국민에겐 핵 오염수를 준다는 내용도 있고 국회의원 당선 취소자는 괴담정치하지 말자고 합니다. `괴담? 국민들 심정을 알기나 하나? 핵 오염수 좀 마셔보고 싶어서 그런 현수막을 내거는 건가?' 하는 반감이 듭니다.

핵 오염수로 인해 우리는 어떻게 될 지 걱정스럽습니다. 생선을 안 먹고, 생일날 미역국을 무국·시금치국으로 바꾸고, 아이들 소풍날에는 김밥 대신 유부초밥이나 샌드위치를 싸 보낸다고 해서 핵 오염수가 내게 안 오지 않습니다. 바닷물을 증발시켜 만드는 소금을 히말라야 암연으로 바꿔 김치를 담그고 된장, 고추장을 담근다고 핵 오염수로부터 보호되는 삶, 건강한 삶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어렸을 때부터 앞으로라는 동요,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오겠네’ 노래를 부르며 자란 우리들은 가까운 나라 일본의 후쿠시마에서 폐기된 방사성 핵 오염수가 얼마 후에 우리나라로 들어올 것을 알고 있습니다.

세슘 물고기가 밥상에서 우리 자녀들, 우리 손자녀들의 건강을 해칠 게 분명합니다. 생선을 안 먹는다 해도 세슘 물고기가 맛살과 어묵의 재료가 되고 사료의 재료가 되어 다른 형태로 우리의 밥상 위에 오를 것이며 여러 가지 식품의 재료가 되고 돌고 돌아 결국 거름까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김치가 배추랑 고춧가루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소금에 절여지고 액젓을 써야 더 감칠맛이 나기에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생계에 타격을 입은 어민들의 삶이 무너지면 그 가족의 삶도, 지역주민들의 삶도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점점 비어가는 농촌을 보면서 체험하고 있기에 후쿠시마 핵 오염수 폐기를 반대합니다. 방사성 핵 오염수 해양 투기를 30년 동안 계속하면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3,000년이 넘도록 고통을 당할 것 같습니다.

‘답정너’,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답만 하면 된다는데 대한민국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안녕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정부가 행하고 있는 일본의 해양 투기에 대한 대응을 보면 일본의 답정너 명령에 시키는 대로만 하고 있는 것 같아 속이 터집니다. 국민들의 거센 반대에 입 닥치고 그냥 마셔 하는 태도에 국민들에게도 답정너를 요구하는 것 같아 가슴에 천불이 납니다. 작년보다 비싸진 소금. 도대체 얼마나 주문을 해야지? 이 소금이 주문을 한다고 다 나오나? 소금을 산처럼 쌓아놓으면 방사성 핵 오염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싶다가 그래도 주문은 많이 해야 하지 않나? 오락가락 심란합니다. 우리 국민 80%가 후쿠시마의 핵 오염수 폐기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국가의 책무를 다해야 하는 정부가 우리 국민들의 의견은 듣지도 않고 일본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 폐기에 호응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깊은 한숨만 나옵니다. 사람 고쳐 쓰는 게 아니다는 말이 떠오르며 오로지 한 가지의 방법밖에 없다는 친구의 말에 절대 동감이 됩니다. 그 한 가지 방법은 80%의 국민이라면 다 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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